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5. 09:54

삼시세끼 정선편 이선균과 함께 하는 옥순봉이 특별했던 이유

정선에 버럭 셰프였던 이선균이 방문했다. 홍석천에 이어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출연진으로 인해 음식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루 세끼를 그 안에서 직접 해먹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요리를 할 줄 아는 이의 등장은 큰 관심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선균이 만든 40대 남자들 이야기;

옥순봉에서 함께 하는 평범한 일상, 그 평범함 속에서 찾는 느리게 사는 행복

 

 

 

 

38도가 넘는 폭염이 쏟아지는 대한민국. 옥순봉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푹푹 찌는 그 지독한 여름을 피하기 위해 밍키 가족들과 잭슨 가족들 역시 햇살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이 뜨거운 여름날 옥수수까지 수확해야 하는 지독한 상황에 찾아온 것은 <파스타>에서 버럭 셰프로 활약해 큰 인기를 얻었던 이선균이었다.

 

드라마 <파스타>의 성공은 곧 셰프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고, 현재의 셰프테이너로 이어지게 하는 동기라고 보인다. 물론 딱히 이 드라마 하나로 이런 변화가 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 속 이선균의 인기와 성공은 셰프테이너 전성시대를 이야기하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서진이 좋아하는 이선균이라는 점에서 분위기는 편안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낯가림이 심한 이서진이 편안해하고, 김광규와도 인연이 있는 이선균은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처럼 가까운 존재라는 점은 분명했다. 그런 편안함은 당연하게도 보는 시청자들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옥순봉에서 하루 세끼를 책임지는 세 남자와 초대 손님에게만 집중하지 않는 제작진들의 시선이 항상 좋다. 여름을 피하는 많은 자연 속 동물과 벌레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그들의 시선에는 따뜻함이 존재한다. 카메라에 담고 글을 통해 생명력을 다시 부여해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는 그들로 인해 옥순봉의 자연은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이선균이 와도 그들의 식사는 쉼 없이 이어진다. 오이소박이와 호박잎쌈을 주문하는 제작진들에 따라 각자 열심히 역할에 충실한 이들의 모습은 바지런했다. 거대한 오이로 인해 오이소박이 특유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채 택연의 손맛으로 만들어지는 오이소박이는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2주 후에 먹어야 하느냐는 한탄식은 옥순봉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다.

 

 

자신감이 부족한 광규에게 밥 짓기는 쉽지 않다. 주눅 들어 보이는 그의 표정과 완벽하게 성공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만든 결과는 그가 준비한 탕수육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잘 드러났다. 요리를 해보지 못한 한국 남자의 흔한 모습이 광규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쟁쟁한 남자들이 주변이 가득하고, 이런 상황에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고된 일이다. 솥밥을 처음하며 힘겨워하던 광규의 모습은 시작일 뿐이었다. 탕수육을 만들기 위해 실제 중국집을 운영하는 아는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과정을 섬세하게 묻는 광규의 모습에서 그를 볼 수 있게 했다.

 

책임감이 그의 반복적인 질문에서 확연하게 드러났으니 말이다. 무너지는 모습을 더는 보이기 싫은 남자의 자존심은 그렇게 투박한 방식으로 이어졌다. 처음 하는 탕수육을 만들며 어려워했지만 완성도 높은 음식이 나온 후 조금은 여유로워진 광규의 표정은 보는 이들마저 편안해질 정도였다.

 

옥수수를 키운 그들은 수수 재배와 마찬가지로 수확의 계절이 왔다. 그리고 농협에 통장을 만들고 그곳에 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초보 농부의 삶이 시작되었다. 옥수수를 팔아야만 풍성한 식사가 가능한 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노동이다. 수수지옥은 이제 옥수수 지옥으로 변했을 뿐 옥순봉에서 이 남자들의 삶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광규가 탕수육을 만들고 선균은 간단하지만 보라카이식 볶음밥을 만들어 풍성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는 그들의 모습은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비록 남자 넷이 함께 하는 옥순봉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었겠지만, 편안한 친구와 같은 이선균과 함께라면 그 자체로 행복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줬다.

 

이선균의 옥순봉이 더욱 흥미롭고 좋았던 것은 40대 아빠의 진심어린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선균을 제외하고는 모두 솔로인 옥순봉이 두 아들의 아빠인 선균의 이야기는 묘한 분위기와 함께 진정성 있는 대화로 이어지게 했다.

 

자신들이 태어나고 성장하던 시절과 너무나 달라진 현실 속에서 아이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토로하는 선균은 유명한 배우 이선균이 아닌 7살과 5살 아들을 둔 아빠일 뿐이었다. 과거 골목 문화 속에서 알아서 자랐던 것과 달리, 모든 것들을 관리하고 책임져야만 하는 현재의 부모들은 그래서 힘들기만 하다.

 

골목 문화는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동네 형들과 친구, 동생들과 어울리며 나름의 작은 사회 속에서 관계를 배워가던 시절이 그리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학원에 가는 것이 전부인 이 어린 아이들이 자란 후 주인이 되는 시대의 대한민국이 과연 어떻게 변할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관계를 뜻하는 '인간人間'은 사라지고 오직 사람만 존재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도 다가온다.

 

 

"와이프를 만난 게 자신 인생의 로또"라는 말로 놀리는 형들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선균의 모습은 현실적이다. 결혼은 해도 안 해도 후회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랑해서 한 결혼이지만 일상생활이 된 가정 속에서 환상이 꿈틀거리던 모습은 존재할 수 없다.

 

절대 맞지 않는 로또 번호처럼 결혼은 서로를 알아가며 현실을 직시하며 보다 단단해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결혼은 항상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둘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만들고 그들만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 것 역시 당연하다.

 

입학을 앞둔 선균에게 조카 바보인 서진은 동네 형처럼 덕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40대 남자들은 눈물이 많아진다는 선균의 말 속에서 동시대 남자들의 고민들을 나누게 한다. 아이들의 교육과 스스로 변해가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40대 남자의 모습은 처량하기보다는 삶에 대한 지독함이 함께 하는 모습이다.

 

결혼 생활에 대해 후회도 하지만 그러면서 웃는다고 말하는 이선균. 아빠가 된 후 만만하지 않은 삶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던 선균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행복도 존재한다고 한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오지만 그 자체가 큰 행복일 수밖에 없다는 선균의 고백이 정답일 것이다.

 

이선균이 느끼는 책임감과 그 안에서 나오는 행복이 없다면 결혼이라는 것은 힘겨운 일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런 그들의 현실적 고민을 담아 밍키네 가족의 모습에 집중하는 제작진들의 농익은 선택은 참 좋다.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밍키를 보면서 부모의 역할을 생각해보게 하는 과정은 <삼시세끼>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이기도 하니 말이다.

 

자연 속에서 소소함에서 큰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옥순봉은 언제나 특별하다. 그 특별한 가치는 대단한 그 무언가에서 나오지 않고 평범함이 곧 특별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옥순봉에 있는 모든 것이 주인공이 되는 그곳은 그 자체가 지독한 일상에 찌들어 사는 우리들에게는 특별함 그 자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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