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6. 10:25

이선균의 행진과 하정우의 577 프로젝트가 보여주는 국토대장정의 예능화

이선균이 주인이 되어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해 함께 걷는 여행을 담은 것이 바로 <행진>입니다. 걷는 것만으로도 예능을 만들 수 있다는 신선한 도전은 반갑습니다. 예능 전성시대에 무한 경쟁을 하는 그들에게 색다른 소재에 대한 갈증은 이제는 걷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에서 만족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선균의 행진은 하정우의 577 프로젝트와 뭐가 달랐나?

 

 

 

 

추웠던 올 겨울 이선균의 초대를 받고 국토대장정을 위해 모인 이들은 널리 알려진 이들보다는 대중들에게 낯선 이들이 전부였습니다. 유해진과 오정세, 그리고 역도 선수인 장미란을 제외하면 연극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걷는 모습을 바라보는 예능이란 참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토대장정을 하는 과정은 담는 것은 <행진>이 처음은 아닙니다. 가장 핫한 배우인 하정우와 공효진이 주연으로 등장했던 영화 <577 프로젝트>가 바로 원조 국토대장정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한 시상식에서 하정우의 발언 때문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하정우가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해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요상한 영화입니다.

 

리얼한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 다큐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다양한 영화적 요소와 장치들이 합해진 이 작품은 흥미로웠습니다. 비록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걷는다는 그들의 목적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이런 생경한 소재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서기 어렵게 했습니다. 하정우와 공효진이라는 배우가 등장한다고는 하지만, 익숙한 내러티브가 존재하지 않는 로드 다큐와 다름없는 이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577 프로젝트'가 영화가 아니라 좀 더 캐주얼한 방식으로 TV 안으로 들어오면 달라질 수도 있음을 '행진'이 보여주었습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인 <행진>은 분명 모든 부분을 영화 <577 프로젝트>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처음 모이는 과정이나 이를 통해 국토대장정을 떠나는 장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을 수밖에 없어 다양한 가치들은 영화가 보여준 가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보다 높은 수준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방송에서는 보다 규격화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길을 걷는 다는 행위는 무슨 목적을 위해 바쁘게 걷는 것이 아니라면 무척이나 중요한 행위가 됩니다. 최근 올레길을 비롯해 수많은 길들이 유행하는 것은 그만큼 현대인들이 복잡한 그 무언가를 버리고 걷고 싶은 유혹에 빠져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여행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지고, 여행과 관련된 예능과 프로그램들이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도 그런 대중들의 욕망이 반영된 탓일 것입니다.

한 겨울 힘겨운 걷기는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국토대장정을 전문적으로 인솔하는 이가 참여해 참가자들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기는 하지만,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친근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낯선 공간에 낯선 이들과 함께 걷고 먹고, 자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일상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올레길과 같은 편안하게 걸으며 힐링이 되는 방식이 아닌, 타이트한 목표를 가지고 정해진 시간과 기간 안에 목적을 이뤄야 하는 국토대장정과 같은 걷기는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합니다. 자신 스스로에 대한 도전의식을 고취시킨다는 점에서 나약해진 자신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되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스스로 목표의식을 잃고 자아를 상실한 이들에게는 고된 걷기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행위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행위에 직접 참가한 이들이 극심하게 경험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과연 시청자들이 어떤 느낌으로 이를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보도 프로그램들에서 다큐 형식으로 국토대장정을 따라다며 담아낸 영상들은 많습니다. 그런 그들의 행진과 달리, 예능으로 변신을 꾀하는 대장정이 과연 어떤 변별성과 가치를 담아낼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을 하기 힘들 듯합니다. 시작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이냐를 이야기하기에 <행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니 말입니다.

 

영화의 형식과 내용을 거의 전부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새롭지는 않습니다. 그저 출연자가 바뀐 리메이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행진>의 아쉬움은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음식을 해먹고, 낯선 잠자리에서 느끼는 감정들과 걷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움들을 모두 담아낼 수 있다면 흥미로운 예능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시작부터 건조하게 움직이기만 하는 <행진>은 3일차까지 특별한 감동이나 재미를 선사하지는 못했습니다. 걷는 행위에 대한 가치는 색다름으로 다가올 수 있었지만, 이를 예능으로 만들어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낯선 장르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당연합니다.

 

걷는 행위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조금 더 부각시키고 예능적인 요소들을 보다 과감하게 담아낼 수 있다면 <행진>이 정규 방송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겨울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모두를 움츠리게 하고, 이런 환경이 예능 적 요소와 재미를 반감시키게 한다는 점에서 계절에 대한 선택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만큼 감동이 그 요소를 지배해야 하지만 그 부분도 약했기 때문에 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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