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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94 3회-고아라의 첫 사랑 정우는 그녀의 남편이 될까?

by 자이미 201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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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농구와 서태지에 열광했던 수많은 청춘들에게 <응답하라 1994>는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가치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숙집에서 벌어진 다양한 도시에서 올라온 청춘들의 일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 시절의 한 자락을 들쳐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응답하라 1994>에 많은 시청자들은 응답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나정의 남편찾기, 그 미로에 들어섰다;

첫 사랑의 아련한 기억이 흥겨웠던 응답하라 1994, 나정의 사랑이 그립다

 

 

 

 

 

칠봉이의 아련한 어머니와의 관계 회복 프로젝트와 함께 모호했던 사랑이 구체화된 나정이의 첫사랑의 아련함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한 번쯤은 찾아오는 그 사랑에 대한 추억을 강렬하게 전해준 나정이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메신저 같았습니다.

 

 

다양한 도에서 올라온 신촌 하숙의 아침은 부산하기만 합니다. 각 도의 사투리가 난무하는 그곳의 아침은 여주인인 나정 어머니의 큰 손이 전하는 풍성한 식탁과 걸걸한 사투리가 가득한 그들의 아침은 살벌함과 사랑마저 넘쳐났습니다. 나정의 첫 사랑은 평생을 함께 해온 쓰레기였습니다. 오빠와 절친이었던 그는 오빠의 죽음 후 친오빠처럼 함께 해왔습니다. 그런 오빠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나정에게 묘한 감정은 곧 한숨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저 친오빠와 같았던 그가 남자로 다가오기 시작한 이후 달라진 그녀의 표정은 이내 긴 한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식사를 위해 오빠를 깨우라는 엄마의 말에 쓰레기의 방에 들어서 잠자는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부드럽게 "오빠"라고 부르는 나정이의 모습에는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오빠에게 "쓰레기"라는 별명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이후 이어진 장난스러운 행동들로 인해 나정에게 쓰레기는 연인이 아닌 그저 쓰레기로 멈춰버리게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방귀를 꼈다고 아빠에게 이르는 나정이의 모습이나, 그런 딸을 타박하고도 식탁에서 눈치를 보며 방귀를 뀌는 아빠 동일의 모습들은 일상의 절묘함을 그대로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쓰레기에게 걸려온 여자 전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정과 달리, 여친의 요구에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뽀뽀까지 날리는 쓰레기의 모습에 분노하는 나정의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방금 전 방귀 사건으로 자신이 쓰레기를 사랑한다는 감정에 증오까지 했던 나정이가 오빠의 여친과의 애정 행각을 보며 발끈하는 모습은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삐삐를 들고 녹음을 하는 이들은 '신인류의 사랑'을 시작하려 합니다. 015B의 히트곡 '신인류의 사랑'에는 당시를 살던 이들의 모습이 시대를 상징하듯 담겨져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여친이 사준 삐삐에 나정과 인사말 녹음을 하는 장면이나, 쓰레기가 여친과 헤어진 후 진짜 이별을 했는지 확인하는 나정의 모습은 절묘하게 연결됩니다. 

 

