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 10:21

착하지 않은 여자들 20회-만년 열등생 채시라의 반란이 반가운 이유

최악의 상황에 몰린 안국동 강 선생의 요리교실. 그곳에 구원투수가 분연이 일어섰습니다. 요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던 현숙은 평생 고생하며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의 부엌을 지키기 위해 앞치마 끈을 매며 다짐했습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대미를 장식할 이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현숙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박은실의 횡포에도 감싸는 순옥, 그 진정성이 세상을 바꾼다

 

 

 

박 총무가 홧김에 쏟아낸 말들이 씨가 되어 안국동 강 선생을 위험에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기레기라고 불러도 좋을 쓰레기 방송기자들이 강 선생 집을 찾아 엉망이 된 상황에서 분연히 일어선 이는 바로 만년 열등생에 문제만 일으키던 현숙이었습니다.

 

말썽꾸러기였던 현숙이 위기의 안국동 강 선생을 구해내는 영웅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 못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난 현숙의 존재감은 잡초 같은 생명력이 만든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지독한 현실 속에서 그가 배운 것은 말년 같은 소심한 복수심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바른 모습이었습니다.

 

위기는 예고도 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찾아오고는 합니다. 안국동에 평화가 찾아오고 행복만 가득할 것으로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모두가 자리를 잡고 행복이 안국동을 가득하게 감싸는 순간 그런 행복이 위기로 다가오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은실과 나말련이 바로 그들입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순간 그들은 불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행복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그들은 그렇게 안국동에 평화와 행복, 사랑이 가득 퍼지는 순간 지독한 어둠을 스스로 찾아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현숙이 천재라는 사실은 그의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12년 동안 강 선생 밑에서 요리를 배운 자신과 달리, 탁월한 요리 솜씨를 보이는 현숙은 난공불락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강 선생의 뒤를 이어 유명한 요리 선생님이 될 것이라는 기대만 가지고 살았던 은실은 현숙의 등장으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존재로 여겨질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멋진 남편도 있고, 교수인 딸도 있는 현숙. 그런 그녀가 이제는 자신의 자리마저 위협한다는 사실이 은실을 견딜 수 없게 했습니다. 현숙과 구민이 이혼하면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할 수도 있다는 환상까지 품었던 은실에게 이 현실은 참혹하기만 했습니다.

 

 

스스로 감당할 수도 없으면서도 일을 벌어졌습니다. 방송국에서 촬영이 나오고 방송이 되면서 사건은 더욱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고, 은실은 더는 물러설 곳도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다급해진 마음에 안국동 강 선생의 레시피 노트를 빼돌립니다. 자신을 받아준다는 레스토랑에 넘긴 박은실은 스스로 위안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은실의 극단적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이들은 레시피가 적힌 수첩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강 선생의 모든 것이 담긴 노트는 없었습니다. 박 총무는 레시피 노트만이 아니라 돈까지 꾸준하게 빼돌려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저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순옥으로서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순옥은 은실이 생각하던 것과 달랐습니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느껴보지 못했던 은실에게는 지독한 경계심과 자격지심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잘 해줘도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하고 쉽게 상처를 받고는 이내 복수를 다짐하는 은실의 모습은 말년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말년 역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힘겹게 학교를 다녀야 했습니다.

 

가난한 학생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을 복수심으로 채워 자신을 괴롭히던 담임보다 더 좋은 학교를 나와 교사가 된 말련은 그게 그녀의 삶이었습니다.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에 대한 복수심은 존재하지만 그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자신의 희생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던 교사에게 배웠던 나쁜 짓에 자신의 복수심까지 더해 현숙을 괴롭혔습니다.

