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7. 09:03

착하지 않은 여자들 16회-채시라 반성문에 담은 통렬한 복수, 서이숙은 우리의 못난 자화상이다

반성문으로 모욕을 당했던 현숙은 30년이 흘러 복수를 시작했습니다. 못된 버릇은 시간이 흘러도 개선될 수는 없습니다. 더욱 악화되어 마치 자신의 잘못이 정당한 것처럼 치부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맞은 현숙은 이런 상황을 적극 이용해 말년의 못된 버릇을 뿌리 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숙의 복수가 반갑다;

착하면 무시당하고 짓밟힌다는 말년의 오열, 우리 사회의 못난 자화상

 

 

 

기차에서 내린 철희는 떠나는 기차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들을 외면한 채 발길을 돌립니다. 찌질했던 자신의 과거가 다시 생각나고 그 힘겨운 순간은 철희에게 지독한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가 그렇게 가족들 곁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너무 명확했습니다. 순옥도 모란도 차마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던 철희의 선택은 당연했습니다.

 

 

행복한 가족여행에서 갑자기 사라진 철희로 인해 기차 안에 남겨진 가족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들의 당황하는 모습과 달리 순옥과 모란은 각기 나름의 이유와 원인을 진단합니다.

 

30년 전 눈 오는 날 기차에서 다툼을 벌이다 떨어져버린 철희. 자신의 결혼을 방해한 이가 바로 철희라는 사실은 그의 기억이 떠오른 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30년 만에 돌아 온 기억은 철희에게는 추악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모란에게는 평생 고통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녀의 행복을 막고 자신의 행복을 취하려던 철희의 욕심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철희가 자신으로 인해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 힘겨워했던 모란은 그 기억들이 떠올라 서럽게 울었습니다. 다시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서럽게 우는 순옥과 함께 모란은 오열을 했습니다. 기억이 돌아온 철희는 두 여자에게 모두 미안했습니다.

 

모란의 인생을 망쳐버린 남자. 조강지처를 버린 남자. 두 여자를 모두 망쳐버린 남자가 느끼는 회한은 그렇게 깊고 아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두 여자 앞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인간으로서 더는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두집 살림하던 남자가 두 여자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듣고 놀라기도 했지만, 철희가 느끼는 고통의 근원은 두 여자의 삶을 망쳤다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에 있습니다.

 

 

갈곳 없는 철희가 찾은 곳은 한충길의 고향집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나선 현숙과 구민은 충길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합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순옥과 모란은 철희가 살았던 요양원으로 향합니다. 그곳에 철희가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모란의 추리로 시작한 여정은 의외의 성과들로 이어졌습니다.

 

기억을 잃은 철희는 지난 30년 동안 가족들만 그리워하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과거의 철희가 아닌 지고지순한 남자였음을 확인한 순옥은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문제는 일주일 전에 요양원에 들어왔다는 순옥의 친구인 미자와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30년 전 철희를 기차에서 봤다는 미자는 젊은 여자와 함께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밀었는지 발을 헛디뎠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차에서 보였던 철희가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가 그 사실을 기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얼마 후 순옥 남편 죽음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누가 날 밀었어"라는 말을 내뱉었던 철희를 생각하며 순옥은 모란이 그런 것은 아닌 가 의심도 합니다. 설마 모란이 밀었을까? 라는 의구심을 품은 채 집으로 돌아온 순옥 앞에 철희가 도착했습니다. 여전히 기억을 하지 못하는 듯 사실을 숨긴 채 자신이 얼마나 못난 존재인지 깨닫고 평생 가족과 함께 살겠다고 다짐하는 철희. 그런 남편의 모습에 행복해 하는 순옥은 다시 찾은 가정이 뿌듯하기만 했습니다.

 

 

불안전하지만 다시 행복이 찾아온 순옥의 집과 달리, 현숙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말년의 행동으로 인해 병원까지 입원했던 그녀는 여전히 막말을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는 그녀로 인해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고압적인 상황에서 합의를 요구하는 말년의 제안을 거부하고 경찰서에서 마주한 현숙.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경찰서에 있는 취재기자들 앞에서 큰 소리로 분노하는 모습에 기겁하는 말년. 기고만장하기만 하는 말년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현숙은 그런 그녀에게 반성문을 요구합니다. 30년 전 과거 자신이 수모를 당하며 요구 당했던 반성문을 이제는 현숙이 되돌려주고 있었습니다.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반성문을 쓰기는 하지만 현숙의 마음을 사로잡는 내용이 나올 리 만무했습니다. 면피하기 위해 쓰는 반성문에 영혼이 실린 반성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몇 번의 퇴짜에 굴욕을 맛본 말년은 돌아가는 차안에서 오열을 합니다. 그런 누이를 보며 "그러게 좀 착하게 살지. 주변사람들에게 베풀면서"라는 말을 건넵니다.

 

"내가 어떻게 착하게만 살어. 어떻게. 그랬으면 무시당하고 짓밟혀서 아무것도 안 되었겠지"

 

말년의 분노에는 자신의 고통과 경험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에도 이유는 존재하는 문학의 말처럼 악녀인 말년에게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란 존재합니다. 착하게 살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독하게 사는 것이 곧 자신을 방어하는 최선이라 생각한 말년의 행동은 그녀에게는 정당하고 당연했습니다.

 

 

뒤늦게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현숙은 자신의 방 한 구석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30년 전 현숙에게 말을 겁니다. 공부가 재미있다며 "내가 변하기 전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라는 말과 함께 그녀는 자신이 그런 변화를 꼭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과거 미처 알지 못했던 지혜를 얻은 현재의 현숙이 과거의 미숙하고 아팠던 현숙에게 보내는 멘토는 따뜻했습니다.

 

청소년 상담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현숙은 그곳에서 멘토를 했던 나현애의 평가 기록을 보고 황당해합니다. 멘토 역할을 그저 돈으로 사고 이를 통해 좋은 점수를 구걸한 말년은 그렇게 올 해의 스승상을 받았습니다. 뒤늦게 문제가 드러난 후 그녀가 보이는 한심한 태도를 본 현숙은 이 상황을 제대로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내 마음에 들 때까지 반성문을 쓰세요"라는 말로 위기에 말년을 구한 현숙의 복수는 이어졌습니다.

 

말년을 완전히 몰락시킬 수도 있는 상황에서 현숙은 기자들 앞에서 그녀를 구했습니다. 그런 몰락은 현숙이 바라는 복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복수는 말년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현숙이 원하는 복수는 말년 스스로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박 총무는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분노를 애써 숨긴 채 증오를 하며 살아야 했던 그녀도 착한 여자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버지로 인해 힘겨워 하는 어머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현정에게 파 반지를 끼워주는 로맨티스트 문학의 모습은 훈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말년이 내지른 사자후에는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착해서는 안 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나말년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착하게 살아서는 결코 안 된다는 사회가 만든 그 가르침은 결국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이 착하게 살 수 없었던 현실. 그 현실에 통렬한 비판을 하는 착하지 않은 여자가 되어야만 했던 여자들의 반격이 흥미롭기만 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1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04.17 12:48 address edit & del reply

    포스팅 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