2011. 10. 9. 09:15

뿌리깊은 나무 2회 - 명품 드라마로 만든 세 가지 절대 요소 [재발행]

새롭게 시작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관심이 대단합니다. 흥미로운 요소들을 두루 갖춘 이 드라마가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이 관심이 아직 시청률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지만 '공남'이 끝난 자리를 이 작품이 대신할 것이라는 예상은 분명한 사실처럼 다가옵니다.

이 드라마가 명품이 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절대 요소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미있어야 합니다.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배우들의 존재 역시 중요합니다. 여기에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능력까지 겸비한다면 성공한 드라마가 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단 2회만으로 명품 드라마가 갖춰야할 절대적인 요건 세 가지를 입증하고 있어 흥미롭기만 합니다.


1. 드라마의 절대 가치, 이야기의 힘

극화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힘입니다. 이야기가 얼마나 시청자들을 사로잡느냐는 성공을 위한 절대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없다면 아무리 대단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해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뿌리깊은 나무>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입니다.

우선 원작자 이정명에 대한 기대감은 드라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전작(드라마 제작 순서 상)이었던 <바람의 화원>이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부여해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냈듯, 이번 작품 역시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하기 일주일 전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통해 시대를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들이 탁월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추리
형식을 버리고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게 액션 위주의 이야기로 변환시켰지만 기본 줄기가 주는 이야기의 힘은 대단합니다.

우리에게는 한글을 창제한 성군으로 각인
된 세종대왕이 어떤 고난을 겪으며 위대한 왕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배경이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세종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많이 다루었지만 거의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방식의 사극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내용들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기존 사극에서 극적인 재미와 흥미를 유도해내기는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뿌리깊은 나무>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은 최근 사극들이 그러하듯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부가한 작가
의 힘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가 사랑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입니다. 기존 사극이 나이든 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최근 사극은 모든 연령대가 사랑하는 장르로 굳어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세종과 그의 아버지
이자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아들인 태종 이방원과의 관계를 통해 그가 어떤 왕이 되어가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고려를 멸하고 조선을 세우는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 적이 많았던 선대왕들과 달리, 그들과는 다른 진정한 왕이 되고자 했던 세종의 번뇌가 이 작품에서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큰 줄기가 되는 강채윤과 세종의 인연을 통해 세종이 백성을 섬기고 그들을 살리는 정치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사실유무와 상관없이 흥미롭기만 합니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원수로 생각하는 왕이 자신을 살렸다는 사실이 철저하게 함구된 상황에서, 결정적 순간 진술을 알게 되며 반전을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섬기는 지도자가 아닌 지배자로서 가치만 내세우는 태종과는 다른 조선을 만들고 싶었던 세종. 그런 세종과 권력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방식으로 마방전을 활용하는 에피소드 역시 탁월한 장치였습니다. 마방전 아홉 개의 틀 속에 오직 한일자가 적힌 것 하나면 모든 것이 완성된다는 태종은, 철저하게 자신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가진 절대 군주였습니다.

이런 태종과는 달리, 자결을 의미하는 빈 찬합을 보며 마방진에 응용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풀어낸 세종은 군림하는 군주가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군주가 되고자 다짐합니다. 찬합의 모양을 따라 풀어낸 정답 속에 왕 혼자가
아닌 만백성이 주인인 세상이 곧 그가 만들고 싶은 새로운 조선의 모습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이 진정한 성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가지게 합니다.

극 초반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함께 큰 줄기의 이야기를 보여준 방식은 무척이나 흥미롭기만 합니다. 이런 흥미로움을 유도한 것은 분명 이야기의 힘입니다. <뿌리깊은 나무>의 초반 2회를 보면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합니다.


2. 대중과 소통을 이끄는 배우 열전

한석규를 다시 드라마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잠시 얼굴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한석규라는 배우가 주는 무게감은 짧은 등장만으로도 이후 활약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여기에 초반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혁의 액션 장면들은 정적인 사극에 역동적인 모습들을 부여해 다채로운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초반 드라마를 매혹적으로 만든 존재는 이들 주인공들의 모습이 아닌 송중기와 백윤식의 대립 연기였습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여자만 좋아하는 한량처럼 나왔던 송중기가 아버지인 태종에 의해 지배당한 왕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습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상왕에 의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내지도 못하는 말뿐인 왕이었던 세종. 그는 외척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던 인물입니다. 왕의 권위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척들을 무수히 죽인 아버지의 모습을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세종으로서는 지독한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태종은 세종의 장인과 형제들을 누명을 씌워 죽이지만 그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합니다. 중전이 찾아와 눈물로 호소를 해도 어린 시절부터 지독한 고통으로 따라다니는 죽음에 대한 공포
는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들을 표현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분노를 표현해도 막연한 분노가 아닌 트라우마에 갇힌 채 살아가야만 했던 절대 권력자의 아들이 느끼는 미세한 떨림과 내면에 고착화된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송중기는 여리면서도 강직한 세종의 모습을 완벽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멋지게 해냈습니다.

