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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심장이 뛴다 종영 마지막까지 아름다웠던 그들, 이별이 아쉽기만 하다

by 자이미 2014.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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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너무 유익하고 좋아서 이별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심장이 뛴다>가 그런 경우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연예인들이 소방관이 되어 체험하는 예능인 <심장이 뛴다>는 처음 우려와 달리,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동맥 중 하나인 그들의 삶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모세의 기적을 만들어낸 심장이 뛴다;

공익 프로그램 폐지하고 연예인 농담 프로그램 신설하는 SBS의 한심한 선택

 

 

 

예능 프로그램이 이렇게 큰 반항을 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더욱 병영체험 예능인 <진짜 사나이>를 따라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심장이 뛴다>였기에 그 거대한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평일 심야 시간에 편성된 프로그램의 숙명은 모두가 비슷합니다. 두 자리 시청률이 나올 수는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심장이 뛴다>의 낮은 시청률은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평균 3%대의 시청률은 분명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사로서는 시청률이 곧 광고 판매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수익률 저하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강호동을 비롯한 많은 스타들을 대거 출연시킨 <우리동네 예체능>이 4%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심장이 뛴다>가 그렇게 나쁜 시청률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강호동을 내세우고 스타들과 팬들의 만남을 다루고 있는 <별바라기>의 경우도 3%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장이 뛴다>가 시청률이 저조해 어쩔 수 없이 폐지한다는 이야기는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효리 등이 출연하는 후속작인 <매직아이>가 얼마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지 알 수는 없지만, 크게 달라질 수는 없어 보입니다. 연예인들의 솔직한 대담이라는 흥미로운 요소가 있지만, 이미 익숙한 형식의 연예인들 이야기가 과연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들을 위한 그들만의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심장이 뛴다>는 특별한 방송일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사나이>가 군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예능인 것과 달리, <심장이 뛴다>는 우리의 삶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는 119 대원과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마지막 회에서도 연예인 대원들은 마지막 임무에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긴급 후송을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성장해왔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물 나게 하는 감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바늘만 봐도 바들바들 떨던 우식은 이제는 듬직한 응급 구조대원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알아서 척척 다하는 우식을 보면서 실제 응급대원이 직업을 바꿔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할 정도로 이들은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정글의 여전사로만 알려졌던 전혜빈의 활약 역시 대단했습니다. 소방관의 삶을 살면서 여자라는 핸디캡마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모두를 제압하며 최고의 소방관으로 가치를 보여준 전혜빈은 <심장이 뛴다>의 진정한 마스코트였습니다. 마지막 출동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와 마주해야 했습니다.

 

늙은 노모는 병든 자신이 짐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같이 늙어버린 아들을 짐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화목했던 이 가족은 어머니가 병이 들고 수술을 받으며 힘겨워졌습니다. 그리고 아들 역시 일거리가 끊겨 힘겨워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날도 아들이 어머니 약값을 하라고 놔둔 만 원짜리 두 장이 어머니 머리맡에 놓여 져 있었습니다.

 

일까지 없어져 힘겨워하는 아들을 보면서 병든 노모는 차라리 자신이 죽는 것이 아들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 곁에서 하염없이 우는 나이든 아들의 그 힘겨움은 마치 우리네 삶을 엿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만 했습니다.

 

사는 것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는 서민들에게 병은 곧 위태롭게 지켜온 가정마저 흔들고 파괴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는 사실을 이들 모자가 잘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보장도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하고 힘겹기만 하다는 사실을 <심장이 뛴다>는 너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미 차갑게 식은 어머니의 머리를 무릎에 올리고 손을 잡으면 서럽게 울던 나이든 아들의 모습은 남이 아닌 우리라는 점에서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상남자 조동혁의 변신도 대단했습니다. 첫 방송을 하던 상황에서는 자신의 분노를 어떻게 주체하지 못해 힘겨워하던 조동혁이었지만, 이제는 완벽한 소방관이자 응급대원의 모습이었습니다. 주취자와 막장 이용자들까지 그 어떤 존재들 앞에서도 소방관이자 응급대원으로서 소임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성장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조동혁이 <심장이 뛴다> 시즌2를 이야기하는 대목은 시청자들마저 울컥하게 했습니다. 너무 값진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지되는 현실을 이들은 잘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심장이 뛴다>는 국내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공익 예능입니다. 더욱 안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는 시점이라 폐지는 더욱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군대 이야기가 철저하게 국방부를 위한 방송이라는 사실과 달리, 소방관들의 이야기는 소방관재청을 위한 방송이 아닌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가까운 그들이지만 그들이 정작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관심조차 없었던 우리에게 <심장이 뛴다>는 그들의 가치를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먼저 출동하고 마지막으로 재난 현장을 나서는 그들은 바로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들이었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심장이 뛴다>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모세의 기적'은 우리 사회가 조금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응급환자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골든타임을 지켜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로에서 수많은 차량들이 돕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을 실제 사건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하나의 캠페인으로 이해를 도모하고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만들어낸 <심장이 뛴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들의 노력은 국회까지 진출하게 되었고 '모세의 기적'은 이제 하나의 법률로 자리를 잡으려 합니다.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확신으로 굳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넘치고 넘치는 유사한 예능과 달리, 공익도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심장이 뛴다>는 그렇게 폐지되었습니다. 그저 모든 가치를 시청률이라는 자대로 평가하는 한심함 속에서 우리는 너무 값진 가치를 알려준 방송 하나를 떠나보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성취까지 얻은 <심장이 뛴다>가 폐지된다는 사실은 방송 환경이 오직 시청률을 위한 방송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위태롭게 다가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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