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신의 선물 14일 16회-조승우 죽지 않은 열린 결말, 결말보다 중요했던 주제의식

by 자이미 2014. 4. 23.
반응형

장르드라마로 흥미로운 전개를 이끌어왔던 <신의 선물 14일>은 아쉬운 결말을 내고 말았습니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드라마가 되어버린 <신의 선물 14일>은 철저하게 작위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기에 급급한 형식을 취하고 말았습니다. 초반과 중반까지는 흥미로운 전개를 만들었지만, 결말을 위한 억지스러운 전지전능한 존재들이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조급함을 보인 작가에 대한 아쉬움은 크기만 합니다. 

 

열린 결말이 가진 아쉬움;

잘못된 어른들의 탐욕이 만든 불행, 그 지독한 현실을 직시하자

 

 

 

 

모든 사건은 무엇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신의 선물 14일>은 과거 10년 전 무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사악한 권력을 이용하면서 모든 것은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사건 당시 정상적인 과정이 이어졌다면, 결코 현재와 같은 거대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찬의 애인이었던 수정의 죽음은 그의 형인 동호가 아닌 대통령의 아들이었습니다. 친구의 초대로 함께 무진 여행을 하던 그들은 수정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하필 그들은 버려진 교회에서 마주치는 최악의 악연으로 이어졌습니다. 낚시에 만족하지 못하고 심심해하던 이들은 마약을 하기 위해 후미진 곳을 찾았고, 그곳이 하필 동찬과 수정이 자주 찾던 교회였습니다.

 

그 교회에서 이들의 모습을 본 수정과 그녀를 막으려던 대통령 아들 주호였습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입막음을 하려던 주호는 절름발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욱하는 마음에 살인까지 하고 맙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외국에 있던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고, 그녀는 남편의 절친이자 당시 그곳에 있던 이명한이었습니다.

 

이명한은 친구의 부인의 전화를 받고 완전 범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주호와 함께 있던 친구들을 모두 살인자로 몰아가고 이를 증거로 삼아 입막음을 한 이명한은 잔인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이미 살해된 수정을 함께 있던 친구들이 칼로 찌르도록 하고, 이를 사진으로 남긴 이명한은 이를 통해 자신의 원대한 야망을 채우려했습니다.

 

모든 것은 자신의 뜻대로 되는 듯했지만, 5년 전 태오의 형인 재한이 당시 검사였던 한지훈을 찾아 무진살인사건의 주범이 동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상사인 이명한에게 보고되면서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재한은 사고사를 위장한 살인을 당하고 이런 상황에서 진실보다는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던 한지훈은 이명한과 거래를 합니다.

 

악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지만, 두 번이나 잘못된 선택은 결국 자신의 딸인 샛별이를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이명한을 협박하고, 그런 협박에 맞서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대응한 이명한에 의해 한지훈은 다시 한 번 바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14일 전 동찬이 저수지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철저하게 조작된 사진 속 동찬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샛별이가 죽은줄 알고 10년 전 형이 무진 저수지에 수정을 버리듯, 동찬 역시 샛별이를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사진으로 찍은 이명한은 한지훈을 이용해 동찬까지 죽이는 완벽한 범죄를 성사시켰습니다. 하지만 다시 14일 전으로 돌아 온 이들에게 결말은 달라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얼개의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결과는 운명에 맞서는 이들로 인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샛별이와 동호를 모두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동찬은 스스로 범인이라고 주장합니다. 동호의 사형집행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들은 그가 선택은 단순해 질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10년 만에 집으로 들어와 어머니와 영규와 함께 식사를 마친 동찬은 영규 머리를 깎아주고, 어머니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동찬은 동호와 영규가 만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 아들을 잔인하게 폭행한 동찬은 스스로 자신이 10년 전 살인사건의 주범이라고 외칩니다.

 

모든 패를 쥐고 완전범죄를 꿈꾸던 이명한에게는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퍼즐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을 장기판의 알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그는 동찬마저 자책감에 못 이겨 스스로 죽을 수밖에 없도록 유도합니다. 그가 술만 마시면 알콜성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클럽으로 유인해 만취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무진으로 내려 보낸 후 자신의 눈앞에 샛별이가 죽은 것처럼 꾸며 놓으면 그게 전부였습니다.

 

알콜성 기억상실로 고생했던 동찬의 눈앞에 샛별이가 죽은 듯 잠든 모습을 착각하고 과거 10년 전 형이 그랬던 것처럼 무진 저수지로 향합니다. 이명한이 만든 상황극에서 동찬이 들었던 전화 속 목소리는 분명 어머니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자신이 샛별이를 죽였다고 합니다. 그런 고백을 듣고 동찬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과거 형이 자신이 죄를 저질렀다 생각하고 스스로 범인을 자처했듯, 어머니를 감싸기 위해 동찬은 스스로 살인자가 되기를 자청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샛별이는 깨어나 동찬의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동찬은 생각합니다. 둘 중의 하나는 동호와 샛별이 아니라, 자신과 샛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풍덩하는 물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끝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동찬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동화책을 읽어주던 동찬이 샛별이에게 모두 행복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샛별이는 기사가 살았냐고 질문합니다. 물론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형식은 곧 열린 결말로 동찬이 죽었다기보다, 시청자들이 알아서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작가의 작위적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로는 죽음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죽지 않고 살아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강렬하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동찬의 죽음이란 인정하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드라마는 후반부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절대 강자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모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정확하게 진실을 알아가는 수현이 바로 그렇습니다. 아이를 잃어 엉망이 되었던 수현이 어느 순간 모든 사건을 꽤 뚫어 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작가가 풀어놓은 다양한 상황들을 정리해가던 수현에 이어 이번에는 명한이 나와 과거의 사건을 정리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자상하게 10년 전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고, 마무리되었는지 설명하는 명한으로 인해 모든 사건의 전말은 드러났습니다. 수현과 명한이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얽히고 설킨 사건의 모든 실마리를 풀어내는 방식은 한심했습니다. 거대한 시작과 달리 중반으로 넘어오면서부터 그 촘촘함이 헐거워진 <신의 선물 14일>은 결국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열린 결말 역시 이런 용두사미를 위한 마지막 한 방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드라마의 완성도와 별개로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주제의식은 시의 적절했다고 봅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거대한 잘못이 하나가 되어(물론 이를 의도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문제를 언급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터진 인재라는 점에서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살인사건을 바로 잡기만 했다면 되는 문제였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 시작한 거짓말은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커지게 되었고, 무고한 희생자만 더욱 늘게 만들었습니다. 세월호 역시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이었다면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드라마와 유사하게 다가옵니다.

 

못난 어른들의 탐욕은 거대한 사고를 만들고, 그런 사고의 희생자들은 언제나 나약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은 이번 사고나 드라마는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탐욕에 찌들어 잘못을 눈감고 오직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자들로 인해 억울한 희생자만 만들어낸 현실은 드라마에서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도 모두 잔인한 방식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결국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조금은 거칠고 아쉽게 잡아낸 <신의 선물 14일>은 완성도에서 깊은 한숨을 쉬게 만들었지만, 분명한 것은 주제의식만큼은 한 번 더 곱씹어 볼만 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