상처받은 여린 짐승처럼 다시 시작된 죽음 앞에서 큰 두려움으로 짓눌려 있던 그가 어린 아이의 죽음 직전의 모습을 보며 트라우마를 이겨내려 다짐합니다. 외척들이 모두 죽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세종은 어린 아이인 체윤을 살려냄으로서 진정한 군주의 모습을 회복합니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태종과 맞서며 스스로 왕의 권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세밀한 연기 변신을 탁월하게 보여준 송중기의 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여기에 대립각을 세우며 극을 흥미롭게 이끄는 태종 역의 백윤식의 농익은 연기는 말해 무엇 할까요? 그의 존재만으로도 충만하니 말입니다.

드라마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가 이야기의 힘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역시 연기자
들의 몫입니다. 그런 점에서 <뿌리깊은 나무>는 탄탄한 이야기의 힘과 탁월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이 존재한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호평 받아 마땅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3. 탁월한 감각을 선보이는 제작진

좋은 이야기와 멋진 배우들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최종적인 존재는 제작진입니다. 연출자의 능력에 따라 좋은 재료가 엉망이 되기도 하고 그저 그랬던 것들이 최고의 결과물로 나오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기본이 갖춰진 상황이라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감독의 몫이라는 것은 불면의 원칙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뿌리깊은 나무>를 연출하고 있는 장태유 피디의 감각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미 원작자의 전작인 <바람의 화원>으로 호흡
을 맞춘 그는 당시에도 화면 속에 그림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었습니다. 이런 그의 감각적인 영상은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영상을 전공한 이들에게는 학창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기본적인 영상 제작 방식이겠지만, 재미있게도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제작되는 국내 드라마에서는 흥미롭게 다가올 뿐입니다. 단적으로 2회 등장했던 장면들 중에서 세종과 태종이 어린 채윤의 목숨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장면은 탁월했습니다.

칼과 칼의 대립을 화면 가득 칼의 모습만으로 병치시키고 극이 고조되자 심장 박동 소리를 극대화해버립니다. 이런 사운드의 왜곡을 통해 그들의 대립이 얼마나 긴장된 상황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서 그 장면 자체를 빼어난 상황으로 만들어낸 연출자의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현재 어떤 감정으로 대립하고 있는지를 전달하는 모습은 긴장감을 극대화시켜 드라마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런 영상에 대한 연출자의 고집과 고민은 첫 회 시작과 함께 장혁의 상상 장면에서 극대화 되었고 이런 장면들을 정교하게 맞춰나가며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진행되던 기존 드라마의 형식을 털어내고 입체적이며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리깊은 나무>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정작 요리사
가 별로이면 평범한 요리밖에 될 수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리입니다. 탁월한 요리사는 평범한 재료마저 최고의 요리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 역시 당연한 진리입니다. 그런 점에서 탄탄한 이야기와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라는 좋은 재료를 감각적이며 효과적인 방식의 영상으로 담아내는 연출자의 힘은 명품 사극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다가옵니다.

무엇 하나 빠져도 완성되기 힘든 '명품'이라는 단어를 그들은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야기해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한 상황에서 강렬하게 다가온 첫 2회는 그저 맛보기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어떤 흥미로운 요소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바람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 SBS 저작권 침해 사유로 삭제되어 재발행합니다.

Trackback 0 Comment 2
  1. viewer 2011.10.12 13:34 address edit & del reply

    공주의 남자도 뛰어난 연출과 대본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이 뿌리 깊은 나무의 흡입력은 배나 더한 듯 느껴지네요. 번뇌와 고뇌 급변하는 정치세력과 판도의 흐름 사이에서 가장 많은 수를 둬야했었던 왕들의 기싸움이라니. 본격적으로 한글을 창제하며 겪는 어려움들이 더 기대가 되네요. 마지막까지 이 흐름을 놓치지 않기를 기대하며. 요즘 유일하게 챙겨보고 있네요. 좋은 리뷰 틈틈히 들르러 오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1.10.13 11:31 신고 address edit & del

      3회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참 좋네요. 이야기의 흥미로움과 대립각을 내세우며 자신의 가치를 주장하는 과정 등 별로 흠잡을데 없는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흥미를 이끌고 있지요.

      현실정치와도 맞닿아 있는 사극의 특성상 태종과 세종의 대립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엿보게도 하는 등 흥미롭게 지켜볼만한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즐겁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