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9. 10:39

피노키오 17회-이종석이 진경에게 요구한 결자해지는 왜 중요한가?

언론이 사망한 대한민국에 언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늠해보게 하는 드라마 <피노키오>는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권력의 입이 되어 그들이 불러주는 대로 읊어대던 기레기라는 주홍글씨. 그 지독한 주홍글씨를 씻어내기 위한 마지막 기하명에 의해 승부수는 던져졌습니다. 

내부고발자라는 주홍글씨;

송차옥에게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기하명, 그녀는 스스로 주홍글씨를 벗겨낼 수 있을까?

 

 

 

송차옥과 박로사 회장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복구한 인하와 범조는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13년 전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했던 이들이 바로 자신의 어머니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분노가 치미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어머니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하와 범조에 의해 드러난 과거의 문자는 송차옥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게 해주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송차옥 기자가 처음부터 기레기는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녀 역시 13년 전 박로사 회장과 당시 부장의 커넥션을 확인하고 인하처럼 분노했습니다.

 

기자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그녀는 무조건 이 모든 것을 보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자사 방송국에서 불가능하다면 타 방송사에 제보를 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내부고발자가 되어 더는 기자로서의 삶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이 송차옥을 주춤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평생 꿈이기도 했던 기자로서의 삶을 잘못하면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힘겹게 했습니다.

 

자신의 남편이었던 최달평 역시 잘나가던 은행원이었지만, 은행장의 비리를 언론에 폭로해 내부 비리를 바로잡는 일을 해냈지만 대가는 혹독하기만 했습니다. 내부폭로로 인해 은행의 비리는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은 그를 외면했습니다.

 

내부고발자라는 주홍글씨는 달평을 은행에서 더는 근무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옳은 일을 했지만 내부고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주홍글씨를 붙이고, 그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상황에서 달평이 은행에서 버틸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송차옥마저 내부고발자로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해도 그 뒤에 따라오는 엄청난 후폭풍은 차라리 눈을 감는 것이 옳았다는 확신을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회장의 비리를 눈감고 세상의 모든 잘못을 추적하고 보도하는 기자로 남아달라는 요구는 달콤했습니다. 여기에 회장은 자신의 모든 힘을 집중해 송차옥이 기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송차옥은 그렇게 악마와 손을 잡았고, 철자하게 회장이 의도하는 대로 보도 방향을 잡아갔습니다. 그리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냈고, 그 피해는 과거의 일이 아닌 13년이 흐른 현재 다시 한 번 17명의 사망자를 내는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송차옥이 희생하고 비리를 모두 폭로했다면 13년이 흐른 현재 17명의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억울한 희생자가 되어 죽어야만 했던 기하명의 가족들도 만들어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악마와 손을 잡는 순간 더욱 강력하게 발아되었고, 그렇게 싹이 튼 재앙은 다시 한 번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말았습니다.


13년 전 송차옥처럼 인하 역시 이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캡에게도 이 사건을 보도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자사 문제에 대해서는 그들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타 방송사의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그 누구보다 당당한 언론인의 자세를 보였지만, 그 문제가 자신이 근무하는 방송사의 일이라고 밝히자 그들은 이내 모든 것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가 잡아먹히는 시기는 주인을 못 알아보고 짖을 때"라는 말로 정리한 캡의 발언은 조직 사회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쉽게 용기를 내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 자신이 존재한다면 결코 쉽게 낼 수 있는 용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부고발자가 되면 기자로서의 삶도 끝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상황에서도 인하는 기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합니다. 하명에게 모든 자료를 전달하고 그녀는 사표를 쓰고 MSC를 나섭니다. 어머니인 송 부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정직원이 된 그날 사표로 자신의 의지를 보였습니다.

 

인하가 건넨 자료를 바탕으로 YGN은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제대로 된 보도를 통해 비리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그 어떤 성역도 없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연하게 자료를 넘겼던 인하가 사표를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YGN의 캡 교동은 모든 취재를 멈추게 합니다. '내부고발자'는 자신의 현재와 미래까지 모두 포기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결코 쉽게 볼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사회에나 내부고발자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런 내부고발자에 의해 조직은 건강해집니다. 하지만 조직은 건강해지만 내부고발을 한 이는 더는 그 조직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삼성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사례만 봐도 우리 사회 내부고발자의 삶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부패한 조직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내부고발자가 그 환부와 함께 같이 도려내지는 현실 속에서 '내부고발자'는 결코 쉬운 선택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하명이 인하에게 다시 회사로 돌아가라는 당부는 당연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내부고발자의 삶을 살았던 달평 역시 '내부고발'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지만, 더 버티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말은 인하에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합니다.

 

 

피하지 않고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인하의 결심과 모든 것들을 무너트릴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송차옥에게 건네는 하명의 모습에서 <피노키오>의 극적인 재미를 다시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13년 전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시작된 이 지독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결국 송차옥 자신이 해결을 해야 한다는 하명의 제안은 <피노키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어머니의 실체를 추적하는 범조의 선택 역시 드라마의 결말을 더욱 흥미롭게 해주고 있습니다.

 

반절의 그림을 접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드는 데칼코마니가 존재합니다. 13년 전 사건과 현재의 사건은 그렇게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습니다. 13년 전 레이어와 현재의 레이어가 겹치는 순간 데칼코마니의 동일한 그림이 아닌, 전혀 새로운 형태의 진실이라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송차옥에게 건네진 결자해지를 과연 그녀가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집니다. 

 

<피노키오>가 시원한 복수전을 하듯 하명이 모든 진실을 파헤치지 않고 송차옥에게 결자해지를 요구한 것은 흥미롭습니다. 현실 속에서 스스로 기레기를 선택한 언론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스스로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바로서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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