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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34회-시트콤을 버렸다고? 김병욱 시트콤은 이제 시작이다

by 자이미 201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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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 '하이킥3'가 시트콤을 버렸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시트콤이라는 정의가 단순히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김병욱 사단의 시트콤은 시트콤이 아닌 듯합니다. 균형 잡기에 실패한 듯 했던 그들이 32회부터 조금씩 자리를 잡더니 그들만의 스타일의 시트콤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조는 것까지 닮은 내상과 유선은 그래서 행복하다




일부 언론에서 집요하게 시트콤을 버리고 웃음기마저 빼버린 '하이킥3'라며 연일 비난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하이킥3'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기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몇몇 시청자 의견들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김병욱 사단의 시트콤을 이해하지 못한 몰이해의 산물임을 그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를 너무 믿어 망해버린 내상씨는 거지가 되어 빚쟁이들에게 쫓겨 다니고 처남 집에서 기거하면서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자신은 언제든지 재기할 수 있고 그렇기에 이 정도의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말입니다. 여전히 기고만장하고 시대를 거스르는 가부장적인 자세들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려 했지만 현실 속 내상씨는 그저 날개 꺾인 가장의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어렵게 자신의 지탱해주던 이런 형식적인 틀은 지석의 불같은 한 마디에 모두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잊기 위해 더욱 과한 표현들과 표정들로 살아왔던 내상씨에게 지석의 분노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저 언젠가 터질 한 방만을 기다리던 내상씨는 스스로 더 이상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을 다짐한 그에게 처남들의 이야기는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기만 합니다. 생활비로 인해 적금도 깨고 꼭 필요한 물건도 사지 못하는 처남들의 처지는 얹혀사는 내상씨를 힘들게 만들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처남들 몰래 부업을 시작한 내상씨이지만 곰 인형에 눈알 붙이는 것으로는 도무지 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 한 좀처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자신의 장기를 활용합니다. 집 앞에서 낯선 남자가 서성이고 있다는 이유로 집밖에 나서는 것도 두려운 내상씨가 생각한 것은 할머니로 분장하고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이지요.

더 이상 신세지기 부담스러운 유선은 해가 뜨기도 전에 식당 허드렛일을 하러 나서고 그런 아내를 만류해보지만 자신만 더욱 비참해지는 내상씨는 그렇게 할머니의 모습으로 공사 현장으로 향합니다. 너무나 완벽한 분장(?)으로 모두가 그를 할머니로 오해하는 상황에서 낯선 공사장에서 죽어라 일하는 내상씨의 모습은 그전에 볼 수 없었던 진지함이어서 새롭기만 했습니다.


그의 하이킥은 이렇게 작지만 힘차게 시작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생활해야만 하는 내상씨의 모습은 항상 웃는 삐에로와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삐에로 복장이나 분장은 대중들에게 항상 웃음만을 보이도록 준비되어 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눈물과 아픔은 엿볼 수 없듯, 할머니가 된 내상씨의 아픔을 타인들이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지요.

쏟아지는 설거지에 힘들고 집에 들어오면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는 일의 연속이지만 유선은 이렇게라도 동생들에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기만 합니다.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었던 자신들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주고 모든 것을 내주는 동생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반복되던 그녀로서는, 이런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만나게 된 부부는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과거 화려한 모습으로 살아가던 내상씨와 유선씨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들은 행복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잃었지만 자신들을 믿고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는 너무 큰 힘으로 다가왔을 테니 말이지요. 그렇기에 힘겨운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그들이 웃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너무 피곤해 버스 안에서 졸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 닮아있었습니다. 자는 모습까지 닮은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애처롭기도 하고 행복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비슷한 포즈로 잠든 모습은 참 익숙하게 나오는 장면들이지만 내상과 유선의 이 모습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의 부모님을 보는 듯해서였을 듯합니다. 

88세대의 아픔도 지독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회에서 격리되어버린 아버지들의 슬픔은 또 다른 절망으로 다가옵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청년들의 불안감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부양해야만 하는 입장에서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가장의 한계는 지독한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에 그들이 지쳐 쓰러져 조는 모습은 더욱 안쓰럽고 슬프게 다가왔던 듯합니다. 

남들에게는 할머니가 아주머니를 업은 기묘한 모습이지만 유선을 업고 한없이 행복해하는 내상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외면하고 싶은 모습들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들의 모습에서 행복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진지함 속에 재미있는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배치함으로서 시트콤 특유의 상황극에 충실했던 34회는 김병욱 사단의 '하이킥3'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무조건 말도 안 되는 웃음으로 일관하는 여타 시트콤과는 달리, 채플린의 명언인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를 잘 실현해주고는 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시트콤에는 웃음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고는 하지요.

뭔가를 결정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면 보자기를 뒤집어쓰는 습관이 있는 계상. 그런 습관이 언제부터 왜 시작되었는지 34회는 보여주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계상에게 이런 습관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엄마가 만들어준 배넷 이불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계상은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후 그 슬픔을 감추고 어머니를 추억하기 위해 배넷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쓰는 습관이 생겼다고 하지요.

하지만 이사 등으로 인해 잃어버린 배넷 이불을 대신 해 이제는 자신의 머리를 덮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활용하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그리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었어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어머니의 따뜻한 품과 같은 보자기를 뒤집어쓰는 것은 어머니와의 대화를 하는 계상만의 특징이니 말입니다.

계상바라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 삶의 롤 모델로 삼은 지원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계상만을 위한 생각 보자기를 만들어 선물합니다. '생각중'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계상의 생각 보자기가 과연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낼지도 궁금해집니다.

조금씩 캐릭터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역습을 준비하고 있는 '하이킥3'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김병욱 사단 특유의 재미에 몰입할 수 있게 될 듯합니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상황들과 진부한 형식들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과 긴밀한 소통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이제부터 시작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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