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 10:05

불의 여신 정이 1회-너무 익숙한 사극 결국 문근영에게 기댈 수밖에 없나?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극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불의 여신 정이>는 특별함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도예공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것이 다를 뿐 기존에 봐왔던 사극의 틀을 그대로 이식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립과 복수,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과연 어떻게 꾸며질지는 결국 문근영에게 달려 있습니다. 

 

익숙한 방식으로 접근한 불의 여신 정이;

더는 새로울 것도 없는 사극의 한계, 문근영은 넘어설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사극들은 한때는 왕을 위주로 담아냈습니다. 과거의 사극이 왕 중심의 사극이었다면 최근의 사극은 왕 주변의 여인을 앞세운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궁궐에 존재하는 다양한 직업들이 전부 열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사옹원 분원이 새로운 장소로 선택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최초의 사기장이 되는 정이의 성장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결국 정이를 연기하는 문근영의 역할에 집중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폭군과 성군 사이를 오간 광해군과의 사랑을 담을 <불의 여신 정이>는 결국 문근영의 카리스마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32부작으로 준비된 이 드라마의 핵심은 문근영입니다. 

 

유을담과 이강천의 대결 구도는 초반부터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거리에서 그릇을 굽던 을담과 달리, 좋은 집안을 가진 강천은 궁궐 안에서도 경쟁자입니다. 위상을 본다면 대결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강천이지만, 기교 없이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을담은 그에게는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사옹원 분원을 맡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강천은 을담을 궁지에 몰아넣으면서도 자신이 모든 것을 차지하려 합니다. 신분차이부터 자신이 당연히 분원이 되어야 한다는 자부심은 옹졸하게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을담에게 시기심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의 대결 구도 속에 궁궐 내부에서 이어지는 암투가 자리하고 있음을 을담은 알지 못했습니다. 순수하게 사기를 굽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그에게 정치는 먼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인빈 김씨는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강천을 사옹원 분원으로 삼으려 합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였던 사기는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을 잡아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인빈 김씨의 탐욕은 결국 을담을 위기에 빠지게 만듭니다. 

 

 

온갖 기교로 만들어낸 사기와 달리 투박하기만 한 을담의 다기에 마음을 빼앗긴 임금과 공빈 김씨는 둘의 대결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강천은 사옹원을 맡게 하고, 을담은 왕의 다기를 책임지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상황에서 문제는 시작되었습니다. 을담의 다기로 차를 마시던 공빈 김씨가 그대로 기절을 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선조는 자신을 해하려는 음해라며 분노하고 을담은 역적이 되고 말지만, 이는 철저하게 인빈 김씨가 꾸민 일이었습니다. 공빈 김씨의 담마진이 무엇인지 알고 있던 인빈 김씨는 강천을 이용해 을담을 궁지로 몰아넣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간에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아왔던 연옥이 존재했습니다. 조선 시대 최초로 여성 사기장이 되고자 했던 연옥은 강천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지만, 을담을 연모하고 존경해왔습니다. 

 

강천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홀로 남아 을담을 돕던 연옥을 통해 알레르기를 유발시키게 한 상황은 결과적으로 을담을 몰락시키는 결과로 다가왔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연옥은 강천에게 읍소를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것을 두려워 한 강천은 자객을 시켜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육도라는 아들을 두고 있는 강천은 동생이 생기면 집안이 흉하게 된다는 부인의 말과 자신을 협박하는 연옥을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힘겹게 강천에게 벗어나 아이를 낳은 연옥은 운명처럼 을담에게 아이를 맡기고 도기를 굽는 가마에서 숨을 거두고 맙니다. 가마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불의 여신'인 정이였습니다. 정이는 그렇게 을담에 의해 키워졌고, 사기장인인 을담과 달리 사냥에만 관심이 있는 정이 곁에는 동무인 화령이 있었습니다. 

 

 

사기장이 되고 싶은 어린 사기공 화령은 스승인 을담 밑에서 사기 굽는 공부를 하면서 알 수 없는 대립 관계를 형성합니다. 마음에 품고 있는 태도가 항상 정이와 어울리는 것이 신경 쓰입니다. 최고의 사기장인 아버지를 두고도 사기 공부를 하지 않고, 태도와 사냥이나 다니는 정이가 화령에게는 질투의 모든 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태도와 함께 사냥에 나선 정이는 그녀가 파놓은 함정에 짐승이 아닌 다른 이가 빠져 있음에 놀라게 됩니다. 그는 다름 아닌 광해였고,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사기장과 왕의 로맨스라는 색다른 방식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초반 진행되는 과정은 익숙하다 못해 그 패턴을 모두 읽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사극이 대중적으로 고른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불의 여신 정이>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익숙함이 식상하다는 반응보다는 말 그대로 익숙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초반 극적인 전개를 빠르게 하면서 지진희가 연기하는 정이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출생의 비밀과 함께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친부와 대결 구도를 가져가야만 하는 정이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흥미 요소일 것입니다. 

 

광해와 태도라는 전혀 다른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정이와 이런 그들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의 틈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펼쳐줄지 궁금합니다. 사극 역사상 최초로 사기를 굽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반갑기는 하지만, 그런 색다른 직업에 대한 도전만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익숙함 속에서 탄탄한 완성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불의 여신 정이>의 32부작은 지겨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초반 갈등 구조 속에서 문근영이 언제 정이로 등장하느냐도 중요할 것입니다. 지진희를 비롯한 다양한 아역들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이 드라마의 힘은 성인 연기자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화가에 이어 이번에는 사기공으로 등장하는 문근영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궁금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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