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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Entertainment 연예

싸이 서울시청 광장공연, 다른 수식어 필요 없이 싸이는 그저 싸이였다

by 자이미 201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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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2주 연속 2위를 기록한 싸이. 영국 차트를 석권한 유일한 아시아인 싸이.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지형도 자체를 바꿔버린 싸이. 그가 이명박 정부 들어 완벽하게 막힌 서울시청 광장에서 10만의 관객들과 용광로 같은 열정을 뿜어냈습니다. 

 

싸이의 그저 싸이스러웠던 모습이 이 지독한 열정을 만들어냈다

 

 

 

 

늦은 10시 열리는 공연에 6시가 되기도 전에 시청 광장은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들을 위해 준비한 비표 700장은 공연 2시간 전에 이미 배포가 끝났고, 12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운집했다고 합니다. 그 넓은 광장만이 아니라 주변 건물들과 대한문 앞까지 가득한 그 공간은 우리가 2002 월드컵에서 느꼈던 그 감동과 열정이 그대로 살아 난듯 했습니다.

 

경찰추정 8만은 실제 10만이 넘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넓은 그 공간을 빼곡하게 채운 관객들은 누군가 요구하거나, 돈을 주고 동원한 이들도 아닙니다. 이틀 전 갑자기 결정된 그 공연에 10만에 가까운 관객들이 모였다는 사실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권력에 의해 막혔던 광장. 열정을 표출할 수 없었던 국민들이 얼마나 그 광장을 그리워했는지 싸이 공연은 잘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억압과 분노 속에서 절망만이 보이던 대한민국에서 싸이는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싸이가 빌보드 2위가 되어서 반가운 것이 아니라, 30대 중반을 넘긴 배불뚝이 쌍둥이 아버지가 그 절망의 시대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중들은 열광하는 것일 겁니다.

 

학교 폭력과 청년 실업, 몰락한 중산층, 극대화된 빈부의 차, 절망 외에는 보이지 않는 미래 등 2012년 대한민국은 그저 절망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한 힘겨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절망과 분노가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이런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의 모습마저도 역겨움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건강한 열정으로 바꿔준 싸이의 공연은 그 자체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미국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서 빌보드 1위를 하기를 바라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그가 그런 1위에 대한 열망보다 국내로 돌아와 공연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번 공연으로 잘 드러났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상징적인 1위보다는 자신을 싸이로 봐주는 팬들 앞에서 딴따라 본연의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대학공연에서 자신의 열정을 모두 발산하고, 콘서트에서도 왜 싸이가 최고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공연을 통해 자신이 비록 빌보드 1위를 하지 못하더라도 시청 광장에서 무료공연으로 자신에게 보여준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발언은 그의 열정의 진정성을 엿보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싸이의 발언에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응했고, 그렇게 싸이의 서울 광장 공연은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일부 정치권에서 싸이 같은 가수에게 광장을 열어주고, 4억이나 되는 혈세까지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채우고 그 억눌린 분노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데 4억이면 너무 싼 가격은 아니었을까요?

 

여의도에서 매년 수백억이 넘는 국민의 혈세를 소비하는 누군가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싸이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경제, 정치 등 사회를 이끄는 주요한 역할들을 폄하할 수는 없지만 문화가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싸이가 보여준 이 감동은 황폐해졌던 많은 시민들에게 최소한 싸이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풍요로운 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치유의 값을 4억으로 충당했다면 이는 마법과도 같은 일일 뿐입니다.

 

싸이의 공연이 흥미로웠던 것은 현장에 모인 이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었고, 유스트림과 서울시청 페이지에서도 생중계를 하며 엄청난 동시 접속자 수를 만들어낸 싸이의 공연은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이었습니다.

 

폭주로 인해 한없이 끈기는 영상들(유튜브는 7만9천 정도에서 버퍼링, 유스트림은 1백 2십만 정도에서 버퍼링)이 이야기를 해주듯 싸이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은 상상을 불허할 수준이었습니다. 군대를 두 번이나 갔다 오고, 대마초 사건으로 가수로서 생명력이 다했던 싸이. 그는 다시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하나가 되었고 현재의 싸이가 되었습니다.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자신의 잘못을 여러 번 용서해준 국민들이 아니었다면 현재의 자신은 존재할 수도 없었다는 발언은 허언으로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세. 그런 그를 마음으로 용서하는 모습이 정치인들이 말로만 외치는 그런 상생의 정치, 국민대화합의 모습일 것입니다. 잘못으로 공연장에 서지 못했던 지난 힘겨운 시간 그가 느꼈던 많은 고민들은 '여러분' 노래와 함께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언제나 지금의 무대가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한다는 싸이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하고 싶은 열정의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월드컵 응원을 위해 모였던 그 시절의 기억을 넘어서는 싸이의 서울 광장 공연은 대한민국 대중문화 공연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기념비적인 공연이었습니다. 그 어떤 경제적인 타산 없이 오직 자신을 현재의 싸이로 만들어준 팬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싸이는 역시 그저 싸이였습니다. 싸이였기에 가능했던 싸이의 공연은 그가 왜 12년 만에 새로운 전성기를 누릴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싸이라는 딴따라의 반란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열풍과도 같은 싸이가 무언가를 노리고 열심히 미친 것이 아니라,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던 그는 진정한 딴따라였습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가진 싸이의 공연은 딴따라의 열정이 국민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대한민국 공연 문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 저녁이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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