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2. 10:10

집밥 백선생 자 이제는 무를 주세요

콩나물과 달걀에 이어 무를 가지고 다양한 요리를 하는 <집밥 백선생>은 역시 대단하다. 주재료가 아닌 부재료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백종원의 요리는 누군가에게는 평가절하를 당하기도 하지만 요리와는 거리가 있는 일반인들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자상한 요리 프로그램이다. 

 

무의 화려한 변신;

백종원이 만들어내는 신기한 무 요리, 부재료가 아닌 주재료로 변신한 무

 

 

 

<집밥 백선생>이 대단한 이유는 그동안 요리 프로그램에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만드는 요리란 특별하지 않다. 어느 집에나 냉장고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혹은 값싸게 편하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가지고 그럴 듯한 요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셰프테이너' 전성시대 요리사가 아닌 사업가인 백종원이 '요리 프로그램'에서 대단한 지위를 가지는 것은 그가 다른 요리사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크게 활약하는 요리사들 대부분은 고급 식재료로 집에서는 먹기 힘든 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서 먹어야 하는 홍보용 요리로 다가온다. 물론 백종원 역시 요식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최소한 그는 집에서 알아서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방식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형마트에서 반 쪽 무를 팔기도 하지만 무는 사기가 부담스러운 식재료다. 이를 잘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식재료이지만 혼자 사는 이들에게 무는 무의미한 존재일 뿐이다. 과거 개그 프로그램에서 "무를 주세요"라며 이빨로 갈던 것이나 생각날 정도로 무는 도무지 손이 가지 않는 식재료일 뿐이었다.

 

국물을 내는 식재료 역시 다양하게 존재하고, 간편하게 만들어진 것도 많다는 점에서 무는 설 자리가 없어 보일 정도다. 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근천스러운 존재로 전락했던 무도 백선생을 만나니 주인공이 되었다. 부재료로 포함되는 무가 아니라 무가 주인공이 되는 다양한 요리법은 즉시 적용가능하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소고기 뭇국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이나 무채로 만드는 무나물과 생채무침, 여기에 오늘 백선생 요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 조림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무 요리들은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요리를 자주 해먹거나 잘 하는 이들에게는 요리 프로그램이 무의미하겠지만 요리 무식자들에게 <집밥 백선생>은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집밥 백선생>이 <냉장고를 부탁해>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일반 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스타들의 냉장고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의외의 식재료들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은 철저하게 값싸고 흔하고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핵심이 된다는 점이 큰 차이다.

 

누구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바로 마트에 가서 값싸게 식재료를 사와 바로 해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백선생의 진가는 특별하다. 포근한 모습에 투박한 말솜씨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부담 없음으로 다가오는 것 역시 강점이다. 한없이 좋아 보이는 모습에 편하고 쉽게 요리를 알려주는 백선생에 대한 믿음은 그래서 커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요리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백선생은 잘 보여주고 있다. 광고 문구처럼 "백선생과 함께 하면 나도 요리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집밥 백선생>은 요즘 세대에 가장 적합한 눈높이 요리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간단한 달걀프라이도 할 줄 모르고 하려고 하지 않던 수많은 가장들이 나도 요리사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셰프테이너'에 이어 '요섹남'이라는 신조어들의 공통점은 요리를 하는 남자에 대한 찬양이다. 과거 성별 구분으로 나눈 직업에서 남자들의 요리는 직업을 가진 자들만의 몫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상황은 변했다.

 

밖에서 노동을 하던 시대가 지나고 남녀가 함께 일을 하는 현실 속에서 남자가 요리를 배우는 일은 자연스럽다. 그런 점에서 '셰프테이너' 전성시대는 이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들이 범람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이런 과하다 싶게 늘어나는 요리 프로그램들 중에서 <집밥 백선생>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눈높이에 있다. 자 이제 무를 주세요. 모두가 요리사가 될 시간이니.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