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3. 07:15

노희경의 우행질-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삶의 철학을 바라본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가지 질문

연출 : 성준기, 김용수, 홍석구
각본 : 노희경, 서희정, 이선희 外 9인
출연 : 배종옥, 김여진, 주현, 김자옥, 김창완, 박신혜, 이태성, 김혜옥


"우리 사는 것 별거 아닌데, 100년 사는데 왜 이렇게 찌질하게 사는걸까?"


이 드라마를 보면서 왠지 어디선가 봤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왜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그사세'에 등장했었던 다수의 배우들(배종옥, 김창완, 김여진)이 등장해서 그럴까? 노희경 각본이라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는 데자뷰 현상이라도 일으킨줄 알고 놀랐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이미 2007년 5월 가정의 달 특집으로 이미 방영이 되었던 드라마였던 것이였죠.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튀어나오는 기억들로 인해 그런 느낌을 받았었나 봅니다.

이 드라마가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어쩌면 참여한 작가들, 스테프들, 배우들이 자진해서 자신들의 출연료들을 국제기구에 기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일 듯 합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있는 능력을 가지고 사회에 기부한다는 것은,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선 가장 필요한 일일 듯 합니다. 도네이션 드라마의 즐거움은 제작단계에서 부터 시작하는 듯 합니다.

오늘 방송된 분량은 세가지의 에피소드 중 두 가지의 에피소드였습니다.

Omnibus 1. 우리는 왜 외로운가?/우리가 진정 느끼고 있는 행복이라는 느낌.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직장을 배경으로 한 노처녀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자신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은채 여전히 최고의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때론 웃음이, 처연함이 보이기도 합니다. 나이들어감이 죄는 아니것만 왠지 모르게 움츠러들게 만드는 세상이...그리고 그런 세상을 애써 외면하려는 자신이 두렵기까지만 합니다.

인생을 가볍게 살아가는 남자는 자신의 분수도 모른채 카드를 남발하고 나이트에서 여자 헌팅하는게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빚을 갚기 위해 직장선배에게 돈을 구걸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나이많은 애인에게는 이별 통보를 받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자신의 X랄 같은 성질로 인해 조폭에게 죽지 않을 정도로 맞습니다. 자신을 아무리 부풀리려해도 거짓으로 점철된 자신을 숨기기에는 세상이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맥스무비 사진인용


Omnibus 3. 가족/우리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확인하는 휴먼 드라마

오늘도 직장 부하직원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그녀는 자신을 외면하려고만 합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은 두렵기까지 합니다. 육체적인 관계를 원하는 것도 아닌데 그녀는 이렇듯 몰래 만나는 것 자체를 더이상 용인하기 힘들어 합니다.

부인은 약사입니다. 그러나 부인의 가족들로 인해 빚만 지고 자신의 월급까지 차압을 당하는 상황까지 몰려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부인이 아닌 그녀에게 기대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일상에 찌들고 삶에 지쳐있는 그에게 부하직원인 그녀는 자신을 다시 확인할 수있는 노스텔지어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부인은 이전 집값이 평당 2,000만원으로 올랐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속으로 분해합니다. 대학생인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와의 관계가 모호합니다. 우연한 키스이후 자신을 멀리하는 선배가 미웠고, 그 이유가 경제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군대를 택했다는 사실도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우연히 모인 약국에서 엄마의 제안으로 맥주를 마시러 갑니다. 각자의 신세한탄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그들. 그들은 언제나처럼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 드라마에는 특별하고 극적인 상황이나 복잡한 관계구도도, 파렴치한 관계들의 설정도 보이지 않습니다. 폐륜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밋밋해서 재미없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등장 인물들의 시각으로 드라마를 보게되면 그들의 삶을 함께 느낄 수있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특별할것 없고 특별해지고 싶지도 않은 우리의 일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섬세하게 담아냄으로서,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특별한 존재로서의 인물이 아닌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있었습니다. 우행질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남이 아닌 바로 우리일 수있다는 것,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재미이며 의미일 듯 합니다.

옴니버스로 진행되는 만큼 간단한 내용들로 진행되는 드라마입니다. 그만큼 내용 전개도 빠르고 다양한 등장인물들로 인해 다양한 재미도 느낄 수있게 해줍니다. 그러나 일일극을 좋아하고 16, 20여부작의 드라마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이런 드라마는 왠지 낯설게만 보일 듯 합니다. 긴호흡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끝나는 단막극을 다수의 시청자들이 선호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지상파 방송에서 단막극이 사라져버린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요.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드라마에 투자는 없다는 극히 경제적인 판단으로 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집단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재미있습니다. 옴니버스 방식이 주는 짧지만 강한 메세지도 즐겁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풍경들속에서 삶의 철학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시를 닮은 단막극이 즐겁습니다.

더불어 나가 아닌 우리를 위한, 타인을 생각하며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2008년을 마감하는 시점에 시사하는 바도 많은 듯 합니다. 기부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기부가 주는 즐거움에 대한 고민들...그리고 나가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 대한 이야기들...이런 이야기들이 즐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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