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9. 12:04

보통의 연애 4회-시청자들에게는 특별한 연애 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으로 만난 그들의 사랑은 결코 쉬울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들을 옥죄고 있었던 수많은 억압들 속에서 자신들만의 삶을 살고 싶었던 그들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함마저 힘겹기만 합니다. 그저 평범한 연애 한 번 해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이 연인들의 안타까움은 그렇기에 희망적이었습니다. 

역설을 통해 본질을 집요하게 파헤친 보통의 연애는 걸작 이었다


 

아버지의 등장은 윤혜에게는 반가움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동안 자신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한 아버지를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윤혜와는 달리 재광은 이런 상황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윤혜의 아버지가 범인임이 명확하고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들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린 데이트. 그 설렘에 환한 미소를 짓던 윤혜의 모습에 마음이 더욱 답답하고 힘겨워지는 것은 그녀가 사실을 알게 되면 멀어질 수밖에는 없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범인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면 윤혜의 성격상 그에게서 멀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재광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녀와의 데이트가 마냥 즐거울 수는 없었습니다. 스티커 사진을 함께 찍자고 제안한 것 역시 마지막 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윤혜는 재광의 이런 부탁에 다음에 같이 찍자는 말로 그와의 데이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단순 교통사고만 일으켰고 진짜 범인은 강목수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경찰에 잡히고 구속되면서 모든 것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신념을 가지고 아버지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 확신하며 작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왔던 그녀에게 지독한 현실은 힘겹기만 했습니다. 

 

경찰서에서 마주한 재광의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보지만 돌이킬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재광의 어머니가 건넨 분노는 윤혜만이 아니라 재광마저도 힘겹게 합니다. 폐부를 찌르는 재광 어머니의 분노 속에 상처를 입은 것은 그저 윤혜만의 몫은 아니었습니다. 모두에게 상처일 수밖에 없는 사건 속에서 누구 하나 상처입지 않은 이는 없었습니다. 가해자 가족이나 피해자 가족 모두에게 상처인 사건 속에서 가장 힘겹고 아팠던 것은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힘은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피해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음껏 비난을 해도 된다는 생각과 가해자 가족이기에 모든 수모를 감내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가치는 그들을 더욱 힘겹게만 할 뿐이었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가 아님에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가해자 가족의 슬픔은 피해자 가족의 아픔만큼이나 크고 깊은 상처였습니다. 

7년 전 사건이 발생한 직후 깊은 수면 아래로 빠져들던 자신의 기억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윤혜는 그 지독하도록 힘겨운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자신은 아버지가 진범이 아니라고 확신을 했기에 그런 고통도 감내할 수 있었지만 이제 살인자의 딸이 된 이상 분명한 것은 재광을 만나서는 안 된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는 윤혜.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재광이 깊숙하게 들어와 있었습니다.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깊게 들어와 버린 그에 대한 사랑은 그녀를 더욱 힘겹게만 할 뿐이었습니다. 

재광이 자신 형의 비밀까지 윤혜에게 알려주며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그녀는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마음속에는 그와 함께 도망이라도 쳐서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그녀는 그저 살인자의 딸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었던 분노는 결국 폭발하게 되고 억압되었던 갈증이 솔직하게 드러나며 재광과 어머니의 갈등은 진실을 찾게 됩니다. 재광은 그동안 형과 자신이 비교되며 어머니가 자신은 자식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만 생각해왔습니다. 차라리 자신이 죽었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왔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지요. 자신은 어제나 재광이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었지만 겉돌기만 하던 아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재광이 어머니와 다툼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면 윤혜는 아버지 면회를 통해 자신의 마지막 희망마저 잃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말을 믿고 살인자가 아니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아버지가 진범임을 알게 되는 순간 그녀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픔에 힘들어 합니다. 사람을 죽여 놓고도 그렇게 된 상황들을 모두 타인에 의한 것으로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윤혜에게는 절망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재광과 함께 도망을 치고 싶었던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할머니였습니다. 자식을 면회 간 할머니는 그렇게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고 수술도 하지 못한 채 죽고 말았습니다. 그 시간 현장검증에 함께 재광은 자신의 형을 잔인하게 죽인 윤혜의 아버지를 보며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해버리고 맙니다. 일부로라도 거부하고 싶었던 진실과 마주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분노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윤혜의 전화를 애써 외면하고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온 재광은 일상의 삶을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살인자의 딸로서 살아가야만 하는 윤혜는 할머니가 남긴 유서를 보며 오열합니다. 마치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이라도 하듯 통장과 메모를 윤혜에게 남겼습니다.

"김윤혜 보아라. 너는 잘못하지 않았다. 니 갈 길 가라. 괜찮다"

글씨도 삐뚤어지고 맞춤법도 엉망이지만 진심이 가득한 할머니의 마지막 유서는 윤혜를 오열하게 만듭니다. 그 지독한 사랑. 그 사랑을 어떻게 해보기도 전에 힘겹게 마음고생만 하다 하늘로 떠나버린 할머니. 그 할머니가 남긴 마지막 글에도 여전히 어리고 아픈 손녀에 대한 사랑이 잔뜩 담겨져 있었으니 말입니다.

서로를 잊지 못하는 남녀는 다시 만나게 됩니다. 윤혜의 집에서 어색한 하루를 보낸 그들은 윤혜와 재광이 7년 전 만났던 공원으로 함께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윤혜는 재광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건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연애를 해왔었고 그러니 이제 헤어지자며 건넨 그녀와 악수를 하고 되돌아선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지독할 정도로 사랑해서 헤어져야만 하는 연인들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서로의 단점들만 나열하고 헤어진 이들은 비로소 그들을 억압하고 짓눌렀던 힘겨움에서 벗어납니다. 지독하고 그래서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연애를 마감한 그들은 각자의 삶에서 희망을 바라봅니다. 절망만을 가지고 살았던 재광은 다시 사진작가로서 살을 시작합니다. 단 한 번도 마음껏 입을 벌리고 먹지 못했던 햄버거를 사먹으며 한없이 환한 미소를 짓는 윤혜의 모습에서는 당당한 자신이 보였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사진을 찍던 재광과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윤혜가 골목에서 서로 엇갈리며 마무리된 이 드라마는 그래서 아름다웠습니다. 어설픈 해피엔딩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이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엔딩은 없을 것입니다. 

분명 그들은 그렇게 다시 사랑을 하고 함께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으로 만나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이들은 그렇게 자신을 억누르고 억압해왔던 고통 속에서 벗어나 비로소 진솔한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점에서 가득한 희망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두 가족의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비교해 보여주며 그 고통의 무게가 결코 다를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뉜 남겨진 가족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만으로 이 드라마의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그동안 바라보지 않았던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보통의 연애>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유다인과 연우진이 보여준 담백하지만 매력적인 사랑이야기와 이현주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힘은 김진원 피디의 매력적인 영상과 하나가 되며 최고의 작품으로 남겨졌습니다. 용서와 화해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을 매력적인 이야기의 힘과 영상, 그리고 탁월한 연기로 만들어진 <보통의 연애>는 시청자들에게는 그 짧은 4회 동안 특별한 연애로 다가왔습니다. 

이 드라마가 명품 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는 단순한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나 본질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섰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본질에서 가장 두렵게 다가오고 무겁게 경계 지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관계를 통해, 화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이라는 명제들을 매력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일 것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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