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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110회-빵꾸똥꾸 해리의 변화는 무엇을 암시하는 걸까?

by 자이미 201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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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번의 방송이면 '하이킥3'도 끝이 납니다. 여전히 그들의 관계는 어떤 모습일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그 흐름은 다른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극단적인 방식의 당혹스러운 결과가 나오기 힘든 것은 해리 1년 후의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을 듯합니다.

뒤끝 대마왕 계상과 열폭 마녀 하선의 대결




간디가 선방 날리게 하는 계상과 분노조절 기능에 문제가 있는 하선의 농구장 대결은 뒤끝 대마왕 계상의 분노 게이지만 급상승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벌인 농구장의 마지막 승부는 적나라하게 자신의 밑바닥까지 본성을 드러낸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좀 더 본성을 드러낸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들게 합니다.

카메오들이 대거 출연하는 과정에서 '빵꾸똥꾸' 해리의 귀환은 반가웠습니다. 천방지축 해리가 성장하면 아마도 수정이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는데 둘이 만나 '빵꾸똥꾸vs스튜핏'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의 싸움을 보는 듯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지원은 종석과의 과외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항상 남자에게 차이기만 해왔던 지선은 줄리엔이 그날 포장마차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상황에서도 방어적인 자세로 피하기만 합니다. 

관계들은 성장하기도 하고 때론 정체가 지나쳐 퇴보하기도 하듯 그들의 모습 역시 그런 모습들이 드러나며 마무리에 대한 힌트들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해리가 1년 후 종석의 답답한 연애를 보며 변화를 가지듯 그들의 모습 역시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다가오는 것은 여전히 김병욱 사단의 감성 때문이겠지요.

볼수록 은근히 잘 어울리는 지석과 하선은 농구 데이트를 즐기고 돌아오며 그 지독했던 '딱밤'의 추억을 되새김질 합니다. 다 좋은데 왜 나한테만 그렇게 못되게 구는지 알 수가 없다는 하선의 말을 언제 등장했는지 계상은 듣고 맙니다. 자신이 잠자고 있을 때 강력한 '딱밤'을 때린 것도 하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여파는 무척이나 강인하게 다가왔습니다. 

함께 식사를 마친 후 가볍게 시작한 '거지와 왕자'게임은 다시 한 번 하선의 이마에 혹을 만들었고, 얄밉기만 한 계상이 미워 그는 '간디가 선방 날리게 하는' 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승부욕이라고 하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하선에게 연속으로 당한 잔인한 아픔은 농구장에서의 승부에서 최고치로 발현됩니다. 해서는 안 되는 그리고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는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하선에게는 최악의 순간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왔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농구 데이트를 하던 지석과 하선 커플은 보건소 배드민턴 대회를 위해 연습하러 온 계상과 만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대결을 하게 됩니다. 지는 팀이 식사를 사기로 한 대결은 하선에게 엄청난 의욕을 만들어냅니다. 승부사 기질이 대단한 하선으로서는 계상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런 복수심이 강렬하면 할수록 문제가 되는 것은 승부에 집착하게 되면 승부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오직 계상을 이기고 싶었던 하선의 무리수는 결국 스스로의 분노 게이지만 급상승시키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얄미운 계상은 우월한 실력으로 하선을 놀리기에 바빴고 집착하면 할수록 분노가 생기는 계상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이고 말았습니다. 슛을 쏘려는 계상의 뒤에서 바지를 벗겨버린 것이지요. 체육관은 순식간에 침묵이 지배했고 어떠한 리액션도 보이지 않던 계상은 차분히 바지를 입고는 집으로 행하고 그날의 황당함은 마무리됩니다. 

문제는 뒤끝 대마왕인 계상이 이 일을 결코 잊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하선은 내상 부부에게도 미운털이 박히고 계상에게도 밉상 캐릭터로 구축되어 버린 이번 사건이 두고두고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자신의 침대에서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몸부림을 쳐본다 한들 그 황당함은 사라질 수가 없었습니다. 매번 자신과 마주친 계상은 허리띠를 움켜쥐며 하선을 놀리고 급기야 출근하던 계상은 하선을 의식해 역도용 벨트를 힘껏 잡아채 개미허리가 되어버리게 만드는 신공으로 '뒤끝 대마왕'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차분하고 이성적이기만 계상이 이런 엉뚱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그리고 왜 그 대상이 하선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계상에게 가장 편하고 재미있는 존재는 하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어둡고 혹은 삶의 무게를 가지게 만드는 부분이 아니라 한없이 가볍고 재미있는 삶을 만들어주는 존재가 하선이라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그 하선이 바로 동생 지석과 연인 사이이니 말입니다. 

지원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보조출연을 하는 종석은 감독의 딸인 해리와 만나게 됩니다. '빵꾸똥꾸'를 외치며 촬영장을 휘어잡는 해리에게 종석이라는 존재는 대단함으로 다가왔고 그런 해리는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원과 종석의 현재를 바라봅니다. 

둘의 미묘함을 목격하고 해리가 종석에게 건넨 "좋아하면 말해, 그리고 좋아하면 되지"라는 솔직함이 정답 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한다면 답은 하나 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이지요. 천방지축이었던 해리가 1년 후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은 어쩌면 '하이킥3'의 등장인물들에게 필요한 행동들이 아니었나란 생각도 해봅니다. 

지원과 종석, 줄리엔과 지선의 미묘한 감정들이 과연 어떻게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지만 해리가 건넨 방식만이 정답 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사랑을 받아본 적 없었던 지선은 좀 더 자존감을 찾아야만 하겠지요. 줄리엔이 단순히 술에 취해서 저지른 행동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숨죽인 채 변화에 귀 기울여야 하는 존재는 여전히 지원입니다. 

종석의 마음과 자신의 계상에 대한 마음 사이에서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하던 그녀가 자아를 찾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행위가 그동안 '하이킥3'가 보여주었던 박민영이나 신세경처럼 죽음으로 끝나기 보다는 자아를 찾는 외롭지만 의미 있는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랑이란 점을 찍듯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는 점에서 누군가와 짝이 되고 사랑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진부한 방식보다는 지원 스스로 자아를 찾는 과정을 통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해리처럼 자기중심적인 성격은 아니기에 지원의 선택은 자아를 찾는 여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르완다로 계상과 함께 갈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낮아 보이고 그렇다고 그녀가 평범한 고3 생활을 할 가능성도 낮아 보입니다. 갑자기 심적 변화를 일으켜 종석과 러브 라인을 구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그런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행위란 자아를 되찾는 여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곳이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가득한 뉴질랜드일 수도 있고 인도여자라는 별명이 보여주듯 인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하이킥3'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점과 그녀를 통해 마무리의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점입니다. 

시원한 결론과 담백한 과정들이 아닌 미묘하고 복잡하고 뭐라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혼란이 지배하는 '하이킥3'는 그래서 매력적입니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 자체가 이렇게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결말을 맺을지 알 수는 없지만 확정적인 가치를 주입하기보다 각자의 생각을 요구하는 열린 형식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은 '하이킥3'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로 남은 열 번의 이야기를 채울지 기대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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