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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16회-뿌잉뿌잉은 망가짐의 시작일 뿐이다

by 자이미 201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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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의 묘미는 등장인물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캐릭터가 파괴되면서 보여 지는 색다름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16회에 등장한 '뿌잉뿌잉'은 등장인물들의 본격적인 자기 파괴의 시작이라 볼 수 있습니다. 초반 백진희의 망가짐으로 주목을 받았던 '하이킥3'는 본격적인 망가짐의 미학으로 본 괘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됩니다.

모두를 매료시킨 '뿌잉뿌잉', 하이킥3의 시작을 알리다




'뿌잉뿌잉'에 집중하기 위해 과감히 다른 캐릭터들을 등장시키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선택은 특별했습니다. 두 집을 오가며 두 가지의 에피소드로 진행하는 틀 속에서 내상의 집 안 에피소드로 한정할 정도로 '뿌잉뿌잉'은 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16회는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약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초반 극을 이끌어 가는 혹은 매력적인 모습으로 주인공으로 부각되고 있는 백진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아쉽기는 합니다. 그보다는 시청자들에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안내상의 활약이 여전히 미흡하게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오늘 중요한 이야기는 애교 작전을 펼치는 종석과 수정의 대결 구도와 내상의 궁색하고 어색한 도둑질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킥3'에서 가장 연장자로 등장하고 있는 안내상은 아버지라는 역할로 등장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그동안 김병욱 시트콤에서 가족과 그 가족을 이끄는 가장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듯 이 작품 역시 안내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감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은 시트콤 전체에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장으로서 역할이 사라져 버린 우리시대의 아버지를 대변하는 안내상이 대중들의 기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하이킥3'로서는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문제와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도해내는데 있어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등장했던 가장들은 안내상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능력 없는 가장은 언제나 짐이 되기만 하고 그런 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가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해보려 노력하기도 하지만 좀처럼 집 안에서 가장으로서 가치를 얻어내지 못한 것은 김병욱 시트콤의 상징이자 특징이기도 합니다.

안내상 역시 기존의 가장 캐릭터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비루한 인생을 살게 된 힘없는 가장은 낯선 존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바람은 다양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직 혹은 사업실패로 어느 날 갑자기 사회에서도 집안에서도 설자리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가장. 그런 가장의 역할과 공감대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는 '하이킥3'에서는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안내상은 사업실패로 가족 모두를 거리에 나앉게 했지만 여전히 뻔뻔하게 행동합니다.


처남 집에 얹혀살고 있으면서도 차돌박이가 먹고 싶다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어설픈 자존심만 있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못 사게 되자 분풀이를 하는 등 그의 모습에서 사업실패로 힘겨워하는 가장의 모습보다는 뻔뻔하고 몰상식한 가장의 모습만이 보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공감을 하지 못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뻔뻔하기만 하던 내상씨가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하게다고 나선 것은 다름 아닌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회사 물건을 빼돌리는 것이었습니다. 직장 부하와 함께 사전 답사를 마치고 자신에게 주어진 10분 동안 어떤 방법으로 물건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사전 모의까지 거친 그는 '프리즌 브레이크'처럼 몸에 지도를 그려가며 준비를 합니다.

운명의 순간 서로 약속한 수신호를 받고 열심히 달리던 내상씨는 그것이 담뱃불을 붙이는 상황이었음을 경비원들 바로 앞에서 깨닫게 됩니다. 감옥에 가는 상황까지 상정하고 감행한 그들의 범죄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말았고 내상씨는 다시 힘없는 가장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내상씨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왜 화를 내는 것일까요? 찌질하면서도 아내에게 항상 화를 내고 주먹질까지 가지는 않지만 폭력을 일삼을 듯한 행동들은 거부감을 유발하고는 합니다. 문제는 이런 행동들이 부자였을 때나 쪽박을 찬 지금이나 일관되게 보여 지는 행동 패턴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폭력이 실제 오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는 없었고 부인 역시 그런 내상씨에 맞서는 장면으로 그들의 관계를 추측해볼 수 있게 하며 일방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건네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내상씨만 문제로 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주변사람들에게 소리만 질러대고 민폐만 만들어내는 내상씨는 분명 비호감 캐릭터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만 하는 것은 이런 내상씨의 모습이 진정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실직 가장의 모습은 아니었을까요? 풀죽고 기죽어 아무 소리도 못하고 사는 가장들도 존재하지만 자신의 잘못과 아픔을 이겨보기 위해 초반 의도적으로 소리를 질러대는 내상씨의 모습은 더욱 리얼하게 다가옵니다.

내상씨가 계속 이런 캐릭터로 갈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아직 사업실패가 그저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재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그로서는 이런 호기도 부리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신의 현실이 더 이상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하면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실직 가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120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이제 16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시청자들과 교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내상씨의 현재 모습은 어쩌면 아련하게 보일정도로 초반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모습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상씨의 이런 모습과 함께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몫을 차지하려는 종석과 수정의 애교 작전은 재미라는 측면으로 다가왔습니다. 무뚝뚝함만 넘치는 종석과는 달리, 애교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정의 모습은 대조적입니다.

남매간의 다툼은 어느 집이나 일상이고 그들의 그런 대립은 너무 익숙하기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주도권을 가진 존재는 어제나 여동생이라는 존재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극중에 등장한 수정처럼 자신의 편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타고난 듯한 여동생이라는 존재는 함께 자라는 동안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밉상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삼촌 노트북을 차지하기 위한 수정의 '뿌잉뿌잉' 작전을 경멸하던 종석이 좀처럼 자신에게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노트북을 얻기 위해 과감하게 '뿌잉뿌잉'을 남발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이 장면은 모두 수정의 핸드폰에 녹화되었고 곧 인터넷을 통해 모든 이들이 알게 되는 재미있는 영상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물론 옆집 지원과 선생님에게도 유행이 되었고 길거리 외국인마저 "아이 유 뿌잉뿌잉"이라며 말을 걸어올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종석의 망가짐은 곧 박하선의 망가짐으로 이어질 상황이지요. 개에게 물려 광견병에 걸렸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스스로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하필 "광견병이 뭐에요"라 울부짖는 그녀의 모습만으로도 자기 파괴가 시작된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내상씨의 역할과 공감대가 어떤 식으로 확대되고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일 듯합니다. 아직 사망신고를 하듯 극단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해야 할 이야기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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