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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Documentary 다큐

휴먼다큐 사랑 진실이 엄마2-누가 준희에게 절망의 트라우마를 짐 지우나?

by 자이미 201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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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여배우 최진실이 떠난 지도 벌써 8년이 되었다. 어린 아이들을 놔두고 하늘로 떠나버린 최진실. 여전히 우리는 그녀의 죽음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휴먼다큐 사랑>는 4년 만에 다시 남겨진 최진실의 가족들을 만났다. 그리고 훌쩍 커버린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그들을 옥죄는 트라우마에 갇혀 살아야 하는 두 아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준희와 환희가 사는 세상;

모두가 떠나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 할머니, 두 아이는 지금 사촌기 관통 중 

 

 

 

 

최진실이 떠난 지도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고,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그 죽음이 낯설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너무 앞서간 죽음은 안타까움을 낳는다. 

 

 

<휴먼다큐 사랑>은 4년 만에 다시 최진실 어머니와 두 아이들을 만났다. 아들인 환희 소식은 중간 중간 들리기도 했었다. 제주 국제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이나 그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 등은 단신으로 등장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이제는 70을 넘긴 할머니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 함께 한다. 환희는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니다보니 둘 뿐인 집은 그저 공허하기만 하다. 아이들을 어떻게든 최고로 키우고 싶은 할머니의 바람과 현실의 충돌은 사춘기와 함께 강렬하게 불어 닥치고 있었다.

 

4년 전 모습과 확연하게 달라진 두 아이는 이미 훌쩍 커버린 상황이었다. 아직 초등학생인 준희 역시 몰라보게 변해있었고, 제주 국제학교에 다니는 환희는 듬직한 남자의 모습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두 아이와 할머니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되어 있었다.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성장 통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갈등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누구나 어느 집에서도 발견되는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엄마도 삼촌도 그리고 아빠까지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현실.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두 아이는 애써 침착했다. 그저 어린 아이기 때문에 이를 잘 몰랐을 것이라는 어른들의 생각을 틀렸다. 애써 아이들이기 때문에. 라는 단서를 붙여 편안하게 바라본 이들의 삶은 하지만 깊은 내상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진실이 엄마는 떠난 자식들은 마음에 품고 손자들을 키우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최진실과 최진영이라는 두 배우이자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진실이 남긴 아이들이었다. 그나마 두 아이들이 남긴 유산이 큰 어려움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동력이 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면서 방 한 칸에 옹기종기 모여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 비하면 이들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비교 평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물질적인 차이만으로 이들이 행복할 것이라는 비약은 얼마나 무지하고 무서운 것인지 준희의 고통에서 드러났다.

 

훌쩍 커버린 준희는 이성과 친구를 좋아한다. 공부보다는 노는 것이 좋은 준희는 그렇게 많은 이들과 북적거리며 사는 것이 소원이다. 아직 어린 준희가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네 명 쯤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보이는 이유는 그런 너무나 당연하게 다가오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인 엄마 최진실. 그녀가 남긴 많은 유산이 어린 두 자녀를 풍족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들의 행복까지 책임질 수는 없었다. 이런 자본의 기준으로 그들의 삶을 평가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그 거대한 부가 모든 것의 가치가 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 삶은 힘겨움 그 자체일 뿐이다.

 

힘들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삶은 여전히 서로를 위한 배려였다. 할머니는 두 아이를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어리지만 집안의 유일한 남자인 장남 환희는 할머니를 위해 자신의 꿈은 밀어둔채 공부에 열중했다. 그렇게 제주 국제중학교에 입학하는 기쁨을 할머니에게 주기도 했다.

 

함께 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어린 준희는 성장하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소통의 변화로 인해 힘겨워 하는 사춘기 소녀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느라 정신이 없고,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노래 부르는 것이 좋은 그 아이의 삶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함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준희에게도 변화의 시간은 다가왔다.

 

 

생전 엄마인 진실이 원했던 미국유학을 실행하기 위해 직접 미국까지 향했다. 자신이 다닐 학교도 직접 방문해 보는 등 여러 고민들을 했지만 그녀의 선택은 한국이었다. 미래를 위해서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지만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는 한국이 좋다는 준희는 그렇게 미국 유학을 포기했다. 

 

두 아이를 미국으로 보내고 싶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단순히 고인이 된 최진실의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부모와 삼촌까지 잃은 상황에서 너무나 큰 상처를 입으면 살아왔다. 말도 안 되는 모든 비난에 그대로 노출된 채 살아야만 했던 아이를 보호하는 것 중 하나가 미국행이기도 했었다. 대한민국을 떠나 있으면 그 지독한 악플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악플로 인해 모진 결정을 해야만 했던 엄마 최진실. 그녀가 떠난 후 사람이 그립고 그들과 어울리는 게 좋았던 준희는 개인 방송을 시작하고 상상도 하기 힘든 악플을 받았다. "엄마처럼 너도 자살해"라는 끔찍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고 늘어놓는 악플러들에 의해 준희가 받은 상처는 생각보다 컸다.

 

초등학교 5학년인 어린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김정호의 '하얀 나비'라는 사실은 아프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 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도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 어린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곡으로 꼽기에는 너무 연륜이 묻어나고 아픈 기억을 반추하는 이 노래가 바로 준희의 아픔을 상징하고 있었다.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이들의 자살. 그 트라우마도 벗어내기 힘겨운 그들에게 세상은 독하기만 했다. 소수의 악플러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 악플들은 그 트라우마를 더욱 지독하게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너무 어려 몰랐을 것이라는 할머니와 달리, 어린 준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큰 상처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할머니를 위해 제주 국제중학교 시험을 치르지만 합격하지 못한 준희는 서울이 아닌 고모댁이 있는 김천으로 모든 것을 옮겼다. 준희가 원하는 대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 집에서 준희는 너무나 행복했다. 공부 걱정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또래들처럼 행복하게 지내는 준희의 모습은 어쩌면 그 어린 아이가 스스로 찾은 치유의 방법일 것이다.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지독한 악플로 인해 꿈을 포기했던 아이. 지금도 이 정도인데 크면 얼마나 더 하겠느냐는 말 속에 그 아이가 경험한 고통의 깊이가 느껴질 정도였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 그런 생각을 할까? 그 지독한 고통은 준희가 아니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쉽게 말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사춘기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준희와 환희. 각자의 방식으로 지독하고도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자만 그들은 현명하게 치유의 방식들을 찾아가고 실천하고 있었다. 절망의 트라우마를 강제하는 이 미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과 할머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외면일지도 모른다. 평범하게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준희와 환희에게 절실한 것은 따뜻한 시선 못지않은 거리두기도 절실해 보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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