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9. 11:09

미스코리아 7회-사랑마저 사치였던 1997년 이연희와 이선균의 사랑이 끌린다

IMF가 터지고 국민들은 모두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민들이 장롱 깊숙이 보관하고 있던 금붙이마저 모두 꺼내와 나라를 살리겠다고 하던 1997년. 그 지독할 정도로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왜 하필 작가는 미스코리아라는 생경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1997년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2014년 우리의 현실;

미스코리아는 현실을 잊게 하는 마법의 문이자, 모든 것을 잃은 청춘들의 상징적인 목표다

 

 

 

 

뛰어난 외모를 제외하고는 가진 것 없는 엘리베이터 걸 지영이 미스코리아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이연희의 연기 변신만이 가지는 재미가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는 IMF와 미스코리아라는 상관관계가 주는 흥미로움은 현실과 적나라하게 닮아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미스코리아를 다수 배출한 마 원장과 그런 마 원장 밑에서 노하우를 배운 양춘자, 그리고 화장품 회사 비비의 사장인 김형준이 오지영을 두고 벌인 초반 이야기는 형준의 승리였습니다. 양 원장은 2년 연속 자신의 제안을 뿌리친 셈이 되었고, 원석을 발견해 미스코리아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던 마 원장은 눈앞에서 형준에게 지영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들 모두는 미스코리아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 원장은 지난 해 빼앗겼던 미스코리아를 다시 찾아와야만 하는 절대 명제가 존재합니다. 양 원장은 지난 해 미스코리아를 배출하며 비로소 마 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국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올 해에도 자신의 미용실에서 미스코리아가 나와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습니다.

 

사채를 끌어다 쓴 비비 화장품은 새롭게 개발한 비비 크림에 사운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투자가 절실했고,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회사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미스코리아가 필요했습니다. 요구가 아닌 제안으로 시작한 미스코리아 만들기는 그들에게는 회사와 사원들 모두의 꿈이 담겨져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었습니다.

 

 

 

여상을 나와 백화점 엘리베이터 걸로 생활하던 지영은 담당자에 맞서다 잘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항상 눈엣가시였던 지영을 몰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박부장에게 사표를 던지고 나온 그녀에게도 미스코리아는 전부였습니다. 공부도 하지 않아 머리에 든 것도 없고, 오직 타고난 외모 하나로 버텨온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되는 미스코리아는 그녀가 걸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였습니다.

 

이들의 절박함 못지않게 절박한 이는 또 있었습니다. 조폭의 똘마니로 살아가던 정선생에게도 이번 기회는 목숨과도 바꿔야하는 절박함이었습니다. 사채를 빌려준 조직은 그에게 비비 화장품에 빌려준 돈을 알아서 받고 떨어지라고 합니다. 그와 인연을 정리하며 마지막 남긴 퇴직금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IMF가 터지며 돈 한 푼이라도 귀한 상황에서 조직은 정선생에게 올 해 안에 무조건 돈을 받아오라고 요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형준과 정선생 둘 중하나가 목숨을 내놔야 한다는 조건까지 걸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미스코리아가 절박하게 다가오지만 목숨과 맞바꿔야 하는 절박함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정선생에게 미스코리아는 형준이나 자신의 목숨을 내줘야 하는 최악의 벼랑 끝 상황이라는 점에서 두렵기까지 합니다. 싸우며 정이 든 형준이 죽는 것은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들이 힘들게 연구하 크림 샘플을 훔쳐 팔려는 생각까지 했던 정선생이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처음 보자마자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화정에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접근을 하지만, 그가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춤거리기만 할 뿐입니다. 평생을 거칠게 살아왔던 뭐 하나 내세울 것도 없는 막장 인생인 자신이 최고학교를 나온 박사를 넘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미스코리아가 되어야만 하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오직 미스코리아 하나만 보고 달려간다는 사실 역시도 드라마의 재미를 극대화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IMF로 국가 부도 상태인 대한민국이 가장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는 미스코리아를 왜 개최했을까는 7회 여당 대선선거대책위원장의 입에서 드러났습니다.

 

국민 모두가 국가 부도로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미스코리아 대회마저 무산된다면 정말 국가가 망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발언은 흥미롭습니다. 국민들에게 미스코리아 대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하게 해 불안을 잠식시키고 이를 통해 대선에서의 승리도 함께 도모한다는 그들의 전략은 이 드라마에서 <미스코리아>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나 가치와도 유사합니다.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해 후보가 된 이들이나 그들을 당선시키려는 이들이 품고 있는 현실적인 고뇌와 정치인들의 단순한 논리 속에 대한민국의 현실적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서로 다른 목적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 속에서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은 <미스코리아>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습니다.

 

 

 

사랑마저 사치스러웠던 당시 힘겹게 사랑을 키워가는 형준과 지영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측은하기만 합니다. 당시와 현재의 청춘 모두 사랑마저 사치가 되어 있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드라마라는 특성은 최고 학부의 전도유망한 남자와 탁월한 미모를 가진 여자의 잠시 동안의 힘겨움이라는 점에서 그저 환상이나 동화처럼 다가온다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본질로서의 힘겨운 시대 사랑이라는 큰 틀은 많은 공감으로 다가옵니다.

 

조금은 무거운 듯한 분위기라는 점이 약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청춘들과 어려운 시대를 살아왔던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를 들여다보는 것 역시 흥미롭습니다. 이연희의 연기 변신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함의들을 담으려 노력하는 <미스코리아>는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날 당시의 모습은 더욱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작가가 IMF와 미스코리아를 왜 하나로 묶어 사랑이야기를 품었는지는 이후 이야기에서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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