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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착하지 않은 여자들 12회-김혜자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마지막 1분, 연기란 이런 것이다

by 자이미 201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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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분을 압도한 김혜자의 연기는 숨이 멎을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녀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 <마더>를 떠올리게 하는 김혜자의 연기는 연기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 황홀할 정도였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김혜자의 연기만으로도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필견의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소금 뿌리는 순옥의 심정;

몸으로 되살아난 뒤틀린 감정들, 기억을 잃은 남자와 기억을 지우지 못하는 여자

 

 

 

이건 반칙입니다. 상당히 심각할 정도로 탐욕스러운 반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혜자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그 어떤 것과 비교불가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주 나쁜 반칙입니다. 상대를 찾아볼 수조차 없는 그녀의 연기는 눈빛 표정 하나만으로도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시킬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분 동안 그녀가 보여준 광기어린 연기는 '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교범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여러 상황들이 그분이 죽었다고 생각해왔던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들 무렵 현정은 DNA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문학 대표를 초대한 날 받은 결과에는 고민의 해답이 적혀있었습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불안하고 고통스럽기만 한 현정은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통곡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문학 대표를 초대한 자리에서 울음을 참으려는 행동이 헛구역질처럼 다가와 혹시 임신을 한 것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모든 가족들이 이문학과 함께 연애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축하한다는 말이 쏟아졌지만 정작 손도 잡아보지 못한 현정과 문학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억을 잃은 미남이 할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었습니다. 속 시원하게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기에도 뭔가 걸리고,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른척하고 살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현정의 모습을 이해하고 제대로 감싸줄 수 있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당장 문학마저도 그녀의 행동을 곡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신이 아니냐는 오해 속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한 이유가 다른 남자의 아이라 해도 상황이 그렇다면 자신이 키울 생각을 했다는 문학은 철저하게 자신이 현정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고백합니다. 그런 고백 뒤에 현정의 행동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음으로 인식된다며 차갑게 돌아서는 순간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하면서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문학이 건넨 손수건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애써 이런 상황을 깨트리는 나말련의 행동은 이문학이 싫어할 수밖에 없는 모든 것이기도 했습니다. 오직 탐욕만이 가득한 그녀가 보이는 행동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 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노골적으로 몰아내는 상황에서도 엄청난 재산을 문학의 결혼으로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만 하는 말련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순옥의 요리 교실에도 빠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곳에서 수업을 받는 이들이 사회 저명인사 부인들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나말련의 정체를 마리는 알게 되었지만, 현숙은 두진의 어머니가 말련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사망 소식 후 학교에서 만남 현숙의 담임을 순옥은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살던 시절 그 모든 것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듯한 허상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요리교실에 계속 나오는 나말련을 제대로 궁지로 내몰자며 마리와 계획을 짜다던 모란은 박 총무를 돈으로 매수하고, 순옥에게는 자신을 반장시켜달라는 요구로 합류합니다. 자신의 머리를 잡아 흔들었던 여자를 기억하고 있던 말련이 놀라며 의문을 품지만 전혀 아니라는 듯 표정하나 바뀌지 않는 모란과 그녀의 돈을 받은 박 총무는 순옥과의 관계가 아닌 실제 직업에 대한 설명으로 관심을 유도했습니다.

 

엄청난 사업 성공으로 많은 돈을 번 모란에 대한 정보를 얻고는 가까워지고 싶어 안달이 난 말련의 모습은 추해보이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인간 군상 중의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마리와 영화를 보기 위해 집 앞으로 가던 루오는 자신의 배다른 형인 두진과 함께 있는 그녀를 보고 착각을 하고 맙니다.

