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1. 10:34

비밀의 문 의궤 살인사건 9회-박은빈과 한석규 대립이 중요한 이유

혹시나 하면서 따라왔던 길이 막힌 골목이라면 허망할 듯합니다. 한석규를 내세운 퓨전 추리 사극인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그런 막막함처럼 다가옵니다. 가장 다양하고 자주 등장했던 영조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서글프게 죽어야만 했던 사도세자를 중심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했던 작품입니다. 

 

단순한 극의 흐름을 위한 한 수;

혜경궁 홍씨의 대범함, 영조와 충돌하는 장면이 새로운 재미 던져줄까?

 

 

 

 

한석규라는 걸출한 배우만이 아니라 제대 후 첫 작품에 참여한 이제훈, 그리고 걸출한 배우들이 총집합된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SBS가 내세운 하반기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방송이 되기 직전까지가 최고조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방송이 되면 될수록 화제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 이 드라마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조에게 출생과 맹의는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통성에서 밀리는 영조가 왕이 되고 그런 과정에서 소론과 노론의 대립은 결과적으로 시시때때로 영조를 위협하는 이유가 되어왔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노론이 영조를 옹립하고, 소론을 홀대했다는 주장은 자연스럽게 소론의 공격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론 역시 영조를 맹의에 수결한 사실을 가지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영조의 고민과 고통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론과 소론만으로도 충분히 힘겨운 영조에게 세자의 진실 찾기는 지독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왕이 될 길을 걷는 세자는 영특하고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타고난 고운 심성에 무술에도 능하고 학문에도 박학한 세자는 위대한 왕이 될 재목이었습니다. 그런 세자가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는다며 자신이 감추고 있는 아픔 상처를 들쑤시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치부를 찾으려는(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노력은 영조의 역린을 건드린 꼴이 되었습니다.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 비밀을 알아가려는 세자를 막아서고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들을 들이미는 노론과 소론 중신들을 막아내기 위해 분노하는 영조의 모습은 흥미롭기는 합니다.

 

권력을 위해 아들도 버릴 수 있는 냉정한 아비로 묘사되는 영조. 박문수가 가지고 있는 진짜 맹의를 되찾기 위해 강필재의 죽음을 세자에게 짐 지우고 투옥을 시키는 영조는 일반적인 왕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의 대미는 세자를 버릴 수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세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왕이 될 운명이었고, 그렇게 길러졌고 대리청정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의 문제일 뿐 이미 왕의 역할을 하고 있는 세자는 조선의 임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세자를 옥에 가두고 소원 문씨의 처소를 향한 영조는 강력한 정치적 의사를 표했습니다.

 

궁궐의 특별한 존재들만 이용하는 산실청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허하는 과정은 영조가 세자를 버리고 소원 문씨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왕으로 옹립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선포였습니다. 이런 영조의 선택에 경악하는 박문수와 그런 박문수를 보면서 "그대는 제자를 잃고, 나는 아들을 잃게 되겠지"라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영조는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들마저 버리고 적들과 대치하겠다는 영조의 선택은 복선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박문수와 김택의 대립 구도가 성립되면서 흥미로운 전개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박문수의 검과 김택의 검이 진짜 맹의를 두고 대결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강필재는 잔인하게 살해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김택에 의해 몰래 빼돌려진 세자의 장검이 살인의 도구가 되어 국청까지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왔지만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옥을 선택하며 김택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보라는 제안은 세자를 강렬하게 만들었습니다.

 

 

옥에 갇힌 상태에서도 상황을 읽으려 노력하는 과정과 모습은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세자도 힘들게 한 것은 채제공의 집에 있던 지담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를 당하는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영조도 찾고 김택도 찾았던 지담을 먼저 찾은 것은 바로 세자빈이었습니다.

 

세자를 모시던 장내관이 죽는게 두려워 세자빈에게 모든 것을 밝혔고, 영조가 소원 문씨를 찾고 산실청을 내주는 등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혜경궁 홍씨는 지담을 데려와야 했습니다. 이 모든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고, 지담이 세자를 최악의 상황에서 구해낼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열쇠라는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가 생긴 혜경궁 홍씨는 원자인 이산과 함께 영조 앞에 무릎 꿇고 통곡으로 읍소하는 장면은 9회의 핵심이었습니다. 정치적인 강력한 밀어붙이기로 박문수와 김택을 궁지로 몰아넣은 영조에게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대항하는 혜경궁 홍씨의 이 한방은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이 새로운 전개도 가능함을 보여준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이야기의 얼개들로 인해 실망스러웠던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가장 정치적인 인물들인 영조와 혜경궁 홍씨가 대립하며 새로운 전개 과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극의 1/3을 넘어선 상황에 혜경궁 홍씨가 보다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며 극의 흐름을 더욱 긴박하게 만들어간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좀 더 일찍 정치적인 모습으로 삼각구도를 형성했어야 하는 혜경궁 홍씨의 뒤늦은 합류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할지 궁금해집니다.

 

맹의만 내세운 채 한석규와 이제훈을 소모전으로 이끈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이 과연 혜경궁 홍씨의 등장으로 어떤 갈래를 터나갈지 기대됩니다. 이미 역사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결론이 나온 상황에서 과정의 중요성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조와 세자 사이 정조의 어머니이기도 한 혜경궁 홍씨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한 지점을 차지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과연 박은빈이 정체된 드라마의 새로운 구세주가 될지 기대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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