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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감자별 2013qr3 1회-김병욱표 시트콤의 전형적인 시작을 알렸다

by 자이미 201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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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캐릭터 구축으로 시작된 <감자별 2013qr3>은 완벽한 김병욱표 시트콤이었습니다. 여자 주인공인 하연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시트콤은 등장인물들 특유의 개성이 완벽하게 구현되었다는 점이 반가웠습니다. 거침없는 김병욱식 시트콤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습니다. 

 

김병욱표 시트콤 특유의 재미가 돋보였다;

연쇄살인범과 감자별의 접근, 첫 방송만으로 충분했던 김병욱표 시트콤

 

 

 

 

시트콤만이 아니라 어떤 드라마에서도 첫 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첫 회 통상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는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감자별 2013qr3>은 상당히 흥미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전립선 비대증에 걸린 감수성이 극단적으로 예민한 노수동과 하버드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리는데 정신이 없는 아들이자 새로운 사장인 노민혁의 등장은 시트콤다웠습니다. 민감한 소심남 노수동은 전립선 약을 먹지 못해 불안해하며 차 안에서 볼일을 보는 과정은 일반 드라마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상황 극이었기 때문입니다.

 

노수동과는 전혀 다른 부인 왕유정은 자신이 회사 콩콩을 현재의 모습으로 키운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벌어들인 것보다 자신이 부동산 재테크를 해서 얻은 돈이 더욱 크다며 기고만장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놀기 좋아했던 노수동의 아버지인 노송은 항상 며느리와 대치 중입니다. 서로 비슷한 성격을 가진 노송과 왕유정은 사사건건 충돌만 하며 일촉즉발의 상황들을 만들어내고는 합니다.

 

노민혁의 누나인 노보영 역시 엄마를 많이 닮은 상황주도형 주부입니다. 어린 아들들이 염력에 빠져 있지만 이런 모든 것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제압하는 그녀는 주부 9단의 탁월한 실력가이기도 합니다. 변호사인 남편마저 꼼짝 못하게 하는 노보영의 캐릭터 역시 강렬하기만 합니다.

 

노씨 일가의 이런 모습들은 사장 비서인 황정음을 통해 전달되었습니다. 김병욱 피디와의 인연으로 카메오로 등장했던 그녀는 가는 노수동과 오는 노민혁을 경험하며, 이들 부자의 캐릭터를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노골적으로 연인인 김용준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 역시 김병욱식 시트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변 자랑까지 하는 노민혁에 더는 참지 못하고 폭발한 황정음과 면회를 오지 않는다는 소식에 분노한 김용준의 모습은 재미있었습니다.

 

 

노씨 일가는 많은 돈을 번 집안입니다. 자신이 사과궤짝에 돈을 넣은 시초라며 언성을 높이는 왕유정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주도권을 쥐고 있는 왕유정과 노송의 대결 구도는 <감자별 2013qr3>의 재미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집안 내 주도권 싸움을 끊임없이 벌이는 이 둘의 대결 속에 중간에 끼인 채 자신의 소심함만 극대화시키는 노수동의 모습은 시트콤 특유의 재미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가진 노씨 일가와 달리, 콩콩에서 스카이 콩콩을 개발했던 실제 주인공의 가족은 처참하기만 했습니다. 부인은 생활고를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다단계에 뛰어들어 더 깊은 늪으로 들어가기만 하고, 이런 상황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딸인 나진아는 알바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억척배기입니다. 하지만 어둠 트라우마를 가진 진아에게 재개발구역의 자신의 집 골목은 두려움의 공간입니다.

 

노씨 집안과 나씨 집안의 지독한 악연은 이미 존재했지만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은 이들 모녀로 인해 희석되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노민혁과 나진아가 충동하기 시작하며 이들의 관계는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전면전으로 이어지는 이유로 자리할 것입니다.

 

아버지가 개발한 스카이 콩콩은 노수동의 몫이 되었고, 아버지가 키운 회사는 노씨 집안의 것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아버지의 죽음 뒤에 힘겨운 생활고를 견뎌내면서 콩콩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진아의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최고의 상황에서 하버드 유학까지 간 민혁과 비교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기 자랑이 생활이 되어 있는 민혁과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진아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겹습니다. 서로 다른 둘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감자별 2013qr3>의 진정한 재미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함께 등장한 20대 여성 연쇄살인마의 등장과 어둠 트라우마를 가진 진아. 이런 설정이 1회 마지막에 등장한 홍혜성과의 만남을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첫 만남의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한 설정으로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 없는 것은 김병욱의 시트콤에서는 이런 설정이 후반 중요한 이유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사건들은 <감자별 2013qr3>의 색깔을 규정하는 큰 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쇄살인사건과 함께 소행성 감자별의 접근은 이후 극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갑자기 다가온 감자별로 인해 이들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흥미롭기만 합니다. 노씨 집안의 막내 아들인 준혁이의 존재가 바로 홍혜성과 연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런 설정이 후반 어떻게 작용할지도 궁금해집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첫 회에 만족했을 수도 있고, 실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20부작으로 준비된 <감자별 2013qr3>은 이제 첫 걸음을 시작했을 뿐입니다. 극을 진행해가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완벽함을 갖춰가고, 서로의 관계가 구축되며 재미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평가는 아직 이를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병욱 피디 특유의 시트콤은 첫 방송만으로 충분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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