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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추적자 손현주의 복수 극에 왜 시청자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by 자이미 2012.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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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함께 분노하게 만드는 손현주의 연기는 '추적자'를 흥미롭게 만들고는 합니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로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그에게 시청자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하는 것은 단순히 그의 탁월한 연기력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비합리적이고 부당하게 구축된 권력에 의해 파괴되는 서민들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층층이 나뉜 권력아래 숨조차 쉬기 힘든 서민들의 삶

 

 

 

 

딸이 가장 좋아하는 한류 스타의 차에 치여 숨진 사건. 그 사건을 풀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형사. 대통령 후보로서 선거에 나서기 위해 약점을 잡아야만 했던 정치인. 정치인을 머슴처럼 생각하던 재벌가의 타락. 어떤 상황에서도 본질을 바로보지 못하고 현상에만 집착하는 언론 등 우리 시대의 권력의 실체와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추적자'는 매력적이고 때론 불쾌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추적자'를 보기가 힘겨워지는 대목은 손현주가 연기하는 백홍석의 모습이 지독할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수를 위한 복수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가족 모두가 사망한 상황에서 홀로 남겨진 가장의 분노가 그저 드라마의 매력으로 다가오기 보다 현실의 무게감이 그대로 전해진 듯해서 이 드라마가 두렵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집스럽게 복수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드라마로 인해 지속적으로 시청을 하기에 불편해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쩌면 드라마가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 구조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축소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돈 권력이 모든 권력을 집어 삼켜버린 대한민국에서 피라미드처럼 구축된 권력의 최상위 층에 올라선 것은 재벌들입니다.

 

그들의 막강한 돈 권력은 세상 모든 것을 자신들의 발 아래 놓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재벌가의 모습은 낯설지는 않습니다. 정치 권력에 의해 태어난 재벌은 몸을 키우더니 이제는 자신을 만든 정치 권력마저 집어삼킨 채 모든 권력의 최상위층에 올라서서 자신들이 왕이라도 된 듯 행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추적자'에서는 권력의 층위를 4개로 나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강동윤은 대한민국 최대 재벌 한오그룹의 사위입니다. 지지율이 60%가 넘어서며 출마만 하면 대통령 당선이 유력함에도 장인인 서회장은 그에게 출마를 포기하라 강요합니다.

 

이미 자신의 아들인 영욱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이유로 사위인 강동윤을 증오하는 존재가 바로 서회장입니다. 서회장의 유일한 아들인 영욱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전형적인 재벌 2세입니다. 어차피 모든 재산은 자신에게 상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던 그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는 바로 처남인 동윤이었습니다. 그룹 내에서도 영욱과는 달리, 탁월한 능력으로 그의 자리를 위협하자 정계로 보냈더니 이제는 대통령이 되고자 합니다.

 

이런 동윤을 가족의 눈이 아닌 치열한 경쟁자의 모습으로만 보는 서회장과 영욱으로 인해 그는 대통령 후보로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자신의 아내이자 서회장의 딸인 서지수가 운전하던 차에 여고생이 치였고, 이후 아이돌 스타인 PK 준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부터 입니다.

 

위기에 몰려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던 객식구 같았던 동윤은 아내의 문제를 통해 기사회생하게 됩니다. 가족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서회장으로서는 모든 패를 쥐게된 사위를 내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렇게 구축된 불안정한 관계는 PK 준의 사상초유의 법정 살인으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대통령 후보인 사위나 다른 국회의원들을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마름이라 부르는 서회장. 그는 수시로 법무장관과도 통화하는 존재입니다. 그 어떤 누구에게도 막힘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서회장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마저 우습게 보는 존재입니다. 마름의 우두머리가 된다 한 들 달라질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추적자'가 제시하고 있는 권력의 층위를 보면, '재벌>정치인>법조인>기자'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저 드라마의 이야기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틀이 아닌, 우리 사회의 피라미드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재미가 드러납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는 서회장 일가의 몰락은 이미 예정되어 있고, 그런 일가의 마름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정치인 강동윤의 운명 역시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습니다. 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찾아가던 아버지 백홍석이 모든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모든 것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사회적 명망가들이 하나 같이 썪어 문드러진 존재라는 점과 그들에 의해 낙오자로 찍힌 이들이 진정한 사회적 영웅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익숙한 반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재벌가의 극단적인 모습 속에 그들과는 전혀 다른 서지원이라는 기자가 존재합니다. 검찰 집단에서 낙오자로 취급받던 최정우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법정 사상 최초의 살인사건을 목격한 후 이 사건에 집착할 수밖에는 없게 됩니다.

 

단순한 교통사고라던 사건이 법무장관이 사임까지 하며 아이돌 스타의 변호인을 자처하는 상황이 이상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강압이 철저하게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고 있음을 감지한 최 검사에게 법정 살인사건은 강렬함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백홍석이라는 형사가 왜 그렇게 분노해야만 했고, 세상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보다 객관적으로 사건을 재해석하고 풀어내는 존재가 최정우 검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최 검사와 서 기자의 활약은 '추적자'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뿌리 깊은 상납 고리와 백 형사의 진실을 찾는데 함께 했던 황반장과 조형사는 자신의 식구같았던 백홍석을 잡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백 형사를 잘 알고 이번 사건이 철저하게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재해석되고 만들어졌음을 알고 있는 이들이 과연 백홍석의 복수에 어떤 역할을 할지도 궁금해집니다.

 

의도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법정에서 피의자를 살해한 백홍석을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처한 상황이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대우받는 서민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철저하게 재구성된 사건으로 인해 진실은 숨겨지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세상에 아무런 권력도 가지지 못한 서민들은 언제나 피해자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지독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 시스템 속에서, 백홍석은 아버지와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그 거대하고 오만한 권력들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시청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손현주의 광기어린 연기만이 아니라, 그처럼 오만한 권력에 복수하고자 하는 극중 백홍석에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복수를 백 형사를 통해 대리만족 하게 한다는 점에서 '추적자'는 흥미롭고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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