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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수능특집은 지식 배틀이 아닌 쌍방향 리얼 극 이었다

by 자이미 2011.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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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지적 능력의 한계는 어디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측정 불가였습니다. 대학생부터 시작해 유치원생까지 그들과 함께 했던 지적 능력 겨루기는 결과적으로 무도의 참패로 끝이 났지만 이는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특집에서 중요했던 것은 쌍방향 리얼 극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과 만들어가는 너무나 리얼한 상황 극




지적 수준을 어떤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요? 참 어려운 문제이지요. 사지선답? 토론? 멘사 측정 방식? 대학입시 형식? 취업 시험 방식? 지적 수준을 계량화된 수치로 따져 누군가를 똑똑하다 바보 다 라고 확정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만큼 우매한 일은 없지요. 이런 우매한 일을 무도는 좀 더 현명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도전했습니다.

연중행사처럼 무도 인들의 지식을 측정하던 그들은 이번에는 자기들끼리의 지식 대결이 아닌 시청자들을 직접 초대해 퀴즈 형식으로 실력을 겨루겠다고 나섰습니다. 언뜻 보면 1:100을 흉내낸 듯한 1:6 대결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지식 배틀이 아닌 철저하게 시청자와 무도 인들이 벌이는 완벽한 리얼 쇼가 펼쳐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상대를 이기면 곧바로 퇴근이 가능한 상황에서 무도 인들은 시작부터 그들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1단계 상대가 서울대생이라는 사실에 경악하는 무도 인들의 모습과 자신을 소개하는 과정은 우리의 모습을 엿보게 합니다. 사회생활하며 타인을 만나면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 중 하나가 출신학교이기도 합니다. 학번을 말하고 학교를 통해 학맥을 찾아 인맥을 만드는 과정은 우리의 모습이지요.

상대가 자신보다 좋은 학교를 다니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들을 강구하고는 하지요. 마치 무도 인들이 단순히 출신학교를 말하면 되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을 꾸미기에 급급한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슬플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잔류 학습을 외치고 한류에 이은 잔류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며 "그렇게 공부를 하고서도 왜...?"라는 말로 장수 생이었던 정준하를 쑥스럽게 만드는 유재석의 농익은 진행은 씁쓸함 속에 흥겨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다 연예 문제로 나온 아이돌 가수의 가수를 맞추며 의기양양한 노홍철의 기세 등등은 예능의 재미를 만끽하게 했습니다. 기후협약을 '그린 콘서트'라 외치는 하하의 밑천 드러난 지식은 스티브 워즈니악을 "워즈 탈모, 워즈 스크림"으로 외치는 씁쓸한 개그감은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고등학생들과 벌이는 깜찍함 대결은 지식 배틀을 능가하는 재미였습니다. 하기 싫다고 해도 시키면 뭐든 다 하는 그들의 모습은 진정한 예능인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을 웃기고 싶다는 여학생은 새우가 날뛰는 모습을 목소리로 흉내 낸다며 "명수! 명수! 명수!"라며 모두를 기겁하게 했지만 정작 재미있는 것은 정준하와 박명수가 보여준 몸 개그였습니다. 하와 수의 환상적인 조합이 주는 재미와 너무나 리얼한 처절한 몸 개그와 함께 "얼마나 쪽 팔린데"라며 자신의 처량한 몸 개그를 숨기기 위해 편집될 테니 소문내지 말라며 주소 적어 놓고 가라는 명수옹의 깨알 같은 애드리브는 환상적이었습니다.

고 2와의 대결에서도 연예 문제를 제외하고는 완패를 당한 무도 인들은 중학교 2학년생들과 대결을 하는 굴욕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명수의 부인과 이름이 같은 출연자를 두고 상황 극을 이끄는 명수와 재석의 개그 역시 농익은 익숙함이 주는 재미였습니다. 중학생들의 구호에 맞선 정준하의 구호를 앞두고 명수옹은 "무한도전이 왜 명성이 있고 7년 동안 오래 갈 수 있는지 알려줄께"라고 외쳤지만 모두가 주눅 들게 만드는 정준하의 응원은 무한도전 미스터리만 더욱 부추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재석이 이야기를 하듯 과연 진정 무도의 비밀은 밝혀질 수 있을까요?

요즘 대세 정형돈의 춤을 보고 싶다는 소녀의 요청에 '팝핀 도니'로 변신한 형돈은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요. 춤 보여줄 수 있느냐는 말에 재석을 바라보며 "축제 때 한 것 보여줘도 되나요?"라는 모습은 마치 학교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듯했지요. 그렇게 진행된 그녀들의 축제 때 보여준 안무는 모두를 자지러지게 만들었습니다.

웨이브까지 갖춘 제법 노련한 춤이 등장하자 많은 기대를 했지만 대반전은 두 명의 다른 여학생들이 추던 메뚜기 춤이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메뚜기 춤은 스튜디오를 발칵 뒤집어버렸습니다. 중학생들과 벌이는 토론 배틀은 무도 인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중2 학생들과의 대결에서도 속절없이 진, 무도 인들은 초등 5학년과의 대결을 벌이는 굴욕까지 당해야 했습니다. 수학문제로 나온 정육면체의 모서리 길이를 내는 문제에서부터 굴욕을 당한 무도 인들은 그나마 조금은 팽팽한 경쟁을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습니다. 길을 선택한 것은 가장 만만해서라는 그들은 중요한 것은 자신도 출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틀리라고 말하는 초등 5학년의 모습은 정말 리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정준하 홀로 남은 상황에서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출연하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일부러 틀려주는 여유까지 보인 초등 5학년의 모습은 리얼 버라이어티다웠습니다. 대놓고 "봐줘"라며 모두가 출연하기를 바라는 초등학생들의 배려는 무도 인들을 침울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초등 2학년들은 노홍철에게 김홍철이라 부르며 기선 제압하더니, 하하의 밤은 두개 들어 있다는 말과 연이은 노홍철의 굴욕은 무도 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초등 2학생에게 영어 듣기 평가에서 패배한 무도 인들은 연예 문제가'뽀로로'가 나오자 속절없이 당하고 맙니다. 오늘의 압권은 "제발 좀 줘져라"에 이어 "네가 2천원 줄께"라고 건네는 초등 2학년 학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통제 불가하고 사전 시나리오도 없는 이들의 리얼함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놓치고 있었던 날 것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유치원생들과 벌인 수도 맞추기 문제는 무도 인들을 절망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쿠웨이트 수도는 쿠웨이트라는 사실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무도 인들은 대학생부터 시작해 유치원생까지 이어진 지식 배틀은 처참할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단순한 형식을 가지고 깨알 같은 웃음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무도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이번 수학능력평가 특집이 주는 특별한 만남은 시청자와 무도 인들이 벌이는 100% 리얼 쇼였습니다.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가감 없이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은 그 자체가 흥겨운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틀을 통해 일반인들이 보여주는 리얼함을 극대화된 웃음으로 만든 이번 특집은 진화한 예능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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