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4. 10:12

피노키오 2회-이종석 박신혜 고깔모자 사랑보다 강렬했던 달포의 분노

소문은 피리처럼 쉽게 불 수 있다는 말에 많은 이들은 공감을 할 듯합니다. 최악의 드라마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생>과 <피노키오>는 많은 이들에게 필견의 드라마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고민하고 소통하고, 이를 통해 이해를 하는 과정에 동참하게 유도하는 이 드라마들은 자연스럽게 큰 의미들을 담고 있습니다. 

 

진부하지 않은 사랑이야기;

손쉬운 루머들과 완장을 찬 언론인들, 그들을 향한 달포의 분노가 반갑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는 왜 많은 이들이 <피노키오>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합니다. 퀴즈쇼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관계들을 정리하는 작가의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능력이 바로 작가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박혜련 작가의 능력이 잘 드러난 1, 2회였습니다. 

 

 

시험 볼 때마다 빵점을 맞아 '올빵'이라는 별명이 붙은 달포는 정말 바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벅머리에 촌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순박하기만 한 그에게 숨겨진 능력이 존재할 것이라 믿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5년 동안 자신을 숨기고 살았던 달포는 어느 날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변화시킨 가장 큰 힘은 역시 사랑이었습니다.

 

달포가 자신이 증오하는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퀴즈쇼에 참가를 희망한 것은 오직 인하를 위해서였습니다. 인하를 좋아하는 전체 1등의 고백 이야기를 듣고 달포는 자연스럽게 참가해야겠다는 확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상식 문제 1위가 자동으로 참가하게 하겠다는 학교의 방침에 따라 시험을 치르지만 모두의 허를 찌르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올빵'이라는 별명으로 바보 취급을 당하던 달포가 100점을 받은 것은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달포와 함께 사는 인하마저 당황할 정도로 그의 점수는 학교 전체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전체 1등 찬수는 소문의 진원지를 자처했습니다. 자신이 당연히 1등을 할 것이라 확신한 상황에서 '올빵'이 100점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소문은 삽시간에 날개를 달고,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컨닝을 해서 백점을 받았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범죄로 커졌습니다.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습성은 결과적으로 '올빵'이 자신의 실력으로 백점을 받을 수 없으니, 시험지라도 훔쳤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시기만이 아니라 담임까지 달포가 시험지를 훔쳤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추궁을 할 뿐이었습니다. 잘못을 한 사람이 알아서 자신이 진실을 증명하라는 담임의 말은 과거 아버지의 무죄를 가족들이 알아서 증명하라고 했었습니다. 억울한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것은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달포는 5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그들의 행동은 분노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시험지를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달포가 알아서 증명하라는 말을 듣고, 그는 담임과 여교사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소문을 내겠다고 합니다. 근거도 없는 무책임함 소문. 그리고 그런 소문의 진상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달포의 한 방은 학교에서 난 소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과 같았습니다.

 

근거도 없는 소문을 내고 억울하면 알아서 해명하고 증명하는 식의 무책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소문들은 나는 순간 그 대상은 죽음과 같은 지독한 낙인을 평생 떠안고 가야만 합니다. 사실관계를 해결한다고 해도 그 낙인을 지울 수는 없다는 점에서 소문에 대한 이야기들은 흥미로운 접근으로 다가왔습니다. 

 

