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1. 10:05

그 겨울, 바람이 분다 4회-조인성 송혜교 솜사탕이 씁쓸하게 다가온 이유

돈을 위해 스스로 타인이 되어 영이의 집으로 들어선 수. 눈이 보이지 않은 영을 이용해 거액을 얻으려던 수는 시간이 흐르며 점점 그녀가 자신의 마음 속 깊이 들어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감출수도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그들은 그래서 슬프기만 합니다. 영이의 마음을 얻어낸 중요한 가치였던 솜사탕은 그저 어린 기억 속 달콤함이 아닌 씁쓸함으로 다가온 이유는 그들의 사랑은 아플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기억은 사라지고 씁쓸함만 남아버린 솜사탕

 

 

 

 

타인의 기억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비밀의 방에 숨어든 수는 그곳에서 진짜 수와 영이의 과거를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행복했던 이들의 기억을 바라보며 수가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그리움보다는 간절함이었을 듯합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가져볼 수 없었던 그 아득한 기억을 이식받기 시작한 수의 모습은 슬프게 다가 올 뿐이었습니다.

 

비디오로 녹화된 기억들을 하나 둘씩 자신의 기억으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그가 느낀 감정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방안 가득 담겨져 있는 수와 영이의 기억들. 그 기억의 파편들을 바라보며 수가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자신이 가지고 싶은 관계였을 듯합니다.

 

수가 영이에게 깊은 공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엇일까? 어머니에게 어린 시절 버려졌던 아이 수와 부모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 버려진 영. 그들의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버림을 받은 인물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난 그들의 감정이 거칠게 이어지고 있지만, 그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외로움은 그들을 강렬하게 채워주는 가치입니다.

 

스스로 진짜 수가 되어야 하는 가짜 수의 행동은 진짜 수보다 정교해야만 합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거짓된 마음을 표현해야만 하는 만큼 그 행동은 더욱 진실 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수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영이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하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진짜 오빠였다면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행동들은 진짜가 아니기에 더욱 냉철해질 수 있었고, 그런 수의 행동은 결국 영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끊임없이 수를 의심하고 그를 실험하는 영이와 이를 이겨내야만 하는 수의 감정싸움은 흥미롭습니다. 그런 수와 영이 가까워지는 계기는 꽃을 심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애증을 드러내는 희선이 갑자기 그들을 찾아오고, 갑작스럽게 이어진 비밀의 공간을 채우는 꽃 심기는 영이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만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영이 수에게 "도와줘"라는 말을 할 정도로 가까워진 모습은 고무적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추억을 공유하던 공간. 그 공간이 방치되어 있어 새롭게 꽃으로 장식한다는 수의 행동은 영이에게 진정성으로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항상 집과 복지원에서만 살고 있는 영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수의 행동은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세상 밖으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녀를 데리고 중태 카페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한 수. 그런 수의 행동으로 인해 영이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했던 영이에게 이런 행동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수에 의해 끌려갔던 파티는 영이에게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볍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 속 장소를 목격하고 그 안에 담겨있던 솜사탕을 기억해낸 수로 인해 영이는 그를 진짜 오빠라고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그들의 관계가 완벽하게 하나가 된 것은 바로 강가였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한 기억이 담겨있는 그곳에서 물수제비를 하는 수의 행동은 영이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그 기억은 영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라는 점에서 영이를 다시 시험에 들게 합니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영이를 발견하고 구해낸 수는 거침없이 그녀의 뺨을 때립니다. 그런 행동을 통해 영이는 자신 앞에 있는 존재가 그렇게 찾아다니던 오빠가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나무라던 오빠 수의 모습이 현재 자신 앞에 있는 수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영이의 행동은 오빠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수의 행동은 그가 영이를 그저 사기의 대상이 아닌 사랑하는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뺨까지 때린 수의 행동은 과도함이었다는 점에서 무모하기까지 했습니다. 같은 기억을 공유하지 않은 그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그 행동은 영이에게는 추억의 연장이지만, 수에게는 사랑의 시작이었습니다.

