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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뿌리깊은 나무 20회-훈민정음에 담긴 뜻과 의미가 가장 절실한 시대

by 자이미 2011.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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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글을 만들고도 권력을 독점하고 싶은 무리들에 의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세종. 그런 그가 그 힘겨움을 이겨내고 고민 끝에 내놓은 훈민정음. 그 말뜻에 담긴 의미는 흥미롭게도 그 시대보다 현재의 우리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합니다.

훈민정음, 과연 우리 시대에는 존재하는 가치인가?




훈민정음(訓民正音: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이라는 명칭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은 우리가 왜 감탄할 수밖에 없는 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물론 역사적 사실과 달리 극화된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과정을 통해 세종이 왜 한글을 만들고 이를 반포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는지를 설명해주는 과정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매력적이었습니다.

가장 믿었던 그리고 한글을 만들고 반포를 준비했던 최고의 동지였던 광평대군이 밀본에 의해 숨진 채 돌아온 사실에 세종은 경악합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이 상황 속에서 과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일들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뇌에 쌓일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굳건하기만 했던 세종을 흔들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선택했지만 광평대군의 시해는 밀본 자체에도 균열을 불러왔습니다. 자신들의 대의명분을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예를 섬기는 그들이 군주를 시해하는 상황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글이 반포되면 자신들의 존재 가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과 백성들의 힘을 믿지 못하는 밀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위대한 한글이 반포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옵니다. 세종이 힘겨워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다시 그를 깨닫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백성이었습니다. 실존 인물이 아닌 채윤과 소이가 세종의 지근거리에서 모든 것들을 함께 하는 이유 역시 백성과 세종은 따로 가 아닌 함께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인 태종과는 전혀 다른 왕이 되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백성 때문이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한글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글 반포를 하는 시점 그에게 다시 큰 힘이 되어준 것 역시 백성이었습니다. 평생을 고통을 받고 살아왔던 백성. 그 백성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느냐는 정기준의 말에 심하게 흔들린 세종은 고민합니다. 과연 자신은 백성들을 사랑했을까? 혹은 정기준의 말처럼 백성들을 더 이상 돌보지 않기 위해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행동들은 아니었나? 라는 고민들이 그를 힘겹게 합니다.

아들을 잃고 수십 년을 고생해서 만든 글자까지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백성의 힘. 그 무한한 힘의 원천에 감사를 드리고 그런 백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로 다짐합니다. 모두를 죽여서라도 막으려는 정기준과 백성들에게 모든 힘을 주겠다는 세종의 대결은 그렇게 본격적인 힘겨루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누가 밀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반포가 어려워진 지금. 세종이 할 수 있는 것이란 정기준의 머리 위에서 그를 능가하는 방법으로 한글 반포를 하는 게 전부이자 최선이었습니다.

정면 대결과 측면 공격을 모두 겸해 전방위적으로 한글 반포를 하겠다는 세종의 뜻에 의해 대대적인 작전은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광평대군의 죽음을 통해 분노한 자신이 그토록 부정하고 피하고 싶었던 선조 왕처럼 피의 정치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동안 멀리 했던 태종의 신복이었던 조말생에게 밀본 수사의 모든 책임을 부여합니다.

조말생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세종이 외쳤던 '문의 정치'가 아닌, '피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 표명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런 세종의 변화에 놀란 것은 밀본 조직이었습니다. 그렇게 180도 변한 세종의 모습에 경악스러워하는 이들과 악과 선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이제 세종의 악이 선을 누르고 지배하는 시간이 왔다는 정기준의 모습은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가리온이 세종의 측근에서 일을 했음에도 밀본의 수괴가 아니었냐며 가장 측근사람들을 의심해야만 한다는 조말생은 광평대군을 모신 소이를 잡아들이고 관련 궁녀들을 모두 취조하기 시작합니다. 주리를 틀고 이를 말리는 채윤마저 하옥시키는 상황은 누가 봐도 급격한 변화이자 변신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세종의 변화에 희희낙락하던 밀본과는 달리, 세종은 이 모든 것들을 한글 반포를 위한 준비단계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세종과는 다른 정치관을 지니고 있지만 태종이 유언으로 남겼던 언젠가 궁에서 피바람이 불어오면 그때는 세종을 도우라는 유지를 이어가려는 조말생의 활약은 극적인 연출이 가능하게 만든 일등공신이었습니다. 밀본이 주시하고 감시하는 존재들이 왕족과 관료들이라는 점을 이용한 세종은 분명 정기준보다는 한 발 앞서 있었습니다. 한글 창제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었던 궁녀는 의외의 존재들이었으니 말입니다.

모진 고문을 당하고 노비로 신분이 격하되어 도성 밖으로 내몰린 궁녀들. 그녀들은 한글을 반포하기 위한 측면 공격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백성들 곁에서 그들에게 한글을 깨우치게 하는 역할을 맡게 된 궁녀들이 진정 한글을 반포시키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주역들이었음을 정기준은 너무 늦게 깨닫게 됩니다.

소이를 마음에 품게 된 윤평의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된 궁녀들의 행방은 의외로 세종의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존재들이 그녀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런 그녀들은 모두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라는 점에서 처음으로 마음이 흔들린 여인을 죽이러 가야만 하는 윤평의 슬픈 운명이 예고됩니다. 더욱 소이를 지키기 위해 내려간 채윤과는 목숨을 건 승부를 벌여야만 한다는 점에서 후반 극적인 장면들을 기대하게 합니다.

거지들에게 밥을 해먹이며 한글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게 하고, 아이들에게 엿을 만들어 먹이며 장터에서 노래를 부르는 방법으로 한글을 접하게 하는 세종의 노력은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이 언어가 얼마나 위대한 자산이자 가치인지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한글이 우리에게 전파되지 않았다면 과연 현재의 우리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만약 조선 초기 한글이 만들어지고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면 백성들의 변화는 결코 이렇게 다가올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소수의 권력집단들이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대물림하고 이런 상황들은 결과적으로 공멸로 이끌 수밖에는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2011년 우리가 사는 현재에도 권력을 가진 자들은 국민들의 힘을 얻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힘을 가지게 된다면 그 어떤 저항이 올지 알 수 없다는 정기준의 말처럼 우리 시대의 위정자들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언론을 통제하고 SNS를 세계에서 4번째로 규제하고 감시하는 나라가 되기를 자청하는 것일 것입니다. 백성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없도록 강제함으로서 통제할 수 있다는 미개한 방법은 곧 그들의 자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정작 당사자들은 알지 못하나 봅니다.

그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국민들의 힘이 다시 한 번 세상을 바꾸려합니다. 그 세상이 어떤 세상일지는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도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금보다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의지만큼은 확고합니다. 재벌과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한 한미 FTA를 강제로 진행하고, 수십조의 국방비를 임기 말에 사용하려는 현 정권은 역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저 하루살이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만 채우면 된다는 단세포 같은 존재들이 권력의 중심에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불행입니다.

훈민정음이라는 가치는 단순히 백성을 가르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무지한 이들을 깨우쳐 그들이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는 대의명분을 지는 가치일 것입니다. 세종이 궁녀들을 궁 밖으로 내보내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이를 통해 백성들이 자신의 의사를 우리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현재의 위정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SBS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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