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7. 14:10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37회-계상의 변신보다 종석의 처지가 더욱 의미있던 이유

현진영으로 빙의된 계상의 모습이 흥겨웠던 37회에서 주목해야만 하는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운동선수로 살아왔던 종석이었습니다.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자 학생이면서도 학생으로서 존재감이 사라져 버린 그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방치된 운동선수의 비참한 그 자체였습니다.

운동만 강요하는 학생 체육, 사회 부적응자만 양산한 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 대입이 국운이라도 되는 듯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에서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와 운동 중 선택해 하나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은 무수히 많은 이들을 사회적 낙오자로 양산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37회는 두 커플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었습니다. 종석과 지원의 모습은 학생 체육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면서도 둘의 오묘한 관계의 시작을 알리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계상의 미소만 보면 울렁거리는(좋은 의미가 아닌) 진희가 그토록 원하던 취직이 성사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출근 첫 날부터 사고가 연달아 이어지는 진희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불안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청소 등 잔무만 보는 그녀이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계상에게는 소중한 선물도 청소하다 깨트리고 간호사들이 요구하는 일들에서도 연이어 실수만 하는 그녀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상의 미소는 그녀를 더욱 두렵게 만들기만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에게 아픔을 주는 발언을 쉽게 하는 그로 인해 노이로제에 걸린 진희로서는 계상의 미소는 예고된 절망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진희의 예상과는 달리, 계상은 그런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기만 하지요. 간호사에게 혼이 나고 있는 상황에 뛰어들어 다른 말로 화제를 돌려 구해주기도 하는 등 진희가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을 잊게 하는 계상의 훈훈함은 그녀가 보다 익숙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 현진영의 노래를 들으며 청소하는 진희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계상은 신기하게도 현진영이라는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또래 집단에게는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따라 불렀을 법한 존재임에도 전혀 알지 못하는 계상은 진희로 인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진희가 찾아준 동영상을 보며 조금씩 꿈틀대는 댄스 본능은 자연스럽게 회식을 유도하게 되지요. 항상 조용하고 타인을 배려만 하던 계상이 처음으로 웃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현진영의 노래를 부르는 계상을 위해 일부러 간주를 점프해서 노래만 하게 했지만 그게 문제가 되었던 것이지요. 노래방에서부터 웃지 않는 계상이 이상해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냐며 제발 알려달라는 진희에게 계상은 조심스럽게 "간주 점프"라고 말합니다. 


열심히 현진영 춤을 배웠는데 진희가 간주 점프를 해서 보여줄 수 없었다는 계상을 위해 한 달 후 회식 자리에서 그를 위한 무대는 만들어지고 후드 티를 둘러 쓴 계상의 멋진 댄스 본능은 노래방을 가득 메웠습니다. 37회에서 보여준 계상의 행동을 보면 단순히 타인에 대한 배려 심만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진희가 좋아하는(이 역시 동시대를 살았음에도 자신만은 소외되었던 문화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지만) 것을 위해 몰래 연습을 하고 보여주려는 노력은 흥미롭게 다가오지요. 종석과 지원이 아이스 링크에서 연인과도 같은 장면을 보여준 것과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를 물씬 풍겨주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던 37회입니다.  

공부하고 담을 쌓고 운동만 하던 종석은 시험을 마치고 돌아 온 날 아버지의 따뜻한 한마디에 자신의 목표를 새롭게 가지게 됩니다. 학창시절 모두를 아이스하키에 쏟아 부었던 그로서는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문제마저 어려워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더욱 37회 그런 종석의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종석의 전 학교 후배들의 방문이었습니다.

아이스하키를 하던 시절 뛰어난 외모와 실력으로 팬 카페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종석. 그런 종석을 선물 가득 품고 찾아온 후배 팬들은 종석이 2학년 교실로 향하는 것을 보고 실망하기 시작합니다. 더욱 가관은 그가 전교 꼴찌라는 사실을 듣게 되며 팬 카페 탈퇴를 하겠다며 들고 왔던 선물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이들의 모습은 학생 운동의 한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공부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운동만 하는 학생 체육은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운동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적은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중요한 학창시절 최소한의 학업 성취도도 올릴 수 없는 환경은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운동선수로 대성해 프로로 활약하게 된다면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멋진 삶을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에 포함된다면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것인 현실입니다.

학업 성취도도 학생들과의 교류도 거의 없는 운동선수들이 자신이 원하는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살지 못하면 더 이상 답이 없습니다. 여기에 대학 진학도 실패한 운동선수라면 그 힘겨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위대한 탄생2>에 출연했던 전직 축구선수였던 구자명을 보면, 현실 속 꿈이 좌절된 운동선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국가대표로 촉망받았던 그였지만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그만둔 후 살기 위해 배달 일을 해야만 하는 현실은 구자명만의 문제가 아닌 대부분 운동선수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종석 역시 운동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던 학생 체육의 희생자였습니다. 수업과 상관없이 오직 운동만 하면 되는 그들은 그저 운동만이 전부인 삶입니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그저 그들 각자의 고민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최근 학생 야구가 주말 리그제로 바뀌며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틀을 바꾸었습니다. 물론 첫 해이다보니 문제점들이 많이 노출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변화에는 적극 찬성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규정 학점에 미달하면 시합에도 나갈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프로 선수이면서도 박식한 이들이 많은 것 역시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만 하는 현실이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느 하나만을 해서 성공하기는 힘든 구조입니다. 더욱 실패에 대한 보상이나 대안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집중은 소수만을 위한 시스템임이 분명합니다. 종석이 힘들게 다시 도전하는 학생으로서 꿈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학생 운동의 한계를 보여준 37회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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