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2. 07:05

변호인과 기황후, 역사적 진실과 왜곡 미화가 기묘하게 동거하는 대한민국

상식을 이야기하는 30년 전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은 2014년 첫 천만 영화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기세를 생각해보면 설 연휴를 지나면 <아바타>의 역대 최다 관객 동원 기록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정반대에 있는 20%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기황후>는 역사 왜곡이라는 굴레에도 상관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 개의 역사 이야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

상식을 이야기하는 영화와 상식을 파괴하는 드라마의 동반 인기, 이유는 뭔가?

 

 

 

 

5000만 인구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다는 사실은 힘든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영화들이 개봉했지만 아홉 편이 전부일 정도로 천만 관객은 결코 쉽게 만들어낼 수 없는 기록입니다. 더욱 흥행한 영화들이 대부분은 흥행을 목적으로 한 오락 영화들이라는 점에서 <변호인>은 성공은 기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변호인>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중들의 외면을 받아야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런 대단한 기록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과거와 다름없다는 국민들의 분노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기황후>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한 것은 박근혜 정권에서 중국 원나라 순제의 황후가 된 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여성 권력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이 담긴 작품이라는 불손한 의도와 함께 기황후에 대한 묘사가 결과적으로 논란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최초의 퍼스트레이디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제작진들이 <기황후>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역사적 논란에 대해서 그저 드라마를 역사 교과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강변으로 역사 왜곡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원나라에 맞서 고려를 구하려던 공민왕을 폐위시키고 고국을 침략한 기황후가 최초의 글로벌한 여인이라는 하지원의 발언 속에 이 드라마에 대한 배우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한심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최악의 왕 중 하나로 꼽히는 충혜왕을 대단한 존재로 역사왜곡과 미화에 나선 작가들은 논란이 거세지자 이름만 바꿔 픽션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기겁하게 합니다.

 

3년 전부터 기황후를 제작하기 위해 여러 역사적 자료를 찾아보며 새로운 시각으로 기황후를 보려 노력했다는 작가들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왜곡된 시각으로 현실을 기묘하게 미화하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퍼스트레이디에 집착하는 이유는 노골적으로 누군가를 지칭하지 않아도 무엇을 위함인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변호인> 역시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의 중심에 선 변호인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수구세력들의 거센 비난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자신이 증오하는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결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별점 테러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개봉 전부터 쏟아진 관심은 3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넘기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천만 관객과 20%의 시청률을 생각하면 두 작품 모두 성공이라는 단어에 적합한 작품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사를 왜곡해서 얻은 성과와 역사적 진실이 사랑을 받은 것은 엄청난 차이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화도니 소수의 표본으로 시청률을 기록하는 현재의 방식으로 국민들이 <기황후>를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돈을 내고 직접 찾아가 봐야만 하는 영화의 경우는 표본으로 조사하는 시청률과는 기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두 작품은 동일하게 성공했다고 하기도 민망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고려 시대에 대한 역사왜곡과 미화 논란과 현대사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분명 이중적인 기호로 다가오기만 합니다. 같은 과거를 그리고 있지만 너무 다른 두개가 모두 환영(?)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상할 뿐입니다. 매국노를 영웅으로 묘사하는 드라마와 역사적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공존하는 현실도 우습지만, 이 둘 모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이중적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를 해도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한심하고 처량한 가치관을 가진 <기황후>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황후>에서 대상을 비롯한 상 몰아주기에 여념이 없던 MBC의 한심한 작태 역시 비난을 받아 마땅한 존재들입니다. 이런 비대해진 비난과 상관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당황스럽게 다가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니 말입니다.

 

 

포악한 권력을 앞세워 사욕에 빠진 매국노에 대한 높은 시청률과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을 외치던 외로운 변호인의 이야기가 천만을 넘기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교학사 교과서 논란과 함께 역사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의 혼재가 적나라하게 공존하게 하는 현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식을 비정상이라고 외치는 권력에 의해 비상식이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어쩌면 <기황후> 같은 왜곡과 미화는 일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어쩌면 우리는 거대 권력이 요구하는 현실을 역류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국민의 기본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영화 <변호인>은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모습 속에 비상식을 강요하는 현실을 부정하는 국민의 의지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영화와 왜곡과 미화에 여념이 없는 드라마가 공존하는 기묘한 현실은 그래서 섬뜩하지만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반응형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