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30. 11:19

펀치 5회-시청자 섬뜩하게 했던 김래원의 한 마디가 압권이다

검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권력쟁투를 다루고 있는 <펀치>는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법치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핵심 중 하나인 검사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원리원칙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박정환을 응원하게 되는 드라마 <펀치>는 본격적인 박경수표 드라마의 매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흑묘백묘 박정환;

궁지에 빠진 이태준,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은 결국 가족이다

 

 

 

 

뇌종양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박정환은 마지막 남은 시간 복수를 시작합니다. 복수라기보다는 남겨진 가족들을 위한 마지막 선택일 수밖에 없는 정환은 모든 것이 치열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만 바라보는 어머니와 어린 딸, 그리고 결혼도 하지 않은 여동생까지, 치열하게 살아왔던 정환에게 남겨진 시간은 그들을 위한 전부였습니다.

 

출세를 위해 철저하게 이태준의 사냥개를 자처하며 살았던 박정환은 수술 후 자신이 토사구팽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신합니다. 코마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이태준은 자신의 전 부인이자 딸 예린이의 엄마인 하경을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남은 삶이 얼마 없는 정환에게 태준의 이런 행동은 분노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태준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이미 당긴 화살을 거스를 수 없던 이태준은 박정환을 버립니다.

 

박정환이 가족을 생각하듯, 이태준에게는 이태섭이라는 친형은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이태준이 검찰총장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형인 이태섭의 공로가 컸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형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이태준에게도 가족은 중요했습니다.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두터웠던 박정환과 이태준의 결별은 그렇게 서로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족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그들은 그치지 않는 탐욕을 정당화했고, 그렇게 그들은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던 존재들이었습니다.

 

자신을 공격하는 법무장관으로 거짓말쟁이로 만들며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 이태준은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그 확신은 1분도 되지 않아 자신이 유일하게 믿었던 정환에 의해 모든 것이 심하게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뒤틀리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뿌리까지 뽑아내겠다고 나선 정환으로 인해 이태준은 강한 위기감에 빠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법무장관을 살린 박정환은 검찰 조직을 움직이는 실세인 반부패부의 수사지휘과장으로 임명된 정환은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합니다. 그런 정환을 감시하기 위해 CCTV까지 설치해 그를 감시하며 흡족해하던 이태준은 자신의 머리 위에 그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는 못했습니다.

 

윤지숙 장관이 지검장으로 있던 7년 전 정환은 다시 한 번 대립을 하게 됩니다. 큰 걸 잡기 위해 브로커와 타협을 했던 정환과 원리원칙만 내세우는 윤지숙과는 대립관계를 구축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병역비리 수사 때처럼 이번에도 박정환은 前 세진자동차 회장인 김상민을 공항 앞에서 잡아들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자술서를 작성토록 해 이태준과 이태섭 형제와 김상민까지 모두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정환은 다시 잡았습니다.

 

10조가 넘는 자금과 천 명이 넘는 해고노동자와 10명의 사망자까지 냈던 세진자동차 사건과 이 씨 형제들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신하경을 석방하기 위한 카드로 써버린 정환에게는 아쉬움이나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정환이 원하는 것은 딸 예린의 곁에 든든하게 지켜줄 엄마 하경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경아 세상은 안바껴!"

 

"이태준을 잡아넣는다고 해도 더 독한 놈으로 바뀔 뿐이야. 앞도 정글이야. 정글에 살아갈 애한테 농사짓는 법만 가르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악의 무리를 일망타진할 수 있는 카드를 소진하는 정환에게 분노하는 하경. 그런 하경에게 정환이 쏟아내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사이기도 했습니다. 이 씨 형제들을 구속시킨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놈들이 구속된다고 해도 그 자리에는 더 독한 놈으로 바뀔 뿐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정글이자 지옥입니다. 그런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딸 예린이에게 유기농 농법이 아니라 독하게 정글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라는 정환은 철저한 현실주의자이자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정리하는 아버지일 뿐이었습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라는 흑묘백묘론을 외친 덩 샤오핑의 실리주의처럼 정환은 철저하게 목표만 이룰 수 있으면 그 수단은 상관없다고 주장합니다. 법무장관이 자신에게 내린 전권이라는 의미 자체도 과정이 아닌 결과만 보겠다는 의지라는 정환의 행동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적으로는 법무장관의 원리원칙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환의 전권 행사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맨 정신이 아닌 실질적인 문제의 핵심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조금은 과감한 방식으로 환부를 도려낼 필요성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 원리원칙이라는 법을 가지고 노는 범죄자 무리들에게 '법대로'라는 단어만큼 허무한 것은 없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예린이가 건네는 핫팩. 그 중요한 자술서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려버리는 정환. 위인전과 부당한 판단. 이질적으로 충돌하는 이 상황들은 <펀치>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정환은 분명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검찰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그는 지탄을 받아야 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사망선고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정환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죽음을 몰랐을 때는 어떤 부정한 행동이라도 출세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권력을 잡아 가족들을 모두 편하게 만들면 그게 자신이 사는 목적이자 목표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나서 그는 조바심을 낼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더욱 강렬해진 그는 오직 가족을 위한 선택만을 할 뿐이었습니다. 사회 정의는 자신이 죽은 후 하경이 해도 상관없다며 스스로를 던져 가족을 지키려는 정환의 모습은 그래서 인간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흥미롭습니다.

 

한 배를 탔다 서로 다른 길에서 충돌을 하게 된 이태준 역시 박정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둘 다 가난한 집에서 힘겹게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선 그들에게는 모든 삶이 치열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윤지숙 장관처럼 초 엘리트 코스를 태어나면서 밟아 올라간 것이 아닌 자신의 노력만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존재했습니다.

 

가진 것 없던 그들은 뛰어난 재능을 마음껏 활용하며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까지 올라서는데 성공했습니다. 스스로 괴물이 되었음에도 이런 자신의 행동들마저 당연하게 여기는 그들은 우리 사회가 낳은 사생아이면서도 새로운 적자이기도 합니다.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들은 박정환과 이태준은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종하는 신하경과 윤지숙 장관. 현실적인 박정환과 이태준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충돌은 <펀치>의 매력이자 재미입니다. 이들의 이런 고민과 고통 속에 자리하고 있는 가족애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우리를 흥분하게 합니다. 각자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서로의 등에 칼을 꼿기 시작한 박정환과 이태준의 대결은 이제 시작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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