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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103회-계상과 함께 한 여행 의미와 지원이 편지를 태워버린 이유

by 자이미 201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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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상의 르완다 행이 얼마 남지 않으며 그를 좋아했던 이들의 감정 정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진희가 먼저 마음을 정리했고 지원이 마음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등장하며 '하이킥3'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계상이 쓴 편지와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태워버린 지원의 행동은 무슨 의미일까요?

지원은 왜 계상의 편지를 읽지도 않고 태웠을까?




'하이킥3'가 종영을 얼마 남기지 않으며 관계들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성장과 이별, 그리고 사랑 등 일상의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들을 담담하게 담아가던 그들의 모습에서 종영의 그림자는 강하게 다가오고 있네요. 지원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구제불능에 가까웠던 수정이 몰라보게 달라지는 과정은 103회 가장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기부병에 걸려 친구 생일에 자신이 생일 파티비용을 모두 댄 승윤. 그런 승윤을 나무라며 친구에게 비용을 다시 찾아온 수정은 자신이 그 돈을 관리해주겠다고 합니다. 육하원칙에 의거해 필요한 돈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에만 검토하고 주겠다는 수정의 당돌함에 승윤은 힘겨워하고 종석은 수정이 모두 가로채려는 수작이라 이야기합니다.

피시방에 가기 위해 돈을 달라는 승윤에게 쓸데없이 그런 곳에 가느냐며 나무라는 수정의 모습은 마치 엄마나 연인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좀처럼 돈을 주려하지 않는 수정의 모습을 보며 종석은 분명히 돈을 다 썼을 것이라며 의심을 합니다. 하지만 침대 밑에 숨겨둔 승윤의 돈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며 그녀의 진정성은 여전히 보존이 되었지만 수정에게는 비껴가기 힘든 유혹의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LA 유학시절 만났던 친구들이 벌인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옷을 뒤적이던 수정은 자신이 파티에 입고 갈 옷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맙니다. 하루만 입고 환불하면 된다며 스스로를 타협시켜 승윤의 돈으로 옷을 산 수정에게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교환해야 할 옷에 음식물이 잔뜩 묻어 교환도 불가한 상황이 되었고 생필품을 사야 한다며 돈을 요구하는 승윤에게 마냥 거절만 하기도 힘겨웠던 수정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아침 일찍 주유소에서 시작해 학교 수업이 끝나면 편의점에서 그리고 길거리에서 가계 홍보를 하는 등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수정의 모습은 기존의 그녀와는 너무 달랐습니다. 천방지축에 용돈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 모든 것을 활용하는 수정이 승윤을 위해 남몰래 일을 하는 것은 의외였기 때문입니다.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돈을 요구하는 승윤에게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을 주며 수정이 하는 이야기는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스스로 돈을 벌어보니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된 수정이 기부병에 걸린 승윤에게 부모님이 힘들게 벌어서 준 용돈 아껴 쓰라고 하는 모습에서 수정의 달라진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여전히 용돈만 받아쓰는 이들에게는 수정의 변신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이들에게 수정의 변신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계상을 찾아간 지원은 함께 방문 진료 길에 동참합니다. 이미 경험이 있었던 지원에게는 계상과 함께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의미가 생기고 즐겁기만 합니다. 그런 지원이 당황스러워하는 순간은 원하지 않는 장소에서 이뤄집니다. 할머니 치료를 해주고 계상은 이젠 제가 아니라 더 좋은 선생님이 방문치료를 해줄 거라며 조만간 이별이 다가올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지요.

지원도 계상이 르완다 봉사활동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를 명확하게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요. 어쩌면 지원은 자신이 대학생이 된 이후 계상이 르완다로 떠난다면 자신도 함께 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막연함을 가지고 있었던 지원에게 계상의 급작스러운 모습은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계상이 미안해 할 필요도 지원이 그렇게 당혹해할 이유도 없었지만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쉽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계상에게 표현한적 없었던 지원은 그날 밤 땅굴에서 계상에게 '행복하게 사랑하는 감정을 정리하는 방법'을 묻습니다. 사랑하는 감정을 정리하는데 행복한 방법이란 쉽게 찾을 수 없지요. 사랑하는 마음을 접어야 하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중단해야만 하는 것인데 그런 행위 자체가 즐거울 수는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계상에게는 지원의 이런 고백이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진희의 경우도 그랬듯 그저 동생으로 봤던 그녀가 자신에게 사랑을 품고 있었다는 생각에 어찌할 줄을 모르는 계상으로서는 쉽지 않은 날들입니다.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고 가는 지원과 그렇게 남겨진 계상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보건소 앞에서 계상을 기다리던 지원은 그에게 자신도 '눈썰매장'에 데리고 가달라고 합니다. 지원이 그런 곳에 가는 것을 좋아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자신도 그런 것 좋아한다며 해맑게 웃습니다. 지원이 눈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것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그녀에게 눈은 자신을 짓누르던 트라우마였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했던 뉴질랜드 여행에서 거대한 눈은 그들을 고립시켰고 그 지옥과도 같은 시간들은 결국 아버지와 이별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지원은 기면증에 걸렸고 남들이 다 좋아하는 눈을 증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면증 치료를 거부했던 것은 기면증으로 갑자기 잠이 들어야만 겨우 아버지와 만날 수 있었기에 지원에게는 그건 병이 아니라 아버지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었습니다. 그렇기에 기면증 치료는 그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눈에 대한 트라우마는 여전히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고 눈이 주는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기 힘든 병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 제안해 계상과 함께 설원 여행을 가자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담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계상과 함께라면 상관없을 것이라는 말로 계상은 아버지와 동급이 되었습니다. 지원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떠나보내는 장소로 자신을 옥죄던 공간으로 초대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왜 하필 그녀가 자신의 첫 사랑을 정리하는 장소로 눈 덮인 곳을 선택했을까요? 언뜻 보기에는 뉴질랜드의 눈 쌓인 평원과도 비슷해 보이는 그곳에서 그녀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이러니하고 의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녀를 지독하게 옥죄던 공포의 장소에서 그렇게 해맑게 웃으며 마지막 추억을 쌓는 장면은 당혹스럽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지원은 과거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힘겨워했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수동적으로 자신이 버림받은(구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떠난 아버지였지만)채 고립되었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눈이 쌓인 공간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그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그녀가 그동안 딱딱한 알을 깨트리고 깨어나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남들은 알 수 없지만 지원에게는 특별한 의식일 수밖에 없었던 계상과의 눈 여행은 그래서 의미를 가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던 기억의 틀을 깨고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눈'이라는 매개체와 아버지와 계상을 통해 이루는 지원의 모습은 그래서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계상은 나름의 생각과 고민을 담아 지원에게 편지를 건네지만 지원은 그 편지를 읽지 않고 태워버리고 맙니다. 지원에게는 형식적일 수밖에 없는 계상의 글보다는, 자신의 행위를 통해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남으로서 편지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고 보면 지원이라는 인물을 상당히 강인한 존재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스스로 인내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발현시킬 줄 아는 존재라는 점에서 지원은 계상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계상 역시 어린 시절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히 그를 지배하고 있고,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이 현재의 계상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지원은 어린 계상의 환생과도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알에서 깨어나 스스로 날기 시작하지만 좀처럼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 그들은 어쩌면 가장 불행하거나 그 어떤 이보다 행복한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진지하고 복합적인 캐릭터였던 계상과 지원의 모습은 서로 닮아 있어서 더욱 애틋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그들이 분명한 한계와 현실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고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현재의 감정 정리가 영원한 이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을 향해가는 '하이킥3'에서 이별은 이렇게 시작되나 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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