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9. 11:02

비밀의 문 의궤 살인사건 12회-이제훈 떨리는 눈 한석규에 범접하는 탁월함이 놀랍다

뒤주에 갇힌 채 굶어 죽어야만 했던 사도세자. 그는 왜 아비인 왕 영조에 의해 죽어야만 했는지 여전히 많은 의문들이 존재합니다.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면 영조는 눈물을 머금고 아들을 죽여야만 한 성군이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역사에 남겨진 기록들이 사실일까? 이런 궁금증이 만든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성군이 되고자 했던 영조;

성군이 되고 싶은 사도세자, 역린 건드린 세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균역법을 통해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영조의 노력은 대단하게 다가왔습니다. 스스로 왕이 되어서도 소찬에 낡은 옷을 기어 입으면서도 백성을 위해 스스로 워커홀릭이 되어버린 영조는 분명 대단한 임금임이 분명합니다. 어찌 보면 그의 유일한 흠이자 가장 큰 상처인 사도세자 문제는 여전히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도세자는 왜 왕으로 태어나 뒤주 안에 갇혀 처참하게 죽어야만 했는지는 여전히 의아합니다. 세자가 미쳐서 살인을 저질러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만으로는 이 드라마는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물론 역사적 사실에 새로운 시선을 가미해 풀어가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의문에서 시작한 이야기 자체는 매력적이었습니다.

 

노론의 수장인 김택은 세자에게 '추파'가 누구인지에 대한 힌트를 던졌습니다. 이미 의심을 하고 있던 세자는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궤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물은 단 하나, 바로 임금인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에 세자가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던 그는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맹의에 수결했던 인물들 중 찾지 못했던 단 하나의 인물이 바로 영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세자는 심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갑진년 벌어진 사건의 핵심에 다름 아닌 영조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아들인 세자로서는 판단을 어렵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조는 자신의 어머니 묘를 세자와 함께 찾습니다. 그리고 세자에게 영조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합니다.

 

무수리의 몸으로 자신을 낳았던 어머니. 그리고 그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던 금이는 궁을 떠나며 진정 행복했다 합니다. 하지만 다시 궁으로 불려와 왕제가 된 현실 속에서 무수리의 아들인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야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아비의 모습을 바라보는 세자의 눈에는 '추파'에 대한 궁금증과 분노가 아닌 아버지에 대한 애정만 가득했습니다.

균역법을 위해 자신이 정치의 최전선에 다시 나서고 싶다는 말에 세자는 당연하다고 받아주었습니다. 권력에서 밀려나면 더는 권력을 잡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세자는 당연하게도 영조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에게 친정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세자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 명분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백성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영조의 제안을 뿌리치고 권력에 대한 아집을 부릴 정도로 세자는 권력 지향적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빈이 직접 찾아와 이를 지적할 정도로 궁에서 일고 있는 권력 이동은 세자에게는 불리하게만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권력지향적인 김택이 이미 숙의 문씨에게 충성 맹서를 하고, 영조 역시 공공연하게 유일한 왕제인 세자를 흔드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상황에서 세자가 너무나 손쉽게 영조에게 친정을 하도록 했다는 사실은 불안함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균역법 시행을 위해 정치 일선에 나선 영조는 정치를 알고 정치를 몸으로 습득한 인물입니다. 목숨을 위협받으며 맹의에 수결을 해야만 했던 영조는 확고한 통치이념이 존재했습니다.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그의 철칙은 확고했습니다. 다른 왕들이 기름진 음식과 호화로운 삶을 영위한 것과 달리, 영조는 마지막 순간까지 검소한 삶을 살았던 임금이기 때문입니다.

 

세조 역시 혼란 속에서도 균역법을 시행하려는 영조의 노력은 사실이라 확신하고 믿었습니다. 자신이 의심을 했던 사안들이 죄송할 정도로 힘들어했던 세자는 아버지인 영조를 진정으로 존경했습니다. 백성들을 직접 품으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영조의 행동은 누가 봐도 감동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백성을 위하는 영조와 달리, 백성을 이용해 영원한 권력을 얻으려는 사대부와 양반들은 달랐습니다. 영원한 권력의 중심에 서기를 바라는 그들은 영조의 정치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이 잘살게 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과 정치력을 공고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존재 이유였던 그들에게 영조나 세자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후에 조선의 군주가 되는 날이 오면 균을 통치의 이념으로 삼겠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균역법을 만들고 오늘보다 더 나은 조선을 만들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노론에 의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양반과 사대부들로 인해 균역법이 다시 막히자 세자는 영조를 직접 업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인 영조에게 자신이 훗날 조선의 군주가 되면 균을 통치 이념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백성들이 공평하게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세자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애절하기만 했습니다.

 

영조와 세자가 하나가 되어 균역법을 시행하기 위해 왕가의 재산까지 내놓은 그들은 '소호당정수겸회고록'이 퍼지며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 세책을 한 인물이 다름 아닌 지담의 아비라는 사실은 이들의 엇갈린 운명이 얼마나 한치 앞도 볼 수 없는지 잘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백성을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기까지 했던 영조는 '소호당정수겸회고록'을 보고 분노하고 말았습니다. 이 책을 만든 자, 퍼트린 자, 그리고 읽은 자들까지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 버리라는 분노는 결과적으로 영조와 세자가 완전히 적이 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세자와 자신에게는 가장 들추고 싶지 않은 비밀이라는 점에서 영조에게 이 사건은 역린이 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역린을 건드리며 대립각을 세운 세자. 친정을 하기 시작한 영조에게 세자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그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역사는 세자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세자가 죽을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미 결론이 난 이야기를 어떻게 흥미롭게 풀어 가느냐가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의 핵심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실패했습니다. 배우들의 열연은 대단했지만 흥미로운 요소들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는 점은 아쉽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정치적 대립을 하고 서로 더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만든 12회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만들어낸 한석규와 이제훈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아쉬움 속에서도 이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초반 너무 인위적인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제훈은 그윽한 눈빛 하나만으로 그 모든 연기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안타까움과 존경, 사랑, 그리고 분노까지 이어진 이제훈의 표정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12회였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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