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5. 10:04

비밀의 문 의궤 살인사건 14회-균과 탕평사이 한석규와 이제훈의 정치 게임의 시작

영조라는 외로운 성군. 그는 왜 역사적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음에도 아들을 죽인 잔인한 아비로 남겨져야만 했을까? 이런 의문에서 시작한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형식으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현실을 잔인하게 옥죄고 있는 언론 통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는 분명 특별합니다. 

 

균과 탕평 사이;

세상을 이롭게 하고, 백성을 위해 살고자 했던 영조와 세자의 너무 다른 현실

 

 

 

 

아버지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어야만 했던 세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군주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헤진 옷을 입고, 다른 왕들과 달리 소찬으로 검소하게 살아갔던 영조 역시 오직 백성을 위해 살고 싶다는 포부를 마지막 순간까지 견지했던 왕이었습니다.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았지만 함께 갈 수 없었던 이들의 운명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진본 맹의를 가지고 등장한 세자는 영조 앞에서 살육을 멈춰달라고 간청합니다. 자신을 향해 발톱을 세운 세자는 어떻게든 이 지독한 살육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영조와 세자는 맹의를 태우며 약조를 합니다. 이번 사건과 연루된 이들과 가족들에게 더는 죄를 묻지 않겠다는 약속 말입니다. 

 

영조 역시 문제의 맹의 진본을 태워버리고 더는 정쟁에 매몰되지 않아도 되는 세자의 제안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정적인 소론이 사라진 조정에서 임금인 영조의 존재감은 무의미했습니다. 모든 권력을 손에 쥔 노론은 이미 임금 위에 올라서 있었고, 그들의 반발로 인해 세자와의 약조는 헌신짝처럼 내던져져야만 했습니다. 

 

노론의 수장인 김택이 영조에게 "노론의 군주"가 되신 것을 감축 드린다는 비아냥은 영조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뒤늦게 깨닫게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맹의와 과거의 기억 속에서 역린을 건드린 소론에게 분풀이를 하기는 했지만, 그 일로 인해 정작 조정을 움직이는 인재들을 잃어버린 영조는 일당독재가 얼마나 지독한지 스스로 깨닫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론 일당 독재는 절대 군주임 임금마저도 무능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3년이 흐르는 동안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노론의 힘은 더욱 커졌고, 냉철하고 단단해 보이던 홍계희마저 완벽하게 노론의 힘에 휩쓸려 정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조마저 농락하며 자신들의 뜻대로 모든 것을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들에게는 말 그대로 무소불휘의 힘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자신의 스승이자 정직함으로 군주로서의 덕목을 일깨워주던 박문수는 죽기 직전 영조에게 상언을 보냈습니다. 그 안에는 과거 자신이 영조에게 지어주었던 '죽파'가 적혀 있었습니다. 정의가 물결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어달라며 영조의 호를 지어줬던 박문수는 그렇게 마지막 유서를 영조에게 '죽파'를 일깨워주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모두가 자신에게 등 돌릴 때도 자신을 곁에서 지켜주었던 박문수. 세자의 스승으로서도 훌륭했던 박문수는 영조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박문수가 먼저 떠나버린 상황에서 상선 혼자 남은 대전의 영조는 외롭고 쓸쓸하기만 합니다.

 

견제세력이 없는 노론의 일당독재를 만들어버린 영조로서는 그나마 믿을 수 있던 박문수의 죽음은 그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더욱 왕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세자가 자신 마음대로 김택을 스승으로 삼겠다는 선언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30년 넘게 정치적 동지로 함께 해왔지만 누구보다 김택을 잘 알고 있는 영조로서는 자신의 아들이 김택의 제자가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세자는 적에게 좀 더 가까이 들어가 그들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지만 그렇기에는 너무나 힘이 없던 세자는 김택을 스승으로 삼아 그의 약점을 파고들어 무너트리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세자는 김택을 찾았고, 김택의 손자를 비롯한 노론의 세도가 자제들을 이끌며 그들의 환심을 사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들이 세자는 더는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철저하게 자신의 복심을 숨긴 채 조심스럽지만 치밀하게 왕이 된 후 자신이 펼칠 세상에 대해 준비를 하는 세자는 농익은 정치 수완들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비난하며 단식 투쟁에 들어선 왕을 돌리기 위해 본심보다는 김택을 이용하는 선택을 합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세자의 이런 변화는 곧 영조에게는 위험으로 다가왔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정적은 다름 아닌 후대 왕이 될 세자일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정적을 제거하거나 견제해야만 하는 권력 싸움 속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이들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견제할 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영조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은 탕평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벌어진 청나라 어선에 대한 수군의 공격을 빌미삼아 소론을 불러올리는 영조는 본격적으로 노론을 견제할 세력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자가 꿈꾸는 세상과 3년 전 지독한 현실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지담과 나철주가 품고 있는 세상은 같은 길을 향하고 있지만,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균'을 통치이념으로 생각하고 싶다던 세자는 모든 이들이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그리고 허허실실로 상대를 속이며 차분하게 영조 이후의 세상을 준비하던 세자는 어쩌면 진짜 세상을 변모시킬 수 있는 진정한 군주였을지도 모릅니다. 진짜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나철주와 지담 역시 동일한 꿈을 꾸면서도 세자와 영조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운명이 얼마나 서글프게 다가올지 슬픈 예측을 하게 합니다.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세자를 뒤주에 넣어 죽여야만 했던 영조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자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드라마가 정치에 대한 섬세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정적이자 동반자였던 세자의 죽음 후 정말 홀로 남겨진 영조의 모습이 작가가 이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이 담길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대전에 홀로 남아 있던 영조의 이미지들은 첫 회부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모든 권력이 나오는 대전에 홀로 남아 풀어진 모습으로 남겨진 영조의 모습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임금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권력 싸움을 위해서 아들마저 희생시킨 군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영조의 그런 모습은 바로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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