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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썸남썸녀와 불타는 청춘 설날 등장한 연애 버라이어티가 들춘 현실

by 자이미 201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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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명절이라는 설. 올 해는 길게는 9일 동안의 연휴이기도 합니다. 역대 최고의 해외여행자들이 나온 상황에서 여전히 귀성 전쟁은 치열하게 이뤄졌습니다. 3천만이 넘는 인구가 자신의 고향을 향해 떠난 설에 방송사들이 준비한 특집에서 미혼 남녀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었습니다. 

 

힘든가? 그럼 결혼해라;

청춘의 새로운 정의,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결혼에 집중하라

 

 

 

대한민국의 최고 난제는 무엇일까? 경제난은 해마다 점점 심화되고 있고, 그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와 경제 모든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본의 전철을 밟으며 지독하고 심각한 장기 경기침체기에 들어선 대한민국에 더욱 큰 문제는 바로 낮은 출산율입니다.

 

인구감소가 급격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서는 인구 증가가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가가 해줘야 할 최소한의 의무도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을 강요하고, 출산을 장려한다고 실질적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아동학대의 심각성은 출산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정부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고 말로만 결혼하라고 요구하는 한심한 작태는 한심하기만 합니다. 결혼과 출산은 국가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출산 장려를 위해 다른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국가 정책들을 만들고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역으로 민주정부가 만들었던 보호 장치마저 거둬내고, 과보호라고 국민들을 상대로 "복지가 과잉되면 국민들이 나태해진다"는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는 게 현실입니다. 

 

해리 덴트의 책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를 보면 대한민국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인구 통계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이 책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 인구 절벽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과거의 사례를 통해 밝히고, 이를 적용해 미래를 예견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2018년은 지금보다 더욱 끔찍하고 심각한 문제가 버티고 있음이 분명함으로 다가옵니다. 

 

 

3, 40대 연예인들을 내세운 <썸남썸녀>와 4, 50대 연예인들의 1박2일을 다룬 <불타는 청춘>은 이런 결혼에 대한 강박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결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우리 결혼했어요>나 다양한 형태의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 속 결혼에 대한 관심사가 큰지를 잘 보여줍니다. 

 

삼포시대를 넘어 사포, 오포로 넘어가는 현실 속에서 결혼과 출산은 요원한 일이 되었습니다. 우선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취직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해야 출산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들의 결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들을 내세운 연애 버라이어티는 그래서 씁쓸하기만 합니다. 결혼에 대한 갈망과 출산(아이를 내세운 예능)에 대한 기쁨을 담고 있는 예능에는 현실의 아쉬움은 없고 환상만 존재할 뿐입니다.

 

연예인들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시청자들을 더욱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30-50대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연예인들이 모여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분명한 거리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의 수많은 시청자들로서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물론, 예능이라는 측면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현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결혼에 대한 담론들을 풀어간다는 점에서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주 결혼에 대한 환상과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관심을 끌어 모은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들 연애 버라이어티는 분명한 벽이 존재하는 듯 낯설게 다가옵니다. 

 

 

돌싱들과 늦게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연예인들이 모인 <불타는 청춘>은 1박2일의 여행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삶에 대한 그들의 철학과 의미들을 곱씹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에서 나름의 가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명확함이 떨어져 아쉽기만 했습니다.  방송을 보고난 후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타는 청춘>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썸남썸녀>는 다양한 청춘들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보다 대중적인 접근이 가능한 방송이었습니다. 물론 여러 방송들을 짜깁기하듯 여러 장점들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런 짜깁기 한 듯한 방송은 의외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이미 익숙했던 방식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질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존재감은 철저하게 예능 화 되어있고, 그런 그들의 행동들은 절박함에 근거한다기보다는 재미가 더욱 강하게 다가옵니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절박하기보다는 '결혼'에 방점을 찍은 예능이라는 점만 분명했습니다. 9명이나 되는 연예인들이 각각의 조를 짜서 함께 생활하는 방식은 현재 SBS에서 방송되고 있는 <룸메이트>의 다른 변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제든 교체 가능한 방송으로 <룸메이트>의 대체 프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썸남썸녀>에 대한 SBS의 기대는 의외로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짝>으로 큰 관심을 받고 이끌었던 그들로서는 짝짓기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런 아쉬움은 어쩌면 이번 설 연휴 특집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듯합니다.

 

인간 사회에서 항상 언급되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사랑입니다. 남녀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자 전부인 세상에서 남녀의 사랑을 담은 예능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이어져왔고, 세월이 흐르며 사회 분위기에 맞게 색다른 형식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방송의 본질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SBS가 내세운 '배려'라는 모토와 사랑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경기장기침체로 인해 사는 것이 척박해지는 사회는 끔찍한 범죄의 일상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썸남썸녀>와 <불타는 청춘>을 바라보면서 과연 시청자들은 얼마나 결혼에 대한 관심을 얻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연애 버라이어티가 보여주는 현실은 이후 점점 변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이제 막 들어서기 시작한 지독한 경기침체의 터널은 방송에도 수많은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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