여친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나왔음에도 전혀 알지 못했고, 그녀가 사준 삐삐가 사라졌음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쓰레기의 모습에는 그가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부호도 풀리게 합니다. 감각이 더딘 쓰레기이지만 그가 품고 있는 사랑은 나정이가 전부라는 점에서 이후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애틋한 이야기들이 무한 양산될 수밖에는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MT를 가서 동기들과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강촌 어딘가에 있을 쓰레기를 생각하는 나정이는 분명 첫사랑을 시작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소화가 되지 않는다며 쓰레기의 삐삐에 음성을 남기는 나정이는 오빠의 연락만 오기를 기다립니다. 양치를 하고 세수도 하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삐삐에만 가있었습니다. 잠들기 전부터 깨어난 후에도 그녀의 온 신경은 삐삐에만 집중되어 있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는 오빠가 밉기만 한 나정이는 이른 새벽 산책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여친과의 약속을 위해 이른 아침 강촌을 빠져나가던 쓰레기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삐삐를 잃어버렸다는 말에 안도와 함께 그의 옆에 놓인 커다란 사탕 바구니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기만 하는 나정이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이 지독한 현실이 이제 막 사랑을 알아가는 나정에게는 힘겹고 어려운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춥다며 자신에게 입혀준 쓰레기의 외투를 입고 자신의 방에서 식사도 하지 않고 고민에 빠져있던 나정이가 활짝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들어오지 않는다던 쓰레기가 일찍 들어와 식사를 하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화이트데이라며 큰 사탕 바구니까지 사서 아침 일찍 여자 친구를 만나러 나간 쓰레기가 일찍 집에 들어와 저녁까지 먹는 것은 헤어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쓰레기의 삐삐 음성 메시지를 들으며 그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침대 위에서 방방 뛰며 좋아하는 나정이는 이제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풋풋함이 가득했습니다. 어제부터 채해 내려가지 않던 답답함이 시원한 트름 한 번으로 모두 소화가 된 나정이는 첫사랑이 그렇게 힘겹게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오빠에게 잘 자라며 나긋한 목소리를 보여주는 나정이가 과연 첫사랑을 마지막 사랑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나정이가 이렇게 쓰레기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가듯 칠봉이는 재혼하는 엄마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빙그레의 사촌인 칠봉이는 엄마의 결혼식에 가려했지만 나정이 부모와 함께 이동을 하며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잠실로 가는 칠봉이와 빙그레를 태워주겠다고 나선 그들은 갑자기 찾아온 신호로 인해 불안한 질주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낯선 서울의 지리로 인해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던 동일로 인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칠봉은 일화의 성화에 못이겨 엄마의 삐삐에 음성을 남깁니다.

 

 

한 번도 엄마의 삐삐에 전화를 해본 적이 없었던 칠봉은 그 음성 메시지에서 엄마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서먹서먹하기만 했던 엄마가 사실은 칠봉이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엄마에 대한 애틋함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의 재혼으로 혼란스럽기도 했던 그가 현실을 직시하며, 엄마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과정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응칠이가 그랬듯, 이번 작품에서도 여주인공의 결혼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과거를 추억하는 드라마로서 과거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랑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익숙하지만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현재로서는 쓰레기가 나정이의 남편이 되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평생을 함께 해온 존재이자 첫사랑인 그가 남편이 되는 것은 당시의 나정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너무나 당연한 조건이 그들이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항상 문제로 다가오고, 그런 문제들은 결과적으로 이들의 사랑을 힘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칠봉이가 나정이를 여자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도 2013년 현재를 살아가는 나정의 남편이 누구인지를 모호하게 합니다. 드라마 속 현실에서 다른 이들은 모두 양복 상의까지 입은 채였지만, 칠봉이만 편안하게 베스트 차림으로 있는 장면도 하나의 퍼즐처럼 던져졌습니다. 나정이의 남편이 누가 될지는 <응답하라 1994>를 재미있게 보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는 점에서 이후 어떤 이야기들로 그런 퍼즐 맞추기를 시청자들과 나눌지 기대됩니다.

 

삐삐와 015B의 '신인류의 사랑'을 통해 1994년의 문화를 보여주고, 강촌에서의 대학 MT가 당시의 대학문화를 대변해주었다는 점에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제 과거를 추억하는 문화가 트랜드에서 멀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로 인해 그 멀어지는 속도가 더뎌지는 것 역시 흥미롭기만 합니다. 나정의 남편 찾기라는 복잡한 미로에 들어서기 시작한 <응답하라 1994>는 충분히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나정이가 1994년 첫 사랑을 시작하던 시절 자신을 되돌아보며 "젊음은 서툴고 투박하고, 사랑은 해맑고 촌스러워야 했다"는 고백은 절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젊음이 영악해지고, 사랑에는 기교와 가식만 가득해진 현재와는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청춘도 사랑도 이미 짐이 되어버린 현재의 청춘들에게 <응답하라 1994>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유토피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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