 

 

자신이 억울하게 당했기 때문에 다시는 자신과 같은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말년에게 그런 인간적인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도 당했으니 남들은 더 악랄하게 당해야 한다는 피해의식이 낳은 폐단은 그렇게 현숙을 괴롭혔습니다. 말년의 이런 어긋난 행동은 현숙의 인상 자체를 벼랑 밑으로 밀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자신만이 옳고 현재의 삶이 최고라 생각하는 말년에게는 오직 탐욕만이 가득할 뿐이었습니다. 탐욕은 정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탐욕은 영원히 만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을 자극합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삶은 결국 고통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말년과 은실은 그래서 닮았습니다. 힘들고 아픈 과거를 가지고 세상에 던져진 그녀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서 싸웠습니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원했고 그렇게 얻어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누리는 삶은 근간은 타인을 부당하게 몰아붙여 얻은 행복이라는 점에서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말년은 현숙과 다시 만나는 순간 위기감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그녀의 소박한 탐욕과 악마성은 세상에 내던져졌습니다. 감출 수없는 탐욕은 현실과 마주하며 적나라한 자신을 드러냈고 이는 곧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은실 역시 1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공을 들인 것과 달리, 요리 천재인 현숙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위기감을 느껴 모든 것을 뒤틀어버린 은실은 어쩌면 말년의 위기를 보여주는 예고편 같았습니다.

 

 

자신을 배신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요리 레시피가 담긴 노트를 가지고 도망친 은실에게 순옥은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그녀는 은실에게 욕도 하지 않았고 원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노트는 자신이 주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평생을 고생해 만든 레시피는 요리사에게는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모든 것을 훔쳐 달아난 이에게 선물이라는 순옥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모든게 뒤숭숭한 상항에서도 순옥에게 인정받고 싶어 만들었던 요리에 대해 '합격'이라고 남겨진 음성을 듣고 은실이 오열을 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자신이 했던 행동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온갖 나쁜 짓을 하고 도망쳤는데 그런 자신에게 분노가 아닌 따뜻한 응원을 남긴 순옥의 마음을 은실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평생 가지고 싶었던 그 지독할 정도로 마음 한 구석에서 열망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에게 다가왔습니다.

 

외로웠던 모란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 순옥. 그런 그녀를 위해 새벽에 안국동을 찾은 모란은 적극적으로 나서 은실을 찾아 나섭니다. 이미 자신의 흔적을 숨긴 은실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은실이 스스로 무너지고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도 말년의 도발과 탐욕은 끝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멈춰야 할 시기를 알지 못하는 폭주는 결국 괘도를 이탈해 붕괴될 수밖에 없음을 말년은 몰랐습니다.

 

 

말년에게 그나마 인간다움을 이야기한 것은 한충길이었습니다. 자신이 과거 좋아했던 여자의 몰락이 안타까웠던 그의 모습은 말년이 유일하게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현정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그녀는 1200만 원이나 하는 거액의 모피를 받아내고 즐겁기만 합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한심한 존재의 몰락은 그렇게 붕괴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거칠 것 없고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살 것 같았던 말년을 붕괴시키는 인물은 현숙이었습니다. 반성문까지 빼돌린 말년이 그것도 모자라 현정에게 했던 행동까지 알게 된 현숙은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청소년 자원봉사센터에서 더는 멘토가 될 수 없게 만든 것도 모자라, 기자의 인터뷰 제안에 과거 자신이 다녔던 고등학교 이사장 딸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합니다.

 

현숙의 공격에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말년. 그런 그녀에게 현숙은 봉투 하나를 건넵니다. 그 안에는 상품권이 들어있었습니다. 화해를 하기 위해 건넸던 손을 걷어내고 고작 던진 것이 바로 '상품권'이었습니다. 타인의 본심을 그렇게 매도하는 말년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복수를 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홀로 두 딸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던 부엌에 선 현숙. 지독한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도 굳게 지켜냈던 순옥의 부엌은 어처구니없게 한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사람에 대한 배신은 순옥마저 병들게 했고, 이런 상황에서 평생을 열등생에 걱정만 끼치는 존재로 살아왔던 현숙이 대신하려 합니다. 타고난 요리 솜씨와 타인을 위한 배려를 품고 있는 진정한 강 선생의 수제자인 현숙의 반란은 그래서 반갑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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