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0. 09:12

세월호 침몰 방송의 특보체재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까?

세월호가 침몰된 지 이제 5일째가 되고 있습니다. 첫 날부터 현재까지 지상파 방송사와 뉴스전문 방송들은 24시간 특보 체제를 구축하고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에 모든 방송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조처였고, 많은 국민들 역시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방송에 집중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24시간동안 이어지는 특보체재;

특보체재에서 새로운 방송 균형감 잡을 필요성도 존재한다

 

 

 

 

너무 이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을 봐도 현재의 24시간 특보체제는 당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비록 배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실종자들과 그들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국민들 대부분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참혹한 사고는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진도 앞바다에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일반 승객 400여 명이 바다 속으로 사라진 이 사건은 경악이라는 단어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더욱 사고이후 보인 정부의 대처 방안 미숙은 사고 5일째를 맞이하는 현재까지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긴박한 구조상황에서 정부 부처의 충돌은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선장과 선박직 직원들이 세월호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던 것처럼 현 정부의 재난대처는 붕괴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 저주받은 정부의 대처 미흡은 사고를 더욱 크게 만들었고, 국민들을 큰 혼란으로 이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총 탑승객과 실종자와 구조자 숫자를 바꾸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를 믿고 기다리라는 말은 민망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재난구조시스템의 미비와 혼선은 관련 부처만은 아니었습니다. 방송 역시 과연 재난 방송에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다는 점은 국민들에게 방송에 대한 불신만 키워주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손석희 앵커 홀로 선 종편 방송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방송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진실과 정확보도가 아닌 경쟁보도로 치닫는 이들 방송은 얼마나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경쟁처럼 다가왔습니다. 보도의 원칙이 무엇인지 알기도 어려울 정도로 이들의 보도는 그저 24시간 재난 보도이기는 하지만, 방송 자체가 재난이라는 점에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럽고 힘겨움만 느껴야 했습니다.

 

재난 방송을 꾸준하게 보시는 분들은 무한 반복되는 이야기들 속에 과연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문맥을 짚기 어려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최소한 하루 종일 재난 방송을 보신 분들이라면 그들의 이야기를 외울 정도로 동일한 방송을 사람만 바꿔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을 것입니다. 서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수준의 방송이 되다보니 그들만의 경쟁 체제가 도입되는 것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좀 더 자극적인 말들과 보다 가까운 곳(침몰된 세월호)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힘겨워하는 실종자 가족들을 내세우는 등 방송은 기본적인 인권마저 무너진 형태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송은 더욱 정부 당국의 입장만 대변하기에 급급했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담은 그들의 방송에서 많은 국민들을 절망을 느꼈습니다.

 

 

방송에서 볼 수 있었던 대통령의 방문은 실종자 가족들의 박수와 그 가족 중 한 분과 전화 통화를 한 것에 대한 치사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뉴스타파의 방송을 보신 분들이라면 현지에서 어떤 반응이었고, 어떤 분노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진실 보도를 모토로 삼아야 하는 방송이 권력자 앞에서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사실을 이번 재난 사고에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힘겹게 생존한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한 외부적 상처에 대한 치료만이 아니라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생존자들을 상대로 정신적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은 이번 사고가 얼마나 잔인하게 다가오는지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생존자들도 나온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치료에 집중하는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들만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5일째 모든 방송이 특보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 역시 심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세월호 침몰 당사자와 가족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그들의 고통에 공감을 표하면 표할수록 그 고통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이 그들과 유사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음도 분명합니다.

 

KBS2의 경우 일부 방송을 재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재난 시 방송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고민하게 합니다. 그저 현장 중계와 정부의 입노릇을 하는 것이 과연 재난 방송의 역할인지 의문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방송을 선택해도 동일한 형식의 이야기들만 전달되는 상황에서는 국민들에게 깊은 피로감만 전달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사고 첫날부터 현재까지 크게 바뀌지 않은 그들의 방송은 그래서 국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많은 이들이 예능 방송을 해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국가적 재난에 대비한 방송 시스템이 과연 정상적인지에 대한 의문은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난 사고 시 특히 국가적 재난의 경우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도 존재하지 않은 채 오직 동일한 이야기의 반복만이 과연 재난 방송의 역할인지에 대해서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이번 사고로 고통스러워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고 당사자들에 비해 미미한 수준일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 역시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과연 방송은 고통스러워하는 국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재난 현장을 중계하는 것만이 방송의 역할이 아니라, 시청자인 국민들을 위한 역할 역시 중요한 그들이 과연 특보체제를 언제까지 가동하며 현장 사진만을 보내는 역할만 할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지금 당장 웃고 떠들며 즐기는 방송을 내보내라고 요구하는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보도를 원하고 있습니다. 왜 많은 이들이 손석희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이들마저 뉴스타파를 찾고 있는지는 그들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저 수신료 현실화 문구를 내보내기에 급급하기보다 국가적 재난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방송의 역할은 다양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재난에 모든 방송을 중단하고 현장에 집중하는 것 역시 당연히 해야만 하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모든 방송이 동일한 영상과 이야기만 내보내는 것은 방송의 역할은 아닐 것입니다. 보다 진화한 방식으로 재난에 대처하는 국민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방법과 그들의 고통마저 씻어낼 수 있는 역할이 절실해집니다.

 

안산과 진도만이 특별재난구조지역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는 방송 매체 자체가 특별재난구조지역으로 선정되어야 할 정도입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당국과 지지부진한 실종자 구출 상황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 역시 분노할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그 누구도 씻어낼 수 없는 이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방송은 보다 진실하곤 영특해져야만 할 것입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뉴스특보 체제의 변화가 조금씩 이어져야 할 시점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많은 재난 사고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은 정부 각처의 무능만이 아니라, 언론의 무능도 다시 한 번 도마 위로 올려 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사고 당사자만이 아니라 특보 방송을 보고 있는 많은 국민들 역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방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국가적 재난 사고에 함께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으면서도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를 제 3자인 시청자들까지 겪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방송의 역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누구도 왁자지껄한 즐거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구토와 두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에서 방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다 큰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방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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