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8. 09:02

짝 폐지 빅브라더 15년 만에 맞이한 리얼리티 쇼의 잔인한 파국

리얼 버라이어티 매칭 프로그램인 <짝>이 전격 폐지되었습니다. 출연자가 녹화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지며 일반인들의 TV 출연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자살한 출연자가 무슨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인들의 빅브라더 쇼 15년 역사는 중요한 기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조지 오웰의 경고를 방송으로 변모시킨 현대인;

1999년 빅브라더쇼 출현 후 15년 만에 대한민국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보인 참극

 

 

 

 

일반인들이 방송에 출연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TV에 잠시만 나와도 신기한 상황에 주인공이 되어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흥미로울 듯합니다. 이성간의 관심은 시대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공통적인 감정이라는 점에서 <짝>이라는 프로그램은 분명 흥미로운 방송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성들이 서로 호감을 가지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는 신성하고 흥미로운 여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불특정 다수인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이 되는 순간 제작진들의 개입은 필수불가결한 이유가 됩니다. 방송을 위한 만남이라는 점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방송이 될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성의 만남을 표방하며 시작된 <짝>은 시간이 흐르며 보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과정은 결과적으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는 그저 방송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미묘한 균형이 무너지며 오직 방송을 위한 방송을 하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해야만 하는 인간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이름은 사라지고 남자 1호, 여자 2호 등 번호로 매겨진 그들에게는 더는 자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이성간의 교재에 대한 관계에서 특별한 그 무엇을 찾기는 어렵기만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학벌과 외모지상주의는 <짝>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호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높은 학벌과 그럴 듯한 사회적 지위는 당연히 이성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런 사회적 강점은 프로그램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적 틀 속에 갇힌 상황에서 정상적인 짝을 찾는 과정은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솔함을 전제로 사람을 바라봐야 하는 관계는 사라지고 오직 외부에 노출된 수치들만이 기준이 되는 상황은 수많은 논란을 잉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송이 지속되며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출연하는 이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쇼핑몰 운영자의 홍보 수단이, 호기심 강한 다양한 직업군의 출연은 왜곡과 거짓이라는 추가적인 문제를 만들어냈고, 보다 강하고 흥미로운 방송을 만들기 위한 제작진들의 모습은 조작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9년 네덜란드의 유선 텔레비전 채널인 베로니카에서 <빅 브라더 쇼>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다양한 형식의 실험들이 쏟아지던 상황에서 나온 이 프로그램은 신기원이라 해도 좋을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엄선된 남녀 출연자 9명이 외딴집에서 100일 동안 생활하는 모습을 24시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 리얼리티는 말 그래도 리얼리티의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욕실과 화장실까지 포함한 모든 곳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달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생중계한 이 방송은 적은 비용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방송이 되었습니다.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빅브라더'는 "사회학적 통찰과 풍자로 유명한 긍정적 의미로는 선의 목적으로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 부정적 의미로는 음모론에 입각한 권력자들의 사회통제의 수단"을 말합니다. 조지 오웰이 우려했던 미래는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어있습니다. 

 

CCTV는 실시간으로 우리를 누군가 감시하게 했고, 인터넷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우리의 모든 것은 누군가에 의해 자아가 타의에 의해 종속되는 세상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저 하나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시작된 '빅브라더' 세상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점에서 그 15년 동안 우리 사회는 점점 조지 오웰의 소설과 같은 세상으로 변해왔습니다.

 

일반인들을 내세워 관음증을 만족시키는 이 리얼 버라이어티는 전 세계적인 선풍으로 이어졌습니다. 수많은 국가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서 인종 차별과 모욕 등이 불거지며 논란은 더욱 거세게 일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생중계를 앞세워 '빅브라더'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었고, 그렇게 진화된 15년의 시간은 <짝>이라는 일반인 출연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계를 드러내며 잔인한 파국을 맞이했습니다.

 

방송을 업으로 삼지 않은 일반인들의 방송 출연은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방송에 잠시 나온다는 이유로 심각한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짝>은 출연자의 사망으로 전격 폐지를 결정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빅브라더'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국가기관의 개인 감시가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 속에서 <짝>과 같은 폐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의 심각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감시 체제는 결코 수그러들지 않고 더욱 정교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이 아닌 실생활에서의 '빅브라더'는 여전히 우리를 끔찍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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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Favicon of https://hzbubu.tistory.com BlogIcon Mu-jang 2014.03.08 23: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빅브라더와 관음증... 통찰력 있는 좋은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