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9. 10:38

풍문으로 들었소 25회-고아성 눈물 이준 분노, 유호정 두려움에 깔린 복선 의미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힘들게 살았던 봄은 한순간 불꽃같은 사랑으로 임신을 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출산을 하기 전 봄을 찾은 인상으로 인해 그녀는 거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한정호 집안에 입성하게 되었다. 그렇게 총명함으로 인정까지 받았던 봄이지만 근본적으로 변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이혼이라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쉽게 변할 수 없는 현실;

봄을 위해 무릎 꿇은 철식, 제훈의 합리적 분노 한정호의 위기를 예고하다

 

 

 

봄과 함께 처가에 갔던 인상은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거대한 유산 앞에서 흔들렸던 인상. 그런 자신의 변화를 누구보다 명확하게 알았던 봄의 결심. 그 상황에서 인상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유산을 무조건 포기하기도 자신이 사랑하는 유이한 존재인 봄과 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집으로 홀로 돌아와 액자를 깨며 그 분노를 참기에 여념이 없는 인상이지만 복잡한 현실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봄을 의식해 거대한 부도 누리지 않았던 인상은 집안의 차량을 사용하는 것으로 한정호의 유일한 아들인 한인상이 되어 있었다.

 

인상의 이런 변화는 갑작스러운 환경에 따른 일시적 반발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봄이만 사랑했던 그가 이렇게 버려진 느낌을 받는 순간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봄이를 위해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는 것이 곧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인상의 부모들은 당연한 변화라고 보겠지만 그들과 다른 인상에게 그 변화는 그저 반짝하는 반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상이 돌아간 후 봄의 행보는 빨랐다. 인상의 집에 있던 자신과 아이를 본가 주소지로 옮기는 일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이혼을 기정사실로 생각한 그녀에게 지쳐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는 봄은 아이를 위해 우선 주소 이전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휴대폰에 저장했던 '인상이'를 '한인상'이라고 바꾸는 순간 봄의 마음속에 그는 부부가 아닌 남에 더 가까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인상의 사랑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변할 수 없는 정호와 연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것이 전부였다. 참고 버텨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럴 수 없는 현실도 있다는 사실을 봄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정호가 봄의 집을 찾아오는 장면에서 갑을 관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인상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직접 개입에 나선 정호는 형식의 집을 찾았다. 자신이 직접 개입해 이혼 절차를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하려 찾았다. 그 과정에서 슈퍼갑 정호의 위세당당과 그런 정호를 접대하는 형식의 극과 극의 모습은 처참할 정도였다. 스스로를 비하하면서까지 정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비굴한 현실 속 을의 모습만 확인하게 되었다.

 

 

수치와 모멸이란 무엇인지 온 몸으로 보여주는 정호의 행동에는 거칠 것이 없다. 사돈이지만 사돈이라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그에게 형식은 그저 빨리 떼어내고 싶은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절정은 소송을 걸었던 봄의 작은 아버지인 철식의 행동이었다. 자신으로 인해 봄이 미움을 받고 이혼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미안함에 무릎까지 꿇었다. 완벽한 항복 선언을 하는 철식의 모습은 우리사회를 적나라하게 보는 듯 섬뜩했다.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음에도 제대로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사회. 그 부당한 방법으로 노동자를 내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부도덕한 재벌들. 조세피난처에 돈을 빼돌리고 이를 다시 국내로 들여와 엄청난 수익을 챙기는 재벌들의 행태는 그저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이야기 아니다. 재벌만이 아니라 고위 공직자들 역시 조세피난처에 자금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그 거대한 부를 빼돌리는 대가로 노동자들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고, 그렇게 길거리에 나앉은 노동자들에게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빚까지 짐 지우며 부귀영화를 누리는 갑질의 행패는 이제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데 급급한 그들을 제어하거나 방어할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바로 우리의 현실이고 암울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법연수원 수석으로 한송에 들어간 제훈은 다른 여타 법조인들과 달랐다. 엄청난 재산을 모을 수 있는 기회를 손에 쥐고도 제훈은 다른 꿈을 꾸었다. 모질게 뒤틀린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그는 위대한 존재였다. 법과 자본으로 무장한 채 국민들을 상대로 패악 질을 해대는 갑질들의 행패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그와 동등한 능력을 갖춘 이가 아니면 사실 힘들다. 법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을들에게 현실은 지독한 불합리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펑펑 써도 다 못쓸 돈이 자신의 호주머니에 들어올 준비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훈은 불합리한 문제에 집착한다. 그가 한송을 선택한 이유 역시 과연 그곳에서 권력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알기 위함이었다. 돈도 명예도 아닌 자신이 싸워야 할 호랑이를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 제훈은 그렇게 한정호를 정조준하고 싸우고 있다.