 

수와 영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수에 대한 불안과 부정이 긍정과 확신으로 변하고 있는 영이와 달리, 수를 위협하는 인물들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수를 위험에 빠트리고 감옥까지 가게 만들었던 존재인 여배우 소라가 영이의 회사 모델로 등장하면서 불안감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돈과 복수가 전부인 무철이 소라에게 수의 사진을 보내면서 불안감은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수를 감옥까지 보냈던 소라라면 그 어떤 행동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무철에게 수는 단순히 돈을 받아내기 위한 대상은 아닙니다.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가 사랑했던 남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버린 여자에 대한 그리움이 복수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무철의 행동은 단순히 돈으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영이의 약혼자인 명호에게 수는 불쾌한 존재입니다.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엄청난 재산을 빼앗아갈 수도 있는 존재가 등장하자 명호가 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는 것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유전자 감식에서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 명호는 이름이 같은 수가 살고 있는 장소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철과 마주한 명호가 과연 어떤 결과를 얻을지는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무철로서는 수를 긍지에 몰아넣고 죽일 수도 있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수가 영이를 조금씩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무철에게 그런 쉬운 방법은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가 스스로 영이를 죽이도록 요구하는 무철에게 명호는 그저 놀이개 감 일 뿐이니 말입니다. 자신이 느꼈던 고통보다 더욱 큰 고통을 수에게 심어주려는 무철의 행동은 잔인하게 다가옵니다.

 

수의 상처를 만들어낸 존재인 중태 역시 요주의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수와 친했던 형인 중태. 하지만 그가 순수하게 수를 위해준 착한 형은 아닙니다. 왕 비서에게 돈을 받아 카페를 차리고 살아가는 그에게 수와 영이는 그저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존재일 뿐이었으니 말입니다. 수가 보여준 상처를 바라보며 자신의 기억이 맞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사진들을 찾는 그는 수를 위협하는 또 다른 존재일 뿐입니다.

 

재산보다는 영이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왕 비서의 모습도 모두를 불안하게 합니다. 왕 비서가 영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눈을 잃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눈이 안보이면서 자신의 손을 잡고 아줌마라고 불렀던 영이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왕 비서에게 영이가 아픈 것은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영이의 현실은 곧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왕 비서의 모습은 집요한 애착과 집착의 산물이었습니다. 그런 집착이 과연 어떻게 다가올지 알 수는 없지만 수와 영이의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영이 주변에 오직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재산만을 탐하고 있는 이들만 가득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녀를 위협하는 수많은 존재들 사이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오빠라는 존재가 과연 영이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흥미롭기만 합니다. 수와 영이가 달콤함 솜사탕을 함께 먹으며 행복해한 모습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모습은 결국 슬프고 아픈 사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합니다. 

 

지독할 정도로 매력적인 이야기와 연기자들의 숨 막힐 듯한 연기. 그리고 이런 그들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는 영상까지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명품 드라마임이 분명합니다. 감각적인 영상과 섬세한 이야기, 그리고 조인성과 송혜교가 만들어내는 아프도록 아름다운 연기는 매력적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Trackback 0 Comment 1
  1. 마음속의빛 2013.03.14 20:15 address edit & del reply

    이 글을 보니.. 참.. 묘한 생각을 하게 되네요.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외로워했을 오수와 주변에 사람은 바글바글한데 외로움을 느껴야 했을 오영.
    오수는 외로움을 이겨내고 고독한 한마리 늑대가 되었고,
    오영은 외로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왕비서에게 사육되어 왕비서의 인형이 되어 버렸네요.

    고독한 늑대는 인형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게 된다는 점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원작이 대단히 성공한 작품이라고 하셨지만,(이 전 리뷰)
    사실 일본 내에서는 망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낮은 시청률이었죠.
    국내에서만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었는데, 그 이유에는 아마도 각 케릭터에 대한 묘사가 부족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주연배우 두 사람의 연기에서 모든 상황을 상상해낼 수 있는 한국인 특유의
    멜로드라마 상상력이 이 드라마를 명작으로 격상시켰다는 느낌입니다.

    그랬던 드라마에 노희경 작가의 필력이 합쳐져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