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8. 07:05

추적자 16회-홀로 남겨진 손현주와 박근형의 상반된 표정이 중요한 이유

수많은 호평이 이어졌던 '추적자'가 16회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완성도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 해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 바로 '추적자'가 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사회 각 층위를 대상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하나의 사건을 통해 그들의 치부를 모두 끄집어내서 우리 사회의 모순들을 이야기로 만들어낸 '추적자'는 최고였습니다. 

 

손현주, 아버지의 이름으로 얻은 정의 모두를 울렸다

 

 

 

 

 

대통령 투표 날 오후 공개된 강동윤 후보와 백홍석의 영상은 모든 것을 바꿔버렸습니다.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만 하던 강동윤은 대통령 당선이 유력했지만 숨겨졌던 진실이 밝혀지며 추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90%가 넘는 투표율은 곧 그를 몰락으로 이끌었고, 상대적으로 덜 나쁜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냈습니다.

 

91.4%에 담긴 의미가 바로 4.19 민주혁명이라는 사실은 박경수 작가가 지니고 있는 시각을 엿보게 합니다. 4.19 민주혁명을 통해 얻어낸 자유를 군인들의 군화로 짓밟고 만들어낸 5.16 쿠데타를 왜곡해서 어쩔 수 없었던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이 시대 그의 이런 모습은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사회 각 층위의 이야기를 소속된 개개인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재벌과 정치인, 그리고 사법기관과 언론인 등 각 직업의 층위에 속한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추적자'였습니다. 이들의 관계가 하나가 되고 모두 뒤틀려버린 사건이 바로 백홍석 형사의 딸인 백수정의 교통사고였습니다.

 

재벌가의 딸인 서지수가 애첩인 아이돌 스타 PK준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부주의로 사고를 내면서부터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이들이 하나가 되기 시작합니다. 화학적 결합도 힘겨웠던 이들은 결국 불협화음을 내며 폭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 층위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의 비리가 드러나며 대한민국 사회의 어둠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권력에 대한 탐욕은 결국 살인으로 이어지고 이런 살인마저 자신의 원대한 꿈을 위해서는 당연한 희생이라 여기는 정치인들. 자신이 구축한 권력을 빼앗기지 않으려 살인에 적극 동조하는 무리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진정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었던 듯합니다.

 

작가가 사회 각 층위의 사람들을 등장시킨 이유는 그들 각자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드러내고 싶었던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자신들이 살아가는 방법과 가치들을 지니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재벌이나 가난한 형사나 그들이 느끼는 행복의 크기는 다르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다만 그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잡히지도 않는 더 큰 행복을 차지하기 위해 부리던 탐욕이 결국 모든 것을 망가트릴 수밖에 없음을 몰랐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을 것입니다.

 

심신미약을 이유로 적은 형량을 받고 풀려날 수도 있었던 백홍석은 탐욕에 찌든 이들과는 달랐습니다. 다른 이들이 자신의 죄를 숨기고 덮으려 혈안이 되어 있던 것과 달리, 백홍석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달게 죄 값을 받겠다고 합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죽은 딸의 명예를 위해 그는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오직 딸에게 씌워진 불명예를 걷어내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아버지의 투쟁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법 위에 군림한 존재들로 인해 진실이 왜곡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어버린 법정에서 그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모습으로 법복을 입은 자들을 혼내고 있었습니다. 조용하게 하지만 강렬하게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정을 강렬하게 비판하는 백홍석의 모습은 그래서 감동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백홍석의 투쟁은 곧 최정우의 정의감을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백홍석을 위한 변호사는 그만두고 그가 백수정의 변호사를 자청한 것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재수사는 자신이 검사시절 할 수 없었던 성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촘촘하게 엮여있던 고리들을 풀어내는 과정들은 법정 드라마로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그들의 벽을 증거들과 논리들로 조금씩 무너트려 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환호를 받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모든 패를 쥐고 있는 신혜라를 궁지에 몰아 자백을 받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서지수를 법정에 불러오기 위해 신혜라를 흔드는 최 변호사와 이를 막기 위해 신혜라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기로 한 신 회장의 싸움은 결국 정의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자만했던 신혜라는 자기 무덤을 파고 말았습니다. 서지수를 보호하고 그 대가로 아직도 버리지 못한 정치인의 꿈을 꾸던 그녀는 살인자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서지수와 PK준이 나누던 문자가 담긴 증거물이 그녀를 곤경에 빠트리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스스로 자신이 PK준의 애인이라 강변한 그녀는 결정적인 증거를 예상하지 못한 채 스스로 깊은 수렁에 바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런 수렁은 손을 잡아주기 위한 미끼였다는 점에서 최 변호사의 전략은 서지수를 법정에 세우게 만들었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어서도 편할 수 없었던 수정은 아버지의 노력으로 인해 겨우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억울하게 죽은 수정은 마약사범에 원조교제까지 일삼은 파렴치한 여고생으로 남겨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아버지 백홍석은 자신의 딸을 죽인 강동윤의 8년 형보다 많은 15년 형을 언도 받습니다.