 

 

과거 휴대폰에 녹음되었던 내용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 대상이 자신의 형이라 착각한 루오는 울고 있는 마리와 위로하는 두진의 모습을 보고는 철저하게 외면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형이 사랑하는 여자의 남자라는 사실을 루오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외면하고 싶어도 쉽게 가시지 않는 마음은 그렇게 마리 집 주변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것으로 이어지지만, 공교롭게도 두진과 함께 하는 모습들이 반복되면서 루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마리는 루오가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자신은 좋아하는데 그는 그저 단순한 어장관리만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학이 현정의 마음을 곡해하듯, 마리 역시 루오의 행동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확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 어쩔 수 없는 이런 엇갈림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밖에는 없습니다.

 

긴장감이 지배하던 상황은 현숙이 현정의 집에서 '친자확인서'를 보는 순간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란이 자신의 친모가 아니냐며 따지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부녀 확인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넋이 나간 채 방송국을 떠나던 현숙을 발견한 한충길로 인해 그녀는 죽었다던 아버지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현정의 표정을 읽고 미남이 할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전히 외면하자는 현정과 기억을 못한다고 아버지가 아닌 게 아니라는 현숙은 아버지의 기억이 돌아올 수 있도록 안국동 집으로 모시기로 합니다. 어머니에게 직접 알릴 수 없었던 그들은 모란이 순옥에게 호텔로 놀러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부추깁니다. 순옥 역시 점점 친근해지는 모란과의 나들이가 싫지 않았습니다.

 

 

정말 동네 친 언니와 동생과 같은 생각이 들게 된 순옥과 모란의 호텔 여행은 순조롭게 이어졌지만, 마사지를 받기 위해 목욕을 하려는 순간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옷을 벗고 함께 목욕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순옥은 자신의 앞에 있는 모란이 누구인지를 새삼스럽게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측은지심으로 그녀를 품었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까지 싹트기는 했지만, 함께 목욕을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 몸의 차이는 결국 과거 자신의 남편이 자신을 버린 채 모란에게 가야만 했던 기억을 강렬하게 되살리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목욕'이라는 행위에 대한 반감이 아닌 몸에서 드러나는 비교는 순옥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모란 역시 자신의 호의를 호도하는 순옥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하며 틀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맙니다.

 

순옥과 모란이 집을 비운 사이 기억을 잃은 아버지에게 집 구경을 시켜주며 기억을 되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현숙의 전략은 순옥의 등장으로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막걸리가 먹고 싶다는 아버지를 위해 사러나가던 현숙은 집으로 돌아오는 순옥을 만나고는 기겁합니다. 아직 두 분이 만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직접 대면을 하게 하는 것이 방법이라 생각한 현숙은 고백합니다.

 

매년 제사를 지내고 있는 순옥은 딸의 이런 발언들이 황당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모란 역시 닮은 사람을 봤다는 말에 반신반의해서 기대를 품고 집으로 향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늦어지는 현숙으로 인해 직접 막걸리를 사러가는 바람에 집이 비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힘이 빠진다며 "닮은 사람이라도 보고 싶었나 봐"라는 순옥의 독백에 그녀의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런 그녀 앞에 진짜 철희는 등장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 순옥은 남편의 젊은 시절과 오버랩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혼란스러운 순옥은 아이들마저 어린 시절과 현재의 모습이 함께 투영되며 지금 상황이 뭔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요리를 하고 수강생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사온 천일염 한줌을 쥐고 늙은 철희에게 뿌리며 분노하는 순옥의 모습은 애절함을 넘어선 잔인할 정도의 애정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김혜자의 연기는 보는 시청자들의 심장이 멎을 정도의 열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김혜자의 이 마지막 열연은 우리가 왜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통속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각 캐릭터들이 살아있고, 그런 그들의 관계가 흥미로운 대사를 통해 정교하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재미있었습니다.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도 어떤 구성과 대사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 작가의 힘도 놀라웠지만, 진짜 연기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집착과 정신분열에 시달리던 어머니 역할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던 김혜자가 다시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그대로 소환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섬세한 표정 연기와 상황을 압도하는 그녀의 카리스마는 국내 드라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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