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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Documentary 다큐

무언가족-우리 가정은 과연 소통하고 있을까?

by 자이미 2012.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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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걸쳐 방송된 '무언가족'은 이 시대 대화가 사라진 가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습니다. 대화가 단절되고 그렇게 단절된 가족들은 더 이상 가족이라 부를 수 없는 기묘한 동거인들도 남겨진 채 반목과 대립만이 공존하는 전쟁터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실체를 가감 없이 드러낸 '무언가족'은 우리의 모습이라 더욱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가족의 문제는 곧 사회 전체의 문제 일 수밖에는 없다 

 

 

 

 

 

과거 제왕적 존재로 군림하던 아버지는 이제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버지의 역할을 규정하고 그 권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하지만, 산업화와 남자의 역할에 따라 자연스러운 지위체계 정립이 가장 합리적이며 긍정적인 답변으로 다가옵니다.

 

과거 힘을 통해 가정을 꾸려가야만 하던 시대와 달리, 현대 사회는 힘이 아닌 두뇌로 그 노동 가치를 획득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남성 위주의 사회는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몰락의 과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혼란을 겪을 수밖에는 없었고 그런 혼란은 결국 극단적일 경우 가족 붕괴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산업화 시절의 단순한 노동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통해 재구성되었고, 재벌 위주의 산업체계가 점점 강력해지며 노동자의 지위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오직 수익만을 최대 가치로 생각하는 재벌들은 기존의 노동 시장을 파괴하고, 그렇게 무너진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수많은 아버지들은 결국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피해자로 낙오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들을 모두 잡아먹는 괴물 재벌들은 오직 자신들과 하청업체만이 존재하는 산업구조를 만들었고 이렇게 단순화된 산업체계 속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은 당연한 수순이 되었고 세계화라는 기치아래 현지화 작업은 곧 국내 노동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갔다는 점에서 가족의 붕괴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안정적인 직장이 사라지며 불안해진 가장은 곧 가정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없게 만들었고 그런 불안함은 가정 전체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쩌면 '무언가족'의 탄생은 예정된 수순일 것입니다. 그런 '무언가족'이 일시적인 현상이나 한정적인 표적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점점 그 범주를 확대해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무언가족'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가족 군의 문제를 통해 가족의 해체 직전까지 내몰린 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핵가족화 된 가족에서 그들의 대화가 왜 단절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고 치료를 하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며 그 날것이 주는 생생함은 너무 적나라해서 두렵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로 극화된 이야기로 등장했다면 어쩌면 일상의 또 다른 왜곡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무언가족'들이 등장해 그들의 문제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직시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강렬한 메시지는 무척이나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버지의 강압적인 모습에 어린 시절 주눅 들며 살아야 했던 아들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되자, 아버지를 외면하고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어쩌면 수많은 우리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의 경계는 급격하게 변한 사회와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권위적인 지위를 부여받았던 아버지와 달리 그 존재가치가 무의미해지고 있는 현대 사회의 괴리감을 그 부자는 그대로 간직하고 대립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들과 아버지의 힘의 대결만이 아니라 딸과 아버지의 대립, 그리고 어머니와의 다툼 역시 가족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지에 대한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서로 다른 시각으로 가족을 바라보고 타인에게는 감히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함부로 내지르며 가장 소중해야만 하는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는 우리의 모습은 적나라해서 나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순은 결국 가족이라는 가장 든든해야만 하는 틀이 깨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숨기고 싶었던 진실은 잔인할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무언가족'에 등장한 가족 집단은 그저 이상하고 특별한 존재들이 아닙니다. 우리들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너무나 평범한 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의 틀이었습니다. 모두가 등장했던 가족들처럼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혹은 그들 보다 더욱 극단적으로 서로를 경멸하는 가족들도 분명 존재하기도 할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반목하고 너무 가까웠기에 멀어질 수밖에 없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 원인은 중요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복잡다단한 이야기들이 얽히고설킨 문제라는 점에서 해법이 단순화되고 하나로 규정될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따라 해법 역시 달라질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공통된 문제이자 해법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함부로 대하는 행위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남이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참고 순화시켜서 대화를 하는 우리에게 가족은 그저 스스럼없이 아무이야기나 할 수 있는 무촌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모습이 조금 더 나아가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무너지고 서로를 함부로 대하는 관계로 파괴되어 간다는 점에서 문제의 핵심은 다가옵니다.

 

가족이라는 너무 따뜻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서로를 헐뜯고 경멸하는 장소로 변하게 된다면 그보다 지옥 같은 공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족이기에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만 한다는 점에서 가족 문제의 핵심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에서부터 다시 고민해 봐야만 할 듯합니다.

 

나는 과연 부모님들과 어떤 시각을 공유하고 있는지 혹은 자식들에게 자신의 가치관만을 투영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들이 좀 더 솔직하게 이뤄진다면 '무언가족'들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다가오는 요즘 가족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소통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가 불신과 불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언가족'은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현재 소통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요?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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