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 09:14

미스코리아 5회-현재를 담은 1997년, 이선균과 이연희보다 이성민이 중요한 이유

과거를 회귀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미스코리아> 역시 그런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대 상황이 1997년인 이 드라마는 IMF 시절의 흔적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처한 현실과 그런 그들이 하나의 희망으로 생각하고 도전하는 미스코리아에 담은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몰락 속 유일한 희망이 된 미스코리아;

엘리베이터 걸의 마지막 희망과 조폭 똘마니가 품고 있는 현실적 아픔

 

 

 

 

 

"네...쉐프"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전작 <파스타>에 이어 기묘한 가정부의 이야기를 거친 서숙향 작가는 이제 미스코리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정 직업에 담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 작가의 작가 정신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여상을 다니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주인공 지영의 무기는 외모였습니다. 모두가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뛰어난 미모를 가진 그녀에게 삶은 그렇게 평탄하고 행복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삶은 사회에 뛰어들기 전 고교시절이 최고의 전성기일 뿐이었습니다.

 

모두가 사랑했던 지영은 백화점 엘리베이터걸이 되어 웃음을 파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함께 하는 고된 노동자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과거의 영광은 모두 기억 저편에 밀려나고 현실의 두려운 모습은 그녀에게 미래가 없는 현실만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마 원장과 형준의 '미스코리아' 제안은 새로운 돌파구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화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권력의 힘을 이용해 여직원들을 성희롱하는 박 부장과 이에 맞섰다는 이유로 궁지에 몰린 지영에게 돌파구는 새로운 도전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막연하게 꿈을 추구하기에는 현실의 문제가 너무 컸습니다. 나라가 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김영삼 시절 성급하게 터트린 샴페인은 국가 위기를 초래했고, 대한민국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상황에까지 몰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국민들이 금붙이를 모아 위기를 타파하자는 운동까지 일 정도로 대한민국의 현실은 지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왜 작가는 지금 시기에 IMF 환란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서 작가가 추구하는 드라마의 재미는 왜 1997년 그것도 IMF 사태가 터진 그 중심에 다가가 있느냐는 사실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를 회상하게 했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경우도 IMF 사태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들이 담은 당시의 시대상은 그저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의 현상으로 그려질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IMF 사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서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를 던지는 <미스코리아>가 담고 있는 1997년은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가 관통했던 1997년과는 다릅니다. 서 작가의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IMF와 맞닿아있고, 그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분명한 한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 작가는 왜 하필 1997년이라는 시대를 그리려고 했는지가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그들이 찾은 최선의 방법이 미스코리아가 되는 것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가진 것 없이 발랑 까진 엘리베이터 걸과 서울대를 나온 마초 지식인 사장의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습니다. 화장품 회사를 차렸지만 엄청난 사채 빚에 휘둘리고, IMF까지 터져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도 미스코리아를 만들어 회사를 회생시키겠다는 생각과 첫사랑에 대한 회귀 사이에서 갈등하는 형준의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습니다.

 

미스코리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저 얼굴 예쁜 여자를 뽑는 한심한 콘테스트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도 이 드라마가 던지고 있는 그들의 고뇌는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왜 그들은 미스코리아가 되려 하느냐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미스코리아가 된다는 것은 남성 위주 사회에서 여성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갖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쁜 여자로 공식 인정을 받으면 자신이 원하는 결혼을 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가치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많이 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남성의 힘은 강력합니다. 그런 강력한 남성위주 사회에서 여자가 당당해질 수 있는 무기가 결국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게 만드는 외모가 전부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합니다.

 

 

 

외모지상주의가 일상이 된 현실이나 과거 외모를 통해 신분상승을 하려는 상황이나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과거 소수만이 느끼던 외모를 통한 신분상승을, 현재는 발전한 성형수술 능력과 더불어 보다 많은 이들이 누리는 혜택 정도로 치부된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달라진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미스코리아가 되어 현재의 답답한 삶을 탈출하려는 지영과 회사를 살리기 위해 미스코리아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형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 역시 기존의 사랑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더욱 형준이 지영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마 원장과 형준의 대립 관계는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지영과 형준이 함께 한다는 것은 둘 모두에게 희망 없는 현실 속에서 자괴감만 느끼게 하는 행위일 뿐이고, 그런 현실에서 돌파구가 되어줄 마 원장을 선택한 지영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랑과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형준의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이 <미스코리아>의 주요 골격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형준과 지영의 이런 관계들이 조금씩 발전하는 과정에서 조폭 똘마니로 등장하는 정선생의 존재감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중심인물들이 다른 과정보다는 던져진 달콤한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것과 달리, 밑바닥 인생인 정선생은 사회적 문제를 모두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운 것 없고, 능력도 없는 정선생은 자신이 몸담고 있던 조폭세계에서도 밀려날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지독한 삶의 마지막에 형준이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 회사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비비 화장품에 빌려준 돈이 곧 자신의 퇴직금이 된 상황에서 그가 그들의 미스코리아 만들기에 어쩔 수 없이 동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IMF가 터지며 그들은 정선생에게 약속했던 퇴직금을 내놓으라고 강요합니다.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돈 없는 서민들과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엄청난 이자에게 불구하고 사채꾼들에게 몰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망한 상황에서 개인과 기업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고, 이런 현실 속에서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는 지독한 빚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밖에 없는 사채꾼들이 전부였습니다. 현재 사채꾼들이 교묘한 옷을 입고 서민들 곁에 존재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1997년 사채꾼들과 다를 것 없는 존재들일 뿐입니다.

 

 

두 주인공인 형준과 지영보다 정선생의 삶이 더욱 흥미롭고 의미를 담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가 우리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도 저곳도 아닌 곳에서 시대를 그대로 품고 있는 정선생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그래서 희망도 없는 정선생의 삶은 어쩌면 우리가 느끼고 있는 현실적 불안을 그대로 담고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스코리아>에서 그 존재감이 더욱 단단해지는 인물은 두 주인공이나 마 원장이 아닌, 정선생 일수밖에 없음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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