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7. 10:06

너의 목소리가 들려 2회-이보영은 왜 속물이 되어야 했을까?

하나의 사고를 통해 맺어진 지독한 운명과 인연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구축하는 틀입니다. 죽음 앞에서 살아난 소년과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린 아이의 생명을 구한 소녀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사고 이후 타인의 마음을 잃는 능력을 갖게 된 소년과 변호사가 된 소녀는 그렇게 10년이 지나 만나게 됩니다. 

 

고성빈의 살인미수 사건;

장혜성은 왜 속물이 될 수밖에는 없었을까?

 

 

 

 

한 달에 88만 원 버는 것이 전부인 변호사 장혜성은 편안한 수익을 위해 국선 전담 변호사에 지원합니다. 3, 400만 원은 고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국선은 현재 상황에서 장혜성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변호사가 되기는 했지만 뛰어난 실력을 가지지도 못해 로펌에 가지도 못했고, 검사로 임용되지 못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들의 폐업과 몰락이 거센 상황에서 사자 들어간 직업들의 수난 시대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속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장혜성은 정말 인간적입니다. 드라마이면서도 현실적인 인물의 등장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장혜성과 함께 국선이 된 차관우의 경우는 이상적인 인물입니다.

 

경찰관이었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 변호사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그는 자신이 원했다면 대형 로펌에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국선이 된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불쌍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국선 변호사가 된 차관우는 순박할 정도로 모든 것을 믿는 존재입니다. 마치 어른이 되지 못한 순수한 어린 아이와 같은 인물입니다. 

 

첫 사건인 장애인을 변호한 차관우의 변호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말을 무조건 믿고 변호에 나선 차관우는 모든 것이 그런 막연한 믿음이 모든 것을 망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을 찾은 변호인의 말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관우는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지적받았음에도 그 순수함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합니다. 

 

가난하다고 무조건 약자인가? 가난하면 다 착하고 억울할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쉽게 인지하고 있는 이런 극단적인 가치 평가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이 재미있었습니다. 속물인 혜성이 변호를 하게 된 성빈의 경우는 전혀 다른 지점에 있는 존재입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공부와는 담을 쌓고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이 학교생활의 전부인 고성빈은 살인미수로 몰려있습니다. 4층 음악실에서 여유롭게 손톱 손질을 하던 성빈은 갑자기 시끄러워진 상황에 놀라고 맙니다. 자신이 놀리던 동희가 추락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놀라는 성빈과 달리 아이들은 곧바로 그녀가 동희를 밀었다고 의심을 합니다. 

 

왕따의 주범인 성빈은 많은 아이들에 의해 성빈을 4층에서 민 인물이라고 지목합니다.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그녀의 평소 행동이 만들어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그녀가 다른 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만으로 그녀가 하지도 않은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맙니다. 

 

가난한 장애인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 차관우의 시선과 왕따를 저질러왔기에 살인미수가 당연하다는 장혜성의 시선은 우리가 바라보는 일반화된 시각입니다. 획일화된 시각 속에서 과연 정의는 무엇이고, 그런 정의를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결국 법을 집행하는 이들의 중요한 역할일 것입니다. 

 

정의로운 존재로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던 그 누나를 어렵게 만난 수하는 자신이 생각하던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합니다. 반 친구인 성빈이 죽고 싶을 정도로 억울한 상황에 처해있는데 믿었던 혜성은 철저하게 속물근성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하는 혜성이 변호를 맡았다면 성빈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혜성은 검사보다 더욱 독한 그녀의 모습은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10년 동안 찾아다녔던 혜성이 이런 말도 못할 정도의 속물이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맙니다. 하지만 수하는 쓰레기 통에 버린 노트를 다시 줍는 행위를 통해 그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준 후에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해했던 혜성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일을 했음은 분명하지만 범죄자의 강압에 두려워하는 소녀 혜성의 모습이 여전히 성인이 된 그녀에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자신의 운명을 뒤바꾼 사건은 폭죽 사고와 현재가 닮았다는 도연의 생각을 읽은 수하. 그리고 그런 수하의 말에 자신이 현재 변호하는 사건이 너무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퇴학을 당해야만 했던 자신과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성빈의 경우가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자신의 억울함을 믿어주는 이는 엄마가 유일했다는 사실은 이번 사건과 너무 유사합니다. 

 

성빈 곁에는 엄마가 아닌 수하가 존재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읽는 그의 능력을 생각해보면 혜성의 경우가 다를 것이 전혀 없습니다. 심각한 고민을 하던 혜성은 살인미수를 주장하는 검사 도연을 상대로 무죄를 주장합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수하의 능력을 믿은 혜성은 어려운 진실을 찾기 위해 다시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해 감옥에 가게 만든 장혜성에게 복수를 할 날만 기다려왔던 수하 아버지 살인자인 민준국이 풀려나며 10년 전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용기는 다시 살인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는 점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혜성 변호사로 등장하는 이보영은 왜 속물이 되어야 했을까요? 그리고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은 왜 등장하는 것일까요?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이들의 역할과 '왜?'에 주목해야만 합니다. 

 

속물 혜성과 판타지를 담당하는 수하의 역할은 흥미롭습니다. 수하의 능력을 현실적인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혜성의 조화는 최강이니 말입니다. 판타지와 현실을 절묘하게 엮어놓을 수 있는 조합이라는 점에서 이런 구성은 대단히 현명하게 다가옵니다. 

 

수하가 만약 혜성이 아닌 마냥 착하기만 한 관우와 하나가 되어 사건을 풀어간다면 이는 완벽한 판타지 드라마에 머물 수밖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철저한 속물인 혜성과 하나가 되어 문제를 해결해 간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현실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한 이상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하가 담당하고, 철저하게 현실적인 혜성이 그런 이상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성장형 드라마처럼 꾸며진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이보영이 속물이 되어야 했던 것은 철저하게 드라마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판타지 일 수밖에 없는 수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꿈꾸는 이상을 가진 그와의 결합은 그래서 매력적입니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의 양 극단에 서 있는 혜성과 수하는 그래서 최고의 조합입니다. 단순한 사랑이야기를 벗어나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주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점점 매력적이기만 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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