 

법정 살인에 도주, 보복 등 검찰이 주장한 모든 것들에 유죄를 선고 받으며 중형을 선고한 재판관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당연했습니다. 비록 기록으로 남겨진 범죄 행위들만 보면 그의 중형은 당연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이 선고는 부당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15년 형을 선고 받고 백홍석이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죽은 딸이 자신에게 "아빠는 무죄야"라고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아버지 백홍석. 그는 당연히 무죄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감옥에 갇힌 채 딸이 자신의 생일 선물로 사준 면도기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모두 떠나고 홀로 남겨졌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것은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신의 안위와 탐욕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던 백홍석은 그래서 외로운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그렇게 정의와 억울함을 찾아낸) 감옥에 갇힌 백홍석과 달리,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권력을 유지한 서 회장의 모습은 쓸쓸하기만 했습니다.

 

회장 직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성에서 보고를 받고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서회장. 하지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남은 있는 탐욕을 채우기 위해 아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교통사고 진범으로 큰 딸은 구속된 상황은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손자는 부모들의 문제에서 벗어나게 하려 외국 유학을 보낸 상황에서 사랑스러운 막내딸마저 자신의 곁에서 떠나버린 상황은 그에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거대한 저택에 홀로 남겨진 서회장. 텅 비어버린 집은 화려함은 여전하지만, 사람의 온기는 전혀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그에게 온 전화는 그 역시 권력의 고리 속 하나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아들 문제로 권력의 눈치를 봐야하는 서회장은 총리의 아들 병역비리 문제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른 권력을 가진 아들을 구해야 하는 서회장은 절대 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닌 그 역시 권력을 구걸하는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백홍석과 서 회장 모두 홀로 남겨졌지만 너무 다른 두 남자의 표정에서 '추적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어떤 삶이 더욱 가치 있고 행복한지에 대해서는 시청자들 각자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추적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고 있는 손현주와 박근형의 상반된 표정은 우리가 무엇을 지향해야만 하는지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층위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하나의 사건을 통해 모두 연결시켜 거대한 사회문제로 나아간 박경수 작가의 탁월한 능력은 감탄만 나올 정도였습니다. 교조적이지 않고 쉽지만 강렬하게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인간'에 방점을 찍어 풀어내는 솜씨는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탁월한 이야기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해준 연기자들이 존재했기에 '추적자'는 명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

 

손현주와 김상중, 그리고 박근형으로 이어지는 명품 배우들의 열연만이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류승수, 강신일, 박효주, 장신영, 고준희, 김성령, 조재윤, 김도연 등 수많은 배우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했던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이 배우들 역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듯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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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2012.07.18 08:4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2.07.18 09:27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지요. 탐욕스러운 권력에 잡착하는 이유가 이렇게 영원 불멸에 가까운 무한 권력을 그들에게 쥐어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담아내는데 주력했다고 봅니다.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끈질기게 현실적인 감각과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