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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마리텔 김구라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늘어가는 이유

by 자이미 2015.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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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생존 본능은 대단할 정도다. 일중독에 빠진 김구라에 대한 의견들은 각각 다양할 것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유일하게 파일럿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연하고 있는 인물 역시 김구라가 유일하다. 그가 실력이 좋거나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기 때문은 아니다. 그의 생존본능과 제작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일 뿐이다.

 

김구라의 마리텔;

마리텔 제작진들은 왜 김구라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백종원의 백종원을 위한 백종원의 방송이라고 할 정도로 <마리텔>은 그를 위한 방송이었다. 파일럿부터 그가 하차를 하기 전까지 백종원의 독주는 곧 시청률 상승을 이끄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가 가정사로 인해 하차를 선택한 후 <마리텔>의 관심사는 줄어들고 그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최근에 가세한 오세득 셰프가 첫 등장부터 3위를 하며 쿡방의 인기를 다시 실감하게 했다. 23일 생방송에서는 오세득 셰프가 중간 순위 1위까지 뛰어오르며 백종원의 인기를 이어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백종원이 사라진 시대 절대 권좌를 누리기 시작한 이은결이 잠시 방송을 떠나며 얻은 것이라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다.

 

이은결까지 잠시 떠난 사이 <마리텔>의 새로운 주인공은 오세득이 되었다. 그가 뛰어난 요리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오랜 요리 공부와 오너 셰프로서 명성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그의 요리 실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마 요리만 잘한다고 방송에서 큰 반항을 일으키는 세상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백종원의 존재감은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다.

 

오세득은 그만의 재미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검증된 요리 솜씨에 투박한 듯 자신 만의 유머코드를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뚝심도 있다. 첫 방송에 나와 꼴찌를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출연료는 동일한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그이 태도는 오히려 당당해서 흥미를 끌었다.

 

아저씨 유머라고 해도 좋을 말꼬리 잡는 초기 단계의 말장난을 방송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한다.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는 백종원과 같으면서도 다른 것은 이런 이제는 낯선 오세득만의 말장난이 수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차이다. 투덜이 스머프처럼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손쉽게 요리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백종원을 끄집어내보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백종원 전성시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던 존재는 김영만이었다. 종이접기라는 과거의 유물 같은 방식이지만 답답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김영만의 존재감은 최고였다. 하지만 이런 치유와 같은 느낌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는 없었다.

 

여전히 김영만의 하차를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첫 등장을 한 시점이 최대치였다는 사실이 현실이다. 김영만의 무기력한 모습과 달리 모두가 기대했던 이은결은 역시 최고의 존재감을 떠올랐다. 대단한 존재감을 가진 그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일루션이라 스스로 명명한 마술이다.

 

그동안 우리가 봐왔단 마술을 뛰어넘어 상황을 만들고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이끌어내는 힘은 대단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해 마술과 결합하는 그의 창조적인 사고는 시청자들마저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런 점에서 이은결의 연이은 1위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마리텔>의 생존 경쟁력은 바로 이런 뛰어난 능력이다. 단순히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라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재미를 담보할 수 있는 다채로움이 준비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이 방송에서 성공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끈임 없이 흥미로운 상황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김구라의 <마리텔>은 이상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파일럿 방송부터 현재까지 유일하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고정출연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남는 자가 강자라는 말이 있듯 김구라는 어쩌면 <마리텔>에서 가장 위대한 승자가 아닌지 모르겠다. 특별할 것도 없는 그의 방송은 자신이 아닌 다양한 초대손님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영특함이 읽혀진다.

 

과거 인터넷 방송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 욕설과 타인 비방으로 살아가던 김구라가 다시 그런 행동을 방송에서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분명한 한계다. 진행자로서 익숙해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주제로 접근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영악하게 보일 정도로 이를 관철하고 있다.

 

지난번에는 김구라로서는 처음으로 2위까지 올라가는 성과를 올렸다.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했고,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이를 추리하는 과정을 담는 시도는 효과적이었다. 제작진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얻어진 상황극은 자연스럽게도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유발시켰다. 이런 그가 이제는 맥주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고, 생방송 시청자들 역시 그의 방송을 선택하는 모습들을 보이며 오세득에 이어 전반전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강력한 존재들인 이은결이 빠지고 특별하게 강자라 생각되는 이가 없는 상황에서 김구라의 2위는 당연한 현실이다. 그가 1위를 절대 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항상 하위권에서만 맴돌던 그가 백종원이 나가고, 김영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며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그런 그를 꾸준하게 붙잡고 있던 제작진들은 이런 상황을 예견했을까?

 

 

예견이라기보다는 불안을 붙잡고 있어줄 믿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 환경과 상황이 바뀐다고 해도 김구라는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을 것이다. 다른 이들이 방송이 처음이거나 스쳐가는 인연 정도인 것과 달리, 김구라는 개인 방송을 하는 <마리텔>에서 실질적인 진행자와 같은 존재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그대로 남고, 이은결의 일루션 방송이 지속되고 오세득까지 합류하며 다양한 방송의 틀이 만들어져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김구라의 자리를 점점 좁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뛰어난 실력과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방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 그런 불안전한 상황에서 제작진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전문 방송인인 김구라일 수밖에 없다.

 

최악이라고 해도 끊임없는 추락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마지노 선 직전은 항상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김구라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듯하다. 김영만의 추락을 보면 김구라의 존재감은 제작진들에게는 특별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20여 년이 지나 방송을 다시 시작한 김영만은 시대의 간극을 넘어서기는 힘들었다. 다정다감하고 친근한 아저씨로서 남겨질 뿐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은 제작진들에게는 힘겨운 일이니 말이다. 

 

현재의 <마리텔>이라면 김구라가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스스로 하차를 결정하지 않는 한 빠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스스로도 일 중독자라고 외칠 정도로 집착이 심한 그가 하차를 선언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런 김구라를 어떻게 보느냐는 시청자들의 몫이겠지만 버티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의 편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제작진들의 도움이 조금만 더해지면 현재처럼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들도 생긴다는 점에서 재미있기도 하다. 

 

백종원의 빈자리는 의외로 크다. 정점을 찍었던 과거의 높은 시청률은 점점 하락을 하고 있고, 생방송을 보는 실시간 접속자 수도 하락한 상황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한다는 사실 자체는 반갑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노력이 과연 <마리텔>의 새로운 시즌들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백종원이 있던 <마리텔>과 그가 없는 상황은 분명하게 나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쿡방에 대한 기억을 오세득에서 찾기 시작한 시청자들을 어떻게 머물게 하고 다른 이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느냐는 오세득과 제작진들의 고민일 것이다. 백종원이 아니면서도 백종원이 되어야 하는 오세득으로서는 많은 과제를 안은 셈이다. 김구라와 같은 무한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과연 오세득이 어떤 행보를 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마리텔>을 재미있게 보는 또 다른 방식일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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