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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송곳 2회-분노하라 분노하라, 모든 노동자는 송곳이 될 수 있다

by 자이미 2015.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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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시대, 노동자를 수시로 해고할 수 있는 시대. 대한민국의 절대다수 국민들은 더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경제 활동의 불안정은 결국 모든 것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무너질 수밖에 없도록 요구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배는 서서히 침몰하고 위정자들은 다시 한 번 "가만히 있으라" 강요하고 있다.

 

2천만 개의 송곳;

섬세한 연출, 작은 변화를 통해 큰 흐름을 잡아가는 드라마 송곳 흥미롭다

 

 

 

푸르미 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갑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 <송곳>은 흥미롭다. 과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보다 사실적이다. 더욱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마주하는 마트를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집중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강직하고 정직한 이들만 존재한다는 환상을 가졌던 군대에서 경험했던 수인의 좌절은 대형마트 푸르미로 이끌었다. 성공하기 위해 육사를 선택한 수인은 그곳에서 절망을 맛봐야 했다. 군인출신 독재자들이 점거한 대한민국에서 육사는 곧 힘의 상징이던 시절이었다.

 

막연하게 꿈을 찾아 들어간 육사에서 그가 느낀 것은 좌절과 굴복이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규칙이나 원칙도 그 힘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뒤집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별 셋을 달고 육사생도를 제압하며 특정 인사에게 투표를 하도록 강제하는 사회. 그게 바로 얼마 전 대한민국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이 크게 달라져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오늘 방송에서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흐름의 변화다. 푸르미 마트에 내려진 강제 해고 지시에 맞서던 과장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 과정은 <송곳>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주었다. 처음 부당한 지시를 받은 과장들은 수인처럼 딱 잘라 거절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잘 닦여져 있던 장교로서 생활을 접고 사회에 나온 수인으로서는 다시 한 번 경험하는 부당함에 단호함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군도 자신의 길이 아니었듯 직장 생활 역시 자신과는 다르다는 판단을 하는 순간에도 그는 그 '정의'의 편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과장들의 생각은 천차만별이었다. 부당하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 느끼면서도 윗사람의 지시에 거절하지 못한 그들에게 어쩌면 답은 나와 있었다. 그저 양심의 가책을 어떤 식으로 떨쳐내고 스스로 당위성을 만들어 갈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만 존재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트집을 잡고 마트 노동자들을 압박하던 그들의 수위는 시간이 흐르며 더욱 강력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강도의 변화만큼이나 다른 과장들이 수인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런 자신들의 행동 후 수인을 감히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최소한 부끄러운 감정이 그들 안에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는 양심의 가책을 가질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수인이 강력하게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표류하는 동안 그들은 직장 상사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다. 당장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그들 역시 위에서 찍어 내리는 압박을 거절한 명분이 없었다. 그저 핑계 일 수밖에 없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내보내야만 하는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문제다.

 

부끄러워 수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던 그들은 이제 당당하게 눈싸움을 한다. 오히려 경멸하는 눈으로 수인을 쳐다볼 정도로 그들은 변했다. 지시를 내린 정부장보다 더 악랄한 모습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과장들의 모습은 섬뜩해 보일 정도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 그 안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강직하고 철두철미하며 일도 잘하는 수인은 푸르미 본사에서도 주목하던 존재였다. 다른 이들과 달리 공채로 입사해 승승장구하는 그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정부장 역시 공채가 아닌 밑바닥부터 시작해 부장이 된 인사다. 그들에게는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그만큼 한계도 명확한 존재이기도 했다.

 

자신의 사람이라 확신했던 점장은 수인이 자신의 지시를 거절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한다. 직접 매장을 찾아 수인의 목을 감싸고 그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가스통은 그런 존재였다. 상명하복이 일상인 현실 속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강력한 의무 조항이 없는 현실 속에서 프랑스 업체가 굳이 노조를 만들어 그들에게 도움을 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인을 더욱 절망스럽게 만든 것은 중간 관리자들의 행포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도 참을 수 있었지만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든 것은 바로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그들에 대한 부당 해고를 막고자 자신을 던진 것을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수인으로 인해 핍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수인이 있는 한 임금 인상도 승진도 할 수 없다는 점장의 말은 잔인하게 가슴을 찌르는 송곳 같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부당한 갑질에 맞서는 노동 연구소 소장 구고신의 활약도 흥미롭다. 쓰레기 수거를 하는 도중 부당하게 사고를 당한 한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씁쓸함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잘못도 없는데 그저 회사에서 치료비를 책임졌다는 이유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는 태도는 당혹스럽다.

 

근무 중 사고는 당연히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다. 산재로 처리되어 노동자가 완쾌할 수 있도록 병원 치료를 받고 그동안에도 삶이 피폐해지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진 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보험료 수가가 올라갈 수도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들에게 정당하게 해줘야 할 산재를 막고 나서는 고용주들의 행태는 분노로 다가온다.

 

이 상황에서도 누구도 그 노동자의 편에 서지 못한다. 자신들 역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모두 몸을 사린다. 남들이 증언을 해주면 자신도 하겠다는 그런 선택은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어쩌면 최선일지도 모른다.

 

같은 노동자의 편에 서는 것도 부족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 나서 고용주의 대리인처럼 구는 노동자의 모습은 씁쓸하다. 실제 그런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연명하는 이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 말이다. 알아서 개가 되어 충직한 주인의 종이 되는 것이 곧 당연한 권리 정도로 인식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푸르미 마트 안의 이야기와 노동 사무소를 통해 다양한 노동 현장의 부당함을 함께 다루는 <송곳>은 그래서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10여년이 훨씬 지난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마치 지금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은 이 상황들은 우울함으로 다가온다. 과거의 부당함이 현재의 당연함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회는 그만큼 퇴보중이기 때문이다.

 

수인 역의 지현우의 농익은 연기와 구고신 역의 안내상. 그리고 아직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숨죽인 마트 노동자들의 모습까지 <송곳>은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 그 드라마의 힘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송곳>의 가치는 충분하다.

 

 

분노하지 않는 이는 곧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부당함에 분노하지 않는 순간 스스로도 부당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당함이 일상이 되고 이제는 연성작용까지 이어지며 무뎌지며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도 없이 좌초하고 있다. 잘못을 바로 잡으려 분노했다면 이렇게 무기력하게 침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제 다시 송곳이 되어야만 한다.

 

부당한 권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들 외에는 없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국민들이 독재와 맞서 싸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어렵게 찾은 민주주의가 수구세력에 의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다. 스스로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일어서지 않는 한 우리는 다시 지독한 암흑기에서 스스로를 비하하며 죽어갈 수밖에 없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모든 것을 바꾸는 힘은 결국 국민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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