 

봄의 작은 아버지인 서철식과 민주영의 오빠. 그들이 경험한 잔인한 노동자 탄압.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재벌과 거대 로펌의 비열한 행동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단초를 만들고 싶은 것이 제훈의 의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를 던진 채 싸움닭이 된 그의 행동은 결국 세상이 완전하게 뒤틀리는 것을 막는 사회적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민변 변호사들이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 역시 사회적 마지막 보루를 지켜내기 위한 안간힘이다. 그들조차 우리 사회에 없다는 우린 완벽하게 갑질의 포위당한 채 사육되는 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현재도 사육 수준이지만 완벽한 사육을 막아내는 역할은 이렇게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려 노력하는 소수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게 이 나라 수준이지 뭘. 그들이 배 아파 할 자격이나 있냐?"

 

투자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재원이 던진 이 말은 갑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이다. 부조리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제훈에게 분노하며 던진 이 말은 그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이다. 자신들의 불편부당한 행위들에 대한 반성보다는 나라 탓을 하고 가난한 국민들을 폄하하는 것이 전부인 그들의 행태는 바뀔 수가 없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배 아파 할 자격이 있느냐는 말 속에 그들의 뼈 속 깊이 저장된 갑질이 드러난다. 자신들이 그렇게 사는 것을 시기하는 무지한 백성들이 탓하는 것이 어처구니없다는 갑들의 행동은 그저 드라마 속 이야기는 아니다. 자본이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돈의 규모에 따라 서열이 나뉜다. 돈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자가 최고가 되는 이 말도 안 되는 경쟁 속에서 돈 외에 그 무엇도 가치 부여를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어떤 부당한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돈만 많이 번다면 대한민국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이 지독한 현실은 부도덕한 도둑들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사회적 안전망이자 마지막 보루여야만 하는 법마저 그들의 편에 서 있다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재벌가 이야기가 아닌 거대 로펌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난다.

 

인상의 번뇌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봄의 결의가 완고하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이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둘은 여전히 뜨겁게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발심에 되찾은 부를 바라보며 봄이 한강에 빠졌던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분노한다. 발만 담근 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는 인상을 질책하는 봄의 일갈은 그래서 중요하다. 

 

 

봄이 떠난 후 너무나 적막한 집안 분위기. 그런 분위기가 두렵기까지 한 연희의 두려움은 곧 그들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복선이기도 하다. 자기 눈으로만 보는 세상에 역지사지는 절실하고, 이런 시각적 편향은 그저 갑들의 전유물이 아닌 을들 사이에서도 일상이 되었다는 것은 정호의 형식 집 방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고래 칭찬에 멋모르고 춤을 췄던 새우는 등이 터졌다. 그런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빠른 판단을 한 봄이지만 여전히 현실 앞에서 두렵고 혹시나 하는 여운이 존재한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이 변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수시로 찾아오는 그 안일한 희망이 봄의 발목을 잡고 있음은 이 드라마의 위대함으로 다가온다.

 

힘의 논리를 정교한 방식으로 등장인물들을 휘감고 있는 <풍문으로 들었소>는 마지막을 향한 한 발을 내딛었다. 배수의 진처럼 여겨지는 인상과 봄의 이혼 절차는 결국 한정호와 최연희의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극단적인 결과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현실에서는 조금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채 그들은 각자의 행복을 이야기 할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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