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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88회-하선 폭풍눈물 부른 윤시윤보다 지석을 매력적이게 만든 한 마디

by 자이미 2012.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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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이라면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일까요? 적당하게 모르고 지나쳐도 좋은지 혹은 이해하고 몰라주는 것이 좋은 걸까요? 20년을 넘게 산 내상과 유선과 이제 막 시작된 지석과 하선의 사랑을 통해 이 의문에 대한 접근을 시도합니다. 사랑 그 오묘하고 신기한 행위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마저도 사랑 그 자체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시트콤이란 장르를 넘은 하선의 첫 사랑 이야기




오랜 시간 함께 하다보면 서로의 장단점 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것처럼 일체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함께 생활을 하면 볼 것 못 볼 것 모두 볼 수밖에 없는 부부의 경우 더욱 많은 것들을 알고 살아갈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유선의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보는 내상과 여전히 '야동'사건의 여운이 남아있던 상황에서 이 문제는 서로의 애정을 테스트해보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서로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과연 사랑의 깊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를 많이 알려 노력하는 것은 분명한 사랑의 모습 중 하나이기는 합니다.

서로 얼마나 잘 아는지 문제를 내서 퀴즈를 푸는 그들의 모습은 엉뚱했지만 흥미로웠습니다. 유선은 자신을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남편의 현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너무 많이 몰라 신기하기까지 한 내상은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유선의 새로운 모습을 알 수 있게 되어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워 잠은 자지 않고 계속해서 부인 유선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내상과 남편의 이런 관심이 내심 기분 좋은 유선의 모습은 참 사랑스러운 부부였습니다. 얼굴에 난 솜털까지 다시 보이며 그 마저도 사랑스러운 내상은 지금 이 순간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왼쪽 얼굴보다는 오른쪽 얼굴이 더 예쁘다는 유선의 말에 바로 넘어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내상. 부부로 20년을 넘게 생활한 오늘 새롭게 부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을 다시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조금씩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가고 알아가는 과정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특별함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퀴즈를 내듯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상대방의 모습 속에서 사랑은 다시 꿈틀댈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상대방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사랑스러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지석과 하선의 경우도 바로 이런 사랑이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느낄 수 있는 풋풋함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내상과 유선의 부부싸움이 발단이 되어 서로를 좀 더 알아가자며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이유들에서 시작합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하선의 모습들과 너무 고마웠던 지석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행복해 하는 두 연인의 모습은 사랑스러움이 넘쳐흐르는 듯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필연적으로 다다를 수밖에 없게 되는 질문은 역시 첫 사랑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여자에게 편지를 썼다가 다른 여학생의 서랍에 편지는 전해 우울한 첫 사랑의 기억을 가진 지석과 대학시절 경험했던 첫 사랑에 대해 쉽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하선. 하선의 그런 모습 속에서 첫 사랑의 안타까움을 읽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실내 암벽을 타던 하선은 우연하게 대학 선배를 만나게 됩니다. 군 입대 이후 처음으로 보게 된 선배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다가온 첫 사랑에 대한 아픈 추억은 시트콤에서 이 정도로 애절함을 담아낼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매혹적이었습니다.

대학 새내기였던 하선은 동아리 신입생을 모집하는 왁자지껄함 속에서 그녀의 첫 사랑인 윤시윤과 처음 마주하게 됩니다. 어리바리했던 그녀는 우연히 시윤과 부딛치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가 있는 등산부에 등록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전형적인 낯선 첫 사랑의 기운으로 넘쳐납니다.

시윤을 짝사랑한 하선은 도서관에서도 몰래 시윤을 훔쳐보고 잠든 시윤에게 몰래 음료수를 가져다주려다 깨어난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엉뚱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하선은 동아리 방에서 홀로 음악을 듣던 시윤과 마주하게 되고 그 어색하고 경직된 상황에서 시윤이 건넨 MP3는 두근거리는 그녀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합니다.

만약 그때 학과 선배가 자신을 부르지만 않았다면 어땠을까? 시윤이 전한 사랑 고백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하선의 인생은 어떻게 변했을까? 누구도 알 수 없는 이 운명의 끈은 그들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시윤이 건넨 MP3를 잃어버린 하선은 그게 미안해 시윤을 피하고 시윤은 자신이 건넨 프러포즈가 거절당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시윤의 군입대와 제대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제대를 한 시윤을 보는 하선의 마음이 입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녀의 시윤에 대한 마음은 여전했다고 볼 수 있지요. 동아리 방 청소를 하다 발견한 시윤의 MP3와 그 안에 담긴 시윤의 고백 송은 그녀의 마음을 요동치게 합니다.

자신이 짝사랑했던 시윤이 사실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에게는 그 터질 듯한 감정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인이 된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를 직접 부르며 자신의 감정을 전달한 시윤과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하선의 이 못된 사랑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도 있었습니다. 지리산 칼바위 등반을 하러가는 시윤에게 향한 하선은 차에 올라서려는 그를 발견하고 이제서야 MP3를 듣게 되었다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이런 감정 표현은 지독한 결말로 돌아왔습니다. 하산하는 과정에서 추락해서 숨진 시윤.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진 존재가 사랑 고백을 하자마자 죽음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그녀에게 사랑은 어렵고 힘든 행위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지석의 고백에 아름답고 짧은 황혼을 사랑에 비유하던 하선의 그 모습은 바로 지리산 등반을 앞두고 시윤이 보낸 편지의 영향이었습니다. 함께 황혼을 보러 가자던 시윤이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하선에게 사랑은 그렇게 조심스럽고 겁나는 일이었습니다.

과 선배 앞에서 다시 떠오른 첫 사랑의 기억에 한 없이 눈물을 흘리는 하선은 이제 모두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슬픈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슬프게 울고 있는 하선의 모습을 바라보는 지석은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렵게 자신의 첫 사랑 이야기를 꺼내려는 하선에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소신 있는 한 마디를 건넵니다.

"난 하선씨를 완벽하게는 몰라도 완벽하게 사랑할 자신은 있으니까"

자신도 알 수 없는 자신을 타인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많은 부분 알아가고 닮아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만든 기묘하고도 당연한 일일 뿐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을 완벽하게는 알 수 없지만 그 대상을 완벽하게 사랑할 자신은 있다는 지석의 모습은 매력적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서로를 많이 아는 것이 사랑의 척도가 되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완벽하게 사랑할 수만 있다면 많은 것들을 알지 못한다 해도 그 사랑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슬펐던 하선의 첫 사랑과 그런 아픔까지도 모두 감싸는 지석의 사랑은 무척 닮아 있었습니다.

처음 해본 사랑이라는 감정과 이런 첫 사랑에 대한 기억들 속에서 한없이 슬픈 기억들을 품어내고 오열하던 하선의 모습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폭풍처럼 밀려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하는 그녀의 모습은 어리바리하기만 하던 하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특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남겨지게 되는 첫 사랑. 그 첫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되는 경우들도 있지만 그 비율이 극단적으로 희귀하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첫 사랑이라는 기억들은 아련하거나 아쉽고 안타깝기만 할 듯합니다. 어설픈 시절 그것이 사랑인지도 잘 알지 못하고 보내야만 했던 서툰 사랑. 그 첫 사랑에 대한 로망을 보여준 88회는 김병욱 사단의 장점인 애절한 사랑의 완결판이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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