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20. 12:42

뿌리깊은 나무 5회-한짓골 똘복이의 귀환이 중요한 이유

회를 거듭할수록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뿌리깊은 나무>는 기본 공식을 잘 수행하면서도 시청자들의 흥미로움을 잃지 않는 영특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화제의 중심이 되고 이 사건을 맡은 강채윤을 통해 사건의 전말들이 조금씩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한짓골 똘복이를 알아 본 무휼, 이제 시작이다




세종대왕의 사람인 허담이 살해당하고 이 사건을 은밀하게 수사할 책임자로 겸사복으로 이제 막 들어 온 채윤에게 임무가 맡겨지게 됩니다. 많은 의문점을 가진 채윤이 수사 책임자가 되는 것이 못마땅한 무휼이지만 세종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는 법이라 의심의 눈초리만 가득할 뿐입니다.

5회가 되면서 중반 이후까지 극의 흐름과 재미를 책임질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 역시 <뿌리깊은 나무>가 흥미롭게 시청자들을 묶어두는 현명한 방법이었습니다. 수사 책임자가 되면서 사건을 풀어가기 위해 찾은 반촌의 백정 가리온을 찾은 장면에서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은 극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4회까지 세종과 똘복이의 고민과 성장이 중요하게 다뤄졌다면, 5회부터는 사건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드러나며 흥미를 배가시키는 방식은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그저 등장하는 것이 아닌 사건과 함께 조금씩 드러내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연출의 힘은 다시 한 번 힘을 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세종이 과감하게 허담 살해사건의 책임자로 채윤에게 맡긴 것은 그가 내민 수사일지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분명 사건의 연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세밀하게 조사를 해왔던 그의 수사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세종은 그를 믿지는 않았습니다.

중요한 인물의 죽음 앞에서 그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그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적을 교란시키고 직접 수사를 진두지위해서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지요. 시체 검안에 대해서는 조선 최고라는 가리온에게 직접 해보 소견을 듣는 파격을 감행하면서까지 세종은 이번 사건에 많은 집착을 보였습니다.

살수 수법이 특이했던 이번 살인사건은 흔적이 남지 않는 교묘한 방법이 동원되었습니다. '건익사공'이라는 암살미기라는 수법은 물 한 방울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특별한 암살 무기였습니다. 코에 물을 쏘고 목을 막아 죽이는 이 비법은 특별한 이들만이 아는 비법이었습니다.

북방 민족들이 말을 죽이는 방법으로 사용하던 것이 암살 비법이 되었고 이를 알고 있었던 가리온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채윤 역시 시체를 보고 죽음의 원인이 '건익사공'임을 알고 있었으면서 밝히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의 스승이 알려준 기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선 최고의 무사라는 무휼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유일한 존재인 이방지의 등장한 마치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신기한 무공을 자랑하며 등장했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칼이 내려오기 전까지 채윤을 둘러싸고 있는 적 십여 명을 순식간에 죽이는 무공은 대단했습니다.

보잘것없는 노인으로만 보였던 그가 그런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 채윤은 그를 스승으로 모시려 하지만 오직 복수심만 들끓고 있는 그에게 무공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무사가 아니라면 결코 자신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이방지에게 똘복이 채윤의 한 마디는 "무사는 아니지만 무사처럼 죽을 수는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의 태생이 무사일 수는 없지만 죽음만큼은 무사처럼 의미를 가지겠다는 말은 이방지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채윤은 들개 같았던 모습에서 진정한 무술의 달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비기들을 몸에 익힌 그는 승승장구할 수밖에는 없었고 그런 실력은 궁으로 입성하게 되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자신의 아버지와 소이를 죽음으로 이끈 세종을 죽이겠다는 일념만 가진 그는 세종과 독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번 사건을 맡게 됩니다. 문제는 이 사건을 통해 그가 밝혀내는 비밀들이 스승과 연관되어지고 있다는 점이지요. 그가 스승에게 배웠던 '건익사공'은 허담을 죽이는 비기로 사용되었고, 윤필을 데리고 도주하는 상황에서는 '출상술'을 통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범인을 쫓으면 쫓을수록 스승의 그림자가 보이는 사건은 그에게 은밀함을 요구하게 합니다. 들어 내놓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승의 정체를 드러내고 그를 쫓는 형국이 될 수도 있기에 채윤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수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세종의 모습이었습니다. 스스로 똥지게를 지고 농작물을 재배하고 한글을 창제하기 위해 한자로는 표현하기 힘든 표음 문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개의 소리를 직접 듣고 표현하게 하는 과정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한글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이 장면은 <뿌리깊은 나무>가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세종이 어떤 방식으로 한글을 창제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장면은 재미있게 다가왔지만 그런 집요함과 과학적이고 인본적인 시각이 없었다면 결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표음 문자는 탄생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한글 창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드라마를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이런 장면들이 중요했지만,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에서 이런 에피소드는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팽팽한 긴장감만 지속된다면 보는 이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밖에는 없지만 이런 식의 이완 작용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배치된다는 것은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며 더욱 효과적인 몰입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장면들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천하제일검을 자랑하는 무휼은 채윤의 상처를 보며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채윤의 상처에는 자신만이 낼 수 있는 도흔이 세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채윤에게 자신의 도흔이 새겨져있는지 알 수 없었던 무휼은 주자소가 폭파된 현장에서 소이에게 분노하는 모습을 통해 채윤이 어린 똘복이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세종을 죽이겠다며 분노하던 그 어린 똘복이가 겸사복이 되어 세종 앞에 등장했다는 것은 복수가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보다 영특한 무사 무휼이 이런 흐름을 감지하지 않았다면 이상한 것이지요. 그렇기에 5회에서 채윤이 똘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은 이후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적과 아군을 분명히 구분해야만 사건을 풀어 가는데 용이한 상황에서 모호한 입지를 가졌던 채윤의 정체가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실어증에 걸렸던 소이가 말문이 트이는 이유 역시 채윤이가 똘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터이고 세종이 다시 한 번 백성을 위해 헌신을 하는 것이 옳은 일임을 확인하게 하는 계기 역시 자신의 힘으로 살린 첫 번째 백성인 똘복이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부터 일 것입니다.

정체를 숨긴 채 세종을 압박해오는 정기준. 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채 목소리만 드러내는 이유는 세종 주변에 그가 존재하고 있음을 의도하는 것이겠지요. 채윤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복수를 키워왔던 정기준과 채윤의 관계와 대립이 어떤 식으로 정립되느냐 도 <뿌리깊은 나무>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듯합니다.

둘 모두 목표가 세종이지만 하나는 오해에서 비롯된 복수심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가문을 몰락시킨 왕을 제거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복수입니다. 이런 두 복수가 충돌을 일으키는 상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는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기에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복잡하게 엮인 관계들과 달리 선명한 이야기의 힘은 <뿌리깊은 나무>를 더욱 재미있게 만듭니다. 역사적 사실 속에 드라마의 재미를 효과적으로 배치해 감각적으로 풀어가는 능력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무휼이 똘복이의 정체를 알아내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뿌리깊은 나무>의 매력은 이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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