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 08:02

미생 6회-오 과장 웃게 한 상사맨 아들과 박대리에 날개 달아준 장그래의 따뜻함

지독할 정도로 매력적인 드라마의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20회로 준비되었지만 아마도 100회로 만들어도 그 이야기의 끝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상사맨들의 일상적인 모습 속에서 삶의 진리와 가치를 끄집어내는 <미생>의 힘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상사맨은 모든 슈퍼 히어로들을 능가한다;

동창에게 능욕당해도 웃는 상사맨, 좌절한 박 대리에 날개를 달게 해준 장그래의 존재감

 

 

 

한두 명의 배우들만이 아니라 등장하는 배우들마다 자신의 가치를 모두 해주는 드라마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는 배우 섭외와 그런 결정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의 힘이 바로 <미생> 신드롬을 만드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직장인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생생함에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대중성까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오 과장을 위기에서 구한 안영이는 자원팀에서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원본 B/L 서류가 자원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죄로 적으로 몰린 안영이는 그렇지 않아도 여자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그곳에서 더욱 힘겨운 회사 생활을 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폭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원팀의 행동 속에서도 굳건하게 이겨낼 안영이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알파걸이 남성 중심사회에서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의 아픈 구석을 꼬집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윌 마트를 뚫기 위해 노력하던 원 인터내셔널은 호재를 만나게 됩니다. 오 과장의 동창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은 성사 가능성이 그만큼 커 보였기 때문입니다. 고교시절 함께 어울렸던 동창을 만난다는 사실이 행복하기만 했던 오 과장은 하지만 급변하는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시간이 넘게 기다리게 하더니, 정색을 하고 원리원칙대로 하겠다는 동창의 모습에 난감해하던 오 과장은 저녁을 함께 하자는 말에 다시 흥분합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있던 오 과장은 맛집에 예약을 하고 그와 함께 가지만 그 친구가 원하던 곳은 고급 술집이었습니다. 최고급 술을 마시고 온갖 갑질을 하는 친구에게 철저하게 웃으며 접대하는 오 과장의 모습은 처참할 정도였습니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이 서글픈 현실이 바로 직장인들의 애환이기도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피해갈 수 없는 접대 자리. 그 안에는 철저한 갑과 을이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이 동창이나 친구 사이에 만들어지면 그것보다 더욱 지독한 경우는 없다고 생각 될 정도로 힘겨움에 처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계약 성사를 염두에 두지 않고 오 과장을 능욕하기 위한 갑질을 한 친구의 갑질 놀이에 분노하면서도 이를 삭히고 다시 업무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상사맨의 하루는 그래서 힘들기만 합니다.

 

 

갑과 을의 전쟁 속에서 을의 편에 선 갑의 모습을 한 IT팀의 박 대리는 상사 쪽에서 보면 답답한 인물입니다. 거래처의 편의를 봐주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박 대리는 원 인터에서 보자면 손해를 끼치는 인물 정도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남는 게 있어야 회사가 유지되는데 박 대리는 항상 거래처의 이익을 대변하고 편의를 봐주다보니 직장 상사로서는 답답한 부하직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입사 4년 차인 박 대리라고 이런 자신을 모를 리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 같은 이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해서 이직을 하고 싶은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박 대리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서 장그래와 장백기 두 신입사원의 현장 실습을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된 박 대리는 거래처에서 큰 낭패를 보고 맙니다.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민낯이 신입사원들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입사 후 칭찬보다는 질책을 긍정적인 에너지보다는 부정적인 현실이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박 대리는 이번 기회에 사표를 쓰고 이직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를 다시 일깨우고 날개를 달게 한 이는 바로 장그래였습니다. 같은 신입사원인 장백기는 회사로 돌아갔지만 그곳에 남아 박 대리와 함께 한 장그래는 오랜 시간 바둑을 공부하며 익힌 판을 보는 능력으로 박 대리를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마음 약한 박 대리가 "절차대로 합시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만든 장그래의 응원은 결국 회사 차원에서 거래처의 문제를 정리하는 단계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우유부단하고 마음이 약해 상대의 공략에 쉽게 공격을 당하고는 했던 박 대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장과 임원들이 모두 원 인터에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회사 내에서는 법무팀까지 총출동한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이 중요한 자리에 신입인 장그래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박 대리의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이 나약해질 때마다 힘을 주었던 장그래는 박 대리에게는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상대 회사의 기만행위들이 파악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박 대리는 중요한 한 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장그래의 훈수는 "무책임 해지세요"라는 조언이었습니다. 너무 책임감이 강하다보니 이런 오해와 힘겨움 속에 지낼 수밖에 없었던 박 대리가 이제는 좀 더 무책임해져서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장그래의 훈수가 얼마나 보잘 것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기망한 것은 상대 회사가 아닌 바로 박 대리 자신이라며 이야기를 하는 과정은 특별했습니다.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만 하는 회사원으로서는 너무 낭만적인 박 대리의 자기 고백과 자책은 자칫 잘못해서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입사 4년 차 박 대리의 그런 낭만적이고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웃는 조사위원회는 그런 그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상사맨으로서 따뜻한 마음과 열정이 식지 않도록 해준 이번 사건은 박 대리가 진짜 상사맨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장그래는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짓을 했는지 자책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제 갓 들어 온 신입사원이 그저 눈에 보이는 어눌함으로 박 대리를 평가하고 그의 말처럼 '비루한 훈수질'이나 했기 때문입니다.

 

 

장그래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박 대리와 그런 그를 보며 한 없이 죄송한 장그래. 둘이 서로를 위해 고개를 숙이는 장면은 숙연하고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자만과 오만. 누구나 쉽게 범할 수밖에 없는 그 경계에서 깨지고 깨우치며 성장하는 장그래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좌절보다는 이를 통해 보다 단단한 존재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우리도 닮고 싶은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6회에서는 만화적 상상력을 그대로 담은 장면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장그래의 응원하는 과정에서 빛나는 눈빛이나, 박 대리의 등에 날개가 달리는 과정들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일반적인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에 나오면 오글거릴 수도 있었지만, 시의적절 하게 등장한 이런 CG는 큰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자기고발적인 이야기를 하던 과정에서 박 대리는 발가벗겨진 채 자신의 얼굴을 한 상대에게 고백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에 날개는 산산이 찢겨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발가벗겨진 박 대리는 담담하지만 자신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은 압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에서 깨어나 겨우 날개 짓을 할 수 있게 된 박 대리를 표현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흥미로운 과정의 백미는 오 과장의 아들이었습니다. 유치원에서 영웅을 주제로 한 코스프레를 하는 과정에서 오 과장의 아들은 슈퍼맨도 배트맨도 그리고 아이언 맨도 아닌 상사맨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인 상사맨을 따라 한 오 과장의 아들은 당당하게 모든 슈퍼 영웅들을 살 수 있는 상사맨이 최고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들. 그런 아들의 재롱만으로도 지독한 삶의 무게로 힘겨운 직장인들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가장 친한 친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이 비루한 현실을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기 때문입니다.

 

"행복하지만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박 대리의 한숨 속에 직장인의 애환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 과장의 아들이 보인 상사맨의 당당함은 큰 위안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과정은 박 대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이렇게 소소함 속에서 행복을 찾고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고는 하는 듯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는 장그래의 말처럼 직장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미생>은 바로 이런 드라마였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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