달포의 이런 행동은 곧 그가 세상에 던질 외침과도 동일했습니다. 퀴즈쇼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포기한 달포는 "방송을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담당 피디에게 분노합니다. 완장을 차고 거들먹거리는 방송국 사람들의 한 마디로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감히 장난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달포의 외침에는 5년 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지독한 아픔이 담겨 있었습니다. 시궁창 같은 이곳에 다시는 오지 않기 위해 마지막 문제의 정답을 찬수에게 넘겼다는 달포의 외침은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소위 낙하산 인사들이 방송국을 장악하며 언론은 죽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이 언론으로서 가치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기자가 아닌 기레기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사망 직전의 언론은 박근혜 정부 들어 입관까지 마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고, 그들의 입을 자처하는 언론은 더는 언론이 아니었습니다. 권력과 자본에 굴하지 않고 바른 말을 해야만 하는 언론은 이제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박 작가의 <피노키오>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인하가 방송국 기자가 된다는 설정만으로도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지독할 정도로 증오하는 언론. 그래서 쳐다 도보고 싶지 않았던 방송국에 달포가 오게 된 것은 인하 때문이었습니다. 찬수의 고백을 듣고 자극을 받은 달포는 인하를 위해 5년 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본모습을 모두 드러냈습니다. 5년 전 인하의 어머니가 바로 자신의 가족을 풍비박산 낸 송차옥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증오해왔습니다. 

 

자전거를 함께 타고 가는 것이라 여겼던 가족들과 달리, 그 5년 동안 달포는 인하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달포에게 그런 행동은 자신의 증오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하가 송 기자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 달포는 그녀가 운명의 여인이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아봤습니다. 그런 운명의 여인을 잊지 못하고 소심한 복수만 하던 달포는 찬수로 인해 다시 그 지독한 사랑에 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달포의 마음처럼 인하라고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갑자기 서울에서 작은 섬으로 이사와 살아야 했던 그녀가 의지하고 지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달포였습니다. 미워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달포를 좋아하고 있음을 부정하지 못하는 피노키오 인하에게 달포는 항상 그런 존재였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에서 자신을 구하고 기절한 달포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속마음이 바로 인하의 마음이었습니다. 

 

모두가 사귀고 싶어 하는 전교 1등 찬수의 고백을 쿨 하게 차버린 이유 역시 그녀가 마음에 품고 있는 이는 달포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그래서 아픈 인하는 5년 동안 자신을 숨긴 채 살아온 달포의 진심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구해 아들로 삼아 키워준 인하의 할아버지 공필이 그렇게 잊지 못하는 아들 달포가 바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죽은 달포가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바보가 되어버린 달포의 행동은 인하의 추적을 통해 확실하게 증명되었습니다. 백점 맞기보다 어렵다는 0점만 맞는 달포는 진정 천재였습니다. 역설적으로 우연하게도 정답이 맞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항상 0점을 맞는 것은 달포가 모든 정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만큼 의도적인 0점은 백점을 맞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집과 학교에서는 바보처럼 다가왔지만 달포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섭렵한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해박한 지식을 쌓아 놓고도 바보처럼 살았던 달포. 그런 달포가 시험지를 훔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는 할아버지가 달포를 자신의 아들 달포가 아닌, 마음을 낳아 키운 아들 달포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계기가 됩니다. 

 

퀴즈쇼에 나와 자신의 해박함을 증명하는 모습을 본 후 인하는 방송국 기자가 되기로 다짐합니다. 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바로 TV안에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언론의 피해자로 그들을 부저하고 증오하는 달포와 언론을 통해 오해가 풀리고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목격한 인하. 이 둘의 운명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길을 가리키고 그곳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증오하지만 그렇게 증오하기 때문에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되는 달포. 어머니의 뒤를 이어 기자가 되는 거짓말을 못하는 피노키오 인하. 이들은 그렇게 진실만을 보도하는 언론인이 되기 위해 시궁창 같은 곳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인하 어머니의 언론관은 이후 중요한 충돌의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안하게 다가옵니다. 

 

비 오는 날 망가진 우산 대신 고깔로 대체한 달포와 인하. 그 풋풋하기만 했던 사랑이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지독한 비로 인해 5년 동안 숨겨져 왔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과 함께 이들의 운명 역시 지난 5년과 다른 삶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폐허가 된 불난 공장 근처에서 드러난 달포 아버지의 사체는 이들의 운명을 2막으로 불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1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11.14 22:44 address edit & del reply

    어우 달포ㅠㅠ 너무 좋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