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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미생 4화-임시환에게 건넨 이성민의 마지막 한 마디 세대를 넘어선 공감이었다

by 자이미 2014.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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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PT를 통해 드러난 숨막히는 긴장감은 <미생>이 왜 대단한 드라마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특별한 사례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PT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한 방송마저도 긴장감과 재미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미생>은 대단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작게 보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미생>은 분명 2014년 최고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장과 사무실은 하나다;

장그래가 판 슬리퍼, 우리 모두는 완생을 향해가는 미생일 뿐이다

 

 

 

 

위기에 처한 김 대리를 위해 오 과장은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던 상무에게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자신을 따르는 후배를 위해 가장 꺼리는 일도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라는 사실을 오 과장은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그래서 냉대를 받던 그래에게서 배운 가치. 그건 바로 진짜 용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자 해법이었습니다. 

 

 

오늘 방송은 인턴들의 PT 과정이 주가 되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 과정은 최악일 수도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인턴들의 PT에 할애했다는 사실은 당황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PT만으로도 드라마틱한 재미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미생>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였고, 재미였습니다.

 

삼각관계에 거창한 담론들을 끄집어들이고 회장과 회장 아들, 그리고 모든 것을 갖춘 훈남과 훈녀들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만이 지배하던 대한민국의 드라마에 <미생>은 반란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이들의 너무 솔직한 이야기들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인턴에서 정사원이 될 마지막 관문인 인턴 PT는 모두에게 사활을 거는 승부였습니다.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한 수많은 낙타들의 경쟁은 당연하게도 치열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쟁쟁한 대학을 나온 수많은 인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 과정은 피를 말리는 과정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경쟁의 틈에 고졸 검정고시가 전부인 낙하산 장그래가 버텨낼 것이라 믿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인력을 동원하고 수많은 방법들을 고민한 이들에 비해 장그래는 더디고 힘겹기만 했습니다. 더욱 그의 파트너 역시 함께 가 아닌 자신만을 위한 가치를 앞세울 뿐이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은 작고 큰 충돌들을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서로 주먹질을 하는 과정까지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인터 모두가 장그래는 결코 이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던 안영이는 모든 간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모두가 기대하던 모습을 당연하게 보여준 안영이와 PT의 정석이라 불리던 장백기의 능숙함도 분위기를 이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그래와 한상율의 PT는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과연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지 기대되었기 때문입니다.

 

뺀질이라고 불리던 한석율이지만 그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울렁증이었습니다. 대중 앞에서 울렁증으로 인해 제대로 발표를 하지 못하는 그로 인해 최대 위기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장그래가 나서서 극적인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모두들 기대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영화나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멋진 PT로 기립박수를 받는 것이 자연스럽게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블루칼라 집안에서 자란 한석율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던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가 성장해 무역회사 인턴에 합격한 후에도 그는 현장을 중시했습니다. 현장이 없으면 그 무엇도 아니라는 확신은 자연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살았고, 그의 친척들 역시 현장의 진실한 땀으로 현재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땀을 믿는 한석율에게 현장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공간이었습니다.

 

울렁증으로 물러난 한석율을 위해 대신 나선 장그래이지만 한 번도 이런 PT를 해보지 못한 그에게는 너무 힘든 도전이었습니다. 그저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절망하는 순간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재등장한 한석율은 남은 3분 동안 좌중을 휘어잡는 솜씨로 PT를 끝냈습니다. 

 

 

현장 출신 인사들의 찬사까지 들을 정도로 한석율은 7분을 낭비하고 남은 3분 동안 모두를 감탄하게 하는 PT를 완성해냈습니다.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석율을 바라보며 장그래는 그렇게 다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큰 비교를 당한 장그래는 마지막 상대에게 물건을 파는 미션에서 확실한 반전을 이끌어야만 했습니다. 

 

합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미션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상대에게 자신의 물건을 팔아야만 하는 미션은 쉬운 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팔고 사는 과정은 합격의 당락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대를 옴짝달싹 할 수 없게 하는 장백기의 거울 팔기는 전설처럼 내려온 비기와도 같았습니다. 장그래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나선 한석율은 당연하게도 현장을 상징하는 섬유들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현장의 장단점을 모두 작성한 수첩을 함께 팔겠다고 합니다.

 

현장의 노하우가 담긴 수첩과 원 인터내셔널에서 만들고 있는 섬유 샘플로 승부한 한석율은 강력한 한 방을 장그래에게 날린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고 상대를 지배해가는 장그래는 대단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바둑을 배워왔던 그에게 승부는 일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강력한 한 방을 내놓지 않으면 탈락할 수밖에 없는 장그래가 내놓은 상품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물건이 아닌 바로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낡은 슬리퍼였기 때문입니다. 오 과장의 낡은 슬리퍼를 팔겠다고 나선 장그래를 신기하고 어이없게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새로운 슬리퍼를 가지고 나와도 살 이유가 없는데 낡은 슬리퍼를 팔겠다고 나선 장그래가 어이없기만 했으니 말입니다.

 

현장만 중시하던 한석율에게 사무실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장그래의 슬리퍼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블루컬러와 마찬가지로 사무실에서 땀에 밴 슬리퍼를 신고 열심히 일하는 화이트칼라 역시 현장의 그들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 과장에게 했던 질문을 통해 현장과 사무가 동일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장그래는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 장점을 활용했습니다. 바로 바둑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배운 바둑을 통해 상황을 지배하는 능력을 명확하게 보여준 장그래는 진짜 대단한 존재였습니다.  

 

바둑의 곤마를 비즈니스에 접목해 기본적인 가치들을 구현해내는 장그래의 능력은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고졸 검정고시에 낙하산으로 인턴에 들어선 그가 이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는 그를 아끼는 오 과장마저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냄새나고 낡은 슬리퍼로 현장과 사무가 하나일 수밖에 없는 증명해내는 과정에 모두가 감탄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현장과 사무라는 대립 구도 속에서 강력하게 현장의 힘을 강조하던 한석율마저 장그래가 건넨 슬리퍼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은 <미생>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장그래가 다시 돌아온 것이 좋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엉뚱한 행동을 하는 오 과장은 귀엽기까지 했습니다. 꿈과 같은 현실이 믿기지 않은 장그래는 그렇게 옥상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옥상에 올라온 오 과장은 장그래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버틴다는 것은 완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바둑 기사를 목표로 살아왔던 장그래에게 바둑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황당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장그래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 과장이 건넨 미생에서 시작해 완생으로 가는 과정에 대한 조언은 그저 장그래에게 건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신입 사원만이 미생이 아니라 이 지독한 현실을 살아가고 버텨가는 우리 모두가 미생이라는 오 과장의 발언은 시청자들마저 감동으로 이끌었습니다. 세대를 넘어선 공감을 이끌어낸 '미생'이라는 정의는 바로 드라마 <미생>이 보여주고자 하는 가치였다는 점에서 반갑기만 했습니다. 시대를 대변하는 가치를 담담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담아낸 <미생>은 진정 2014시즌 최고의 드라마임이 분명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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