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5. 09:09

풍문으로 들었소 16회-유준상의 해맑은 위선과 가식, 블랙코미디 진수를 보이다

해맑은 표정으로 바람을 피우는 한정호. 그의 이 천진난만함이 블랙코미디의 재미를 더욱 진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절함은 할아버지가 된 정호의 가슴에 봄바람을 살랑살랑 불게 만들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고 그토록 냉철하고 치밀했던 한정호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정호 사랑에 빠지다;

봄 문자에 담긴 한정호는 외계인, 연희 흩어진 퍼즐을 맞췄다

 

 

 

지영라에 대한 사랑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한 정호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입니다. 칸트처럼 정확한 시간에 맞춰 살아왔던 한정호의 삶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평화롭다고 생각하는 순간 균열은 찾아오고 그 미세함은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낼 수도 있음을 한정호는 알지 못했습니다.

 

 

민주영을 만나 '한송'과 한정호의 실체를 들은 인상은 당황했습니다. 20년 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아버지와 전혀 다른 '한송'의 대표 한정호는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기획과 각본, 연출까지 도맡아 재버라 해고자에 대한 부당해고를 뒤집어버린 한정호는 인상과 봄이 아는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홀로 감당할 수 없어 봄에게 털어놓지만 그녀 역시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세상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그 나이에 그 기묘하고 무서운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고민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잠도 이루지 못하고 한정호를 기다리던 봄과 인상은 늦게 집으로 돌아온 그에게 단도직입 그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당황하거나 뭔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한정호는 너무나 차분하고 당연한 모습으로 그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가 아닌 '율사'로서의 직무에 대한 근본적인 책무를 이야기할 뿐이었습니다.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아우라 속에서 봄과 인상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인상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의 그 대단한 능력에 대한 반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시 수석으로 '한송'에 들어온 제훈이 누리를 자신의 일터로 초대해 한정호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엄청난 일로 날을 새는 경우가 많은 그들이 간혹 데스크에 누워 잠이 들면 한 대표가 찾아와 외투를 덮어주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마치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에게 곤룡포를 덮어주듯 그런 퍼포먼스를 하는데 의외로 감동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제훈이 표현한 '감동적인 채찍질'은 농익은 갑질의 하나였습니다. 과거 독재자가 총칼을 들고 대중을 제압하는 것과 달리, 그들은 이제 그렇게 감동을 주면서 종속 관계를 더욱 강력하게 주입시키는 상태까지 이르렀습니다.

 

봄 친정 가족들처럼 한정호가 지배를 하지 못하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한정호 식의 관리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돈이면 뭐든지 해결되는 현실은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그 무엇도 돈이라는 가치를 넘어서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답은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정호와 같은 갑들의 대응은 쉬워질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과거 신탁이 지배하던 시절과 달리 현대사회는 법탁이 이를 대신합니다. 법치주의를 내세우는 현대 사회에서 법은 그 무엇보다 강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법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거대 법률회사의 등장은 새로운 권력의 등장과 일치했습니다. 서구사회에서 시작된 로펌이 국내에 정착되며 법률회사는 거대한 부와 권력이 응집된 집단이 되었고 이를 한정호의 '한송'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권력이동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풍문으로 들었소>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그들이 정치인이나 재벌이 아닌 로펌을 선택한 것은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집단들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모든 것을 다가진 남자 한정호는 위기의 남자로 전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인 인상이 졸업도 하기 전에 애 아빠가 되어 당황스러웠지만 며느리인 봄의 뛰어난 능력을 보고 오히려 감탄을 한 한정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이 평탄함을 느끼며 만족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들조차 직접 키우지 않던 그들은 손자를 보며 새로운 행복을 느꼈고, 그런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기도 했습니다.

 

만족스럽고 안정적인 삶은 다른 선택을 요구합니다. 편안한 삶 속에 모든 것이 너무나 안정적인 정호는 영라에게 빠져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연희를 혼내주기 위해 과거 연인이었던 정호에게 장난을 친 영라는 꼬리가 한 90개는 달린 듯한 존재였습니다. 농익은 모습으로 한정호를 쥐락펴락하는 그녀의 행동은 대단했습니다. 은밀한 공간에서 자신이 강한 남자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정호를 말 한 마디로 제압하는 영라는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매일 영라에게 전화를 하고 그런 정호의 행동에 당황한 그녀는 외면을 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강하게 다가오는 정호로 인해 영라 역시 위기의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남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정호는 국정원 관계자들과 만난다는 말로 포장한 채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영라와 은밀한 만남을 이어갑니다.

 

20대 가장 화려하던 시절 사랑했던 여자.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끝나버렸던 과거의 사랑을 중년이 되어 다시 살려보려는 정호는 그를 대표하던 슈트를 벗어던지고 캐주얼한 모습으로 영라와 데이트를 즐깁니다. 마치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그들의 데이트는 달콤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달콤함이 얼마나 지독한 방법으로 그들을 향해 다가올지는 정호보다 영라가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연희에 대한 복수심으로 시작한 장난이 자신 역시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정호를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치료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영라와 달리, 정호는 이 순간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영라에게 "너는 내 영원한 현재진행형"이라는 말로 현재를 즐기자며 '카르페디엠'을 외치는 정호는 완전하게 사랑에 취한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율사로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일에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정호이지만 정작 사랑 앞에서는 농익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그는 위기의 남자가 되었습니다. 정호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주영은 그의 동선이 이상해지고 있음을 감지합니다. 

 

정호의 이상 행동은 철식이 봄이 엄마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확인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시아버지인 정호를 '외계인' 같다는 말로 지칭한 봄의 이런 시각은 곧 민주영의 의심과 하나가 되면서 확고한 의심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외부에서 이렇게 정호를 감정하는 동안 그의 부인인 연희는 한 순간 이 남자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냅니다. 평생 보이지 않던 행동을 보이는 남자는 그래서 불안합니다.


연희와 친구들이 모이는 아지트를 갑작스럽게 방문한 정호는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영라를 찾습니다. 자신을 '꽃배달'로 저장한 영라로 인해 정호는 딸 현수와 통화를 했고, 그 상대 영라 딸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전화번호가 바뀌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이미 타오른 욕망은 이런 상황에 더욱 간절함으로 타오르게 합니다.

 

 

뜬금없이 연희의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낯선 행동을 보이던 정호가 무엇을 위해 그랬는지 연희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다시 영라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연희는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결혼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이들의 관계. 최근에도 영라와 문제로 한동안 잠자리마저 따로 가졌던 연희는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음을 직감했습니다.

 

한정호의 해맑게 웃는 모습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나 있는 위선과 가식은 이 드라마가 표방하는 블랙코미디 그 자체였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 뒤에 숨겨진 더럽고 흉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서 갑을 비판하는 블랙코미디 <풍문으로 들었소>는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우리 사회 1%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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