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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아빠를 부탁해 시청률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

by 자이미 2015.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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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아빠와 20대 딸의 소통을 담은 설 특집 <아빠를 부탁해>는 성공적인 파일럿으로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시청률만 보면 정규편성은 당연해 보일 정도입니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지만 2부작으로 방송된 <아빠를 부탁해>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족 관찰 예능의 확장;

유아에서 성인으로 옮겨간 가족 관찰 예능의 가능성 보인 아빠를 부탁해

 

 

 

 

관찰 예능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또 다른 관찰을 요구하는 예능은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습니다. 형식 자체는 특별할 것 없었지만 <아빠를 부탁해>가 변별성과 화제성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이들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한 가족의 경제력을 책임져야만 했던 이제는 50대가 되어버린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추억을 잃고 성장한 20대 딸들과의 짧지만 강렬했던 일상은 많은 이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아빠를 부탁해>가 담고 있는 가치는 바로 일상 속 우리들의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연예인 아빠 4인방과 그들의 딸이 출연한다는 사실은 대중적인 호기심을 유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그들의 딸들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시청률로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첫 방송이 13.5%라는 높은 시청률로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토요일 무도 방송과 겹치며 1위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12.8%를 기록한 것은 <아빠를 부탁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경규, 강석우, 조재현, 조민기 등 4명의 성공한 아빠들의 가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이끄는 요소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살까? 그들의 집은 얼마나 화려하고 대단할까에 대한 대중들의 막연한 궁금증과 함께 그들의 딸들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기대감까지 합해지며 <아빠를 부탁해>는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20대 딸들과 50대 아빠는 가까워지기 어려운 관계임은 분명합니다. 이제는 성장한 아이들과 부모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 가난함을 이기기 위해 일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세대에 가족은 그저 막연한 연대의식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 안에 가족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사랑과 애정이 가득했지만 이를 표현하거나 함께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지만 은퇴 후 돌아온 가정에 자신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게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입니다. 함께 정을 나누고 추억을 만들어가야만 하는 그 소중한 시간이 아버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들은 가족을 위해 살았지만 가족들과 함께 할 수는 없었고, 그런 운명은 결국 소외라는 단어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상대적으로 다른 아버지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 역시 다른 아버지와 다르지 않는 삶을 살 수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딸과의 관계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재현을 제외하고 다른 아빠들은 딸과의 관계가 크게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그들의 선택과 성향이 만든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이경규는 딸과 어린 시절부터 방송 활동을 하며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의 성향이 만든 결과는 소통이 쉽지 않은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들 부녀가 모두 인정을 하듯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아니라면 소통이 끊어졌을 그들의 관계 역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강석우와 조민기는 가정적인 아빠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딸과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고 장난을 치는 그들의 관계는 당연한 부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좋아 보였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이들이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한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좋은 아빠의 모습보다 두 나쁜 아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좋은 아빠보다는 나쁜 아빠가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이었을 듯합니다. 이경규는 그나마 재미있는 아빠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조재현은 그 무엇도 아닌 그저 낯선 이방인 같은 우리네 아빠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말 보다는 그저 눈빛으로 서로를 이해한다고 주장하는 조재현의 모습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딸이 자신을 이해할 것이라는 막연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생 아버지의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서만 보며 옆으로 다가서지 못하는 딸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집안의 풍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아이들이 잠든 뒤에나 퇴근하는 아버지. 그들에게 자식들은 그저 잠든 모습이 전부일 뿐입니다. 자신의 책상 앞이나 지갑 안에 가족의 사진을 넣어두고 위안을 삼으며 힘든 노동 현장에서 버텨내는 아버지이지만, 그들의 삶을 가족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 지독하고 힘겨운 삶의 현장에 가족은 함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재현의 딸이 어린 시절 그를 바라보며 TV에 나오는 사람이 우리 집에 함께 산다고 생각했다는 말은 충격이었을 듯합니다.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아닌 그저 방송에서 보던 아저씨 정도로 자신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발언은 그저 가족이니 가족이어야 한다는 조재현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을 듯합니다.

 

딸이 바라는 아빠와의 관계는 특별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누는 것만이 전부였던 바람은 하루 동안의 일상만으로 치유될 수는 없지만 시작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시작이었을 듯합니다. 함께 단순한 게임을 하고, 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하는 것. 그리고 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고 식사를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조재현 딸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아빠를 부탁해>가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보인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아빠와 딸들의 관계는 서먹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비단 딸과 아빠와의 관계만이 아니라 아들과 엄마, 나아가 가족들 간의 관계들이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 <아빠를 부탁해>는 어쩌면 자화상과도 같은 프로그램이었을 듯합니다.

 

출연했던 가족들만이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역시 공감대를 공유할 수 있는 소재였다는 점에서 <아빠를 부탁해>는 성공했습니다. 비록 아쉬움이 남고, 한시적인 처방으로 변화를 도모할 수는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명확하기는 하지만 좀 더 보완을 한다면 흥미로운 가족 관찰 예능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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