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 10:20

풍문으로 들었소 12회-유준상의 진정한 갑질 속 빛나는 고아성의 존재감

갑과 을의 관계를 블랙코미디로 담아내고 있는 <풍문으로 들었소>는 한정호의 집안으로 들어선 봄이의 변화를 통해 명확하게 그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갑을 미화하는 전략적인 드라마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오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정호의 진정한 갑질 시작;

갑의 회유에 무기력한 을의 현실, 봄이의 극적인 변화를 주목하라

 

 

 

 

봄이를 완벽한 자신의 가족으로 인정하면서 정호와 연희는 확실한 길들이기에 나섰습니다. 봄이는 더는 서형식 집의 딸이 아닌, 이제는 한정호 집안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본질적으로 자신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피부로 느끼게 만드는 한정호의 진정한 갑질은 그래서 두렵게 다가왔습니다.

 

정호와 연희의 전략은 단순하고 명쾌했습니다. 봄이를 이제는 자신의 가족이라고 선언한 순간부터는 분리를 통한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전략 후 너무나 달라진 한정호의 집안 분위기는 섬뜩할 정도로 강력하게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이 드라마가 블랙코미디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 모든 과정과 평화가 갑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조정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을 장악한 채 오직 갑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현실 속에서 한정호의 전략으로 모든 것이 평온을 찾아가는 과정은 행복이 아닌 불행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길들여져 간다는 것은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사육되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편안함은 곧 불행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정호 집안의 평온은 곧 길들여짐의 결과라는 점에서 섬뜩함으로 다가옵니다. 

 

두려움의 대상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자신에게 친절하면 처음에는 경계를 하지만 우쭐하게 됩니다. 자신이 마치 갑과 동급이라도 된 듯한 우월감이 편안하게 자리를 잡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략을 한정호는 구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격이 달라 결코 한 가족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대립각만 내세웠던 이들은 우월한 힘을 가진 한정호가 유화책을 사용하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연희는 직접 사돈인 진애의 집으로 찾아가고, 정호는 자신들의 힘을 상징하는 '한송' 라운지에 형식을 초대합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대접하며 총리 출신의 '한송' 고문과 인사를 시키는 등 그동안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를 모두 체험하게 됩니다. 

 

 

서로 다투고 싸우며 헐뜯기에 여념이 없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형식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형식으로서는 정호의 유화책의 의미를 제대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화의 유화책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봄이의 언니인 누리에게도 명확한 힘의 논리를 보여주는 잔인한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 수행원을 대동한 봄이의 출현은 당연하게도 위화감 혹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격차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만드는 효과로 다가왔습니다. 

 

언니 동생이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신분 차이를 증명하게 만드는 요소들로 인해 누리는 분명한 격차를 느끼게도 하지만 툭 던진 달콤한 제안이 반갑기만 합니다. 어떻게 해도 꿈을 제대로 실현시키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한정호 측에서 던져준 선물과 같은 특혜들은 달콤하고 행복하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직업의 특성상 유명 브랜드 옷과 전문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밤늦도록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누리는 동생으로 인해 한 순간에 신데렐라처럼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돈댁이 제공한 전문가들에 의해 환골탈태에 버금가는 변화를 가질 수 있었던 누리는 한 대표의 힘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순탄한 삶이 행복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한정호의 힘을 완벽하게 느끼며 스스로도 그와 동급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하고 돌아 온 형식이라고 누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뭐든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이야기만 하라고 그러면 성심성의껏 도와주겠다는 정호의 제안에 그는 행복합니다. 과거 봄이의 임신 출산과 이어진 갑의 돈지랄에 분노했던 형식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결과는 유사하지만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형식은 전혀 다른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그나마 경계하는 인물은 봄이의 엄마인 진애였습니다. 반갑지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연희의 방문과 부드러운 표정들, 그리고 남편과 딸에게 이어지는 지원들이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족보마저 조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너무나 정교해 속을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너무 갑작스럽게 변하는 현실에 합리적 의심을 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증명하기 어려운 그녀는 그게 더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집중과 확장'이라는 너무 다른 단어가 하나가 되는 한정호의 전략은 우리 사회의 지배논리와도 유사합니다. 한정호는 봄이라는 특수한 인재에 집중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가족 일원이 되기는 했지만 그럴 듯한 집안도 특별한 뭔가도 없던 그녀를 부정해왔던 그는 봄이가 탁월한 영재라는 사실을 알고 집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봄이에 대한 집중은 당연하게 그 가족에 대한 확장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확장은 자연스럽게 분리의 한 도구로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달콤한 제안은 그들을 더욱 명료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가옵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방식으로 이들을 통제하는 한정호의 섬뜩한 갑질은 그래서 두렵게 다가옵니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상황에 봄이는 여전히 당혹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가난의 프로세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누구보다 큰 봄은 철저하게 한정호를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철저하게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를 짐승 같은 감각으로 습득해나가는 과정은 대단할 정도입니다.

 

한정호가 봄이를 평가하면서 힘에 대한 감각이 타고났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녀는 빠르게 한정호 따라잡기에 나섰습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결국 이 드라마의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한정호 집안의 많은 이들이 순하고 여린 연희와 달리, 한정호의 어머니와 같은 봄이를 평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 혹은 더욱 가속화되는 지배 논리로 다가올 것입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봄이 을의 틀을 벗어 을을 더욱 집요하게 관리하는 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던 청년들이 성장을 하면서 표리부동한 존재로 전락하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목도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현실과 타협하며 스스로 당위성을 제시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슬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봄이 전사처럼 한정호 집안의 진정한 존재로 우뚝 선 후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현재의 모습만을 그린다면 앞선 이야기처럼 갑을 위한 갑으로 군림하겠지만,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면 당연하게도 봄이에 의해 거대한 성과 같은 한정호의 집은 대대적인 변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한 봄. 고아성의 존재감 폭발과 함께 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 역시 이런 결론